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 창미시선 458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 창미시선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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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하는 사람은 시 속에만 있어요”
상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최지은의 첫 시집
남은 사람의 자리를 지키며 빚어낸 슬픔이 주는 뭉클한 위로
2017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지은 시인의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시 “사유의 넓이와 감각의 깊이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에서 “신산한 생활의 풍경을 담담하게 늘어놓는 진술들이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인은 꾸준히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다듬어왔다. 등단 사년 만에 펴내는 첫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상실과 슬픔으로 어룽진 지난 세월과 자신의 내력을 고백하듯 펼쳐 보인다. “떠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자리에서 기억하듯이 꿈을 꾸고 꿈을 꾸듯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들려주는” 애잔한 이야기들이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을 넘어 누구나 품고 있을 저마다의 상처가 바로 그 자신의 뿌리를 이룬다는 사실을 아프게 일깨워”(김언, 추천사)주는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슬픔에서 비롯된 작은 파동이 각자의 슬픔을 두드리는 큰 울림으로 번져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최지은의 시에서 퍼져나오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울림은 봄밤의 은근함과 초여름의 따스함을 닮은 위로를 전하며 또 한번 새로운 세대의 서정을 마주하게 한다.
저자

최지은

2017년창비신인시인상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시집『봄밤이끝나가요,때마침시는너무짧고요』를냈다.

목차

제1부이꿈을어떻게끝내야할까
폭염
칠월,어느아침
우리들
전주
부고
사랑하면안되는구름과사랑하지않으면안되는구름에대해
메니에르의숲
밤,겨울,우유의시간

제2부한없이고요한,여름다락
구름숲에서잠들어있는너희어린이들에게
내가태어날때까지
가정
열일곱
열세살
한없이고요한,여름다락
시리즈
여름
여름
여름이오기전에
한낮의에스키스
벌레
열다섯
오직일어나지않는일들만살아남는다

제3부듣고싶은말이들릴때까지
불면
기일
목소리
삼나무숲으로가는복도
얼음의효과
히어리의숲
유월
눈내리는병원의봄
창문닫기
하나의시
내뒷마당푸조나무위로눈이내리고
기록
나는나라서
미래에게
나없이도
여름의전개

제4부나만의장난을이어갑니다
십이월
청혼
신혼
칠월
영원
햇빛비치는나무책상위로먼지,내려앉는
너홀로걷는여름에
이꿈에도달의뒷면같은내가모르는이야기있을까
지혜의시간

해설|소유정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여기있음의아름다움으로
나아닌것들을안아주며걸어가는한사람

시집은한편의슬픈소설을읽는듯하다.오랜슬픔과외로움이“내안의물소리”(「밤,겨울,우유의시간」)로일렁이는애달픈가족서사가먹먹하다.세살이되던해“다른사랑을찾아나를떠난”(「이꿈에도달의뒷면같은내가모르는이야기있을까」)어머니,열여섯이되던해“스스로물속으로사라진”(「햇빛비치는나무책상위로먼지,내려앉는」)아버지,‘나’의꿈속에서“다시태어나려고꿈을고르고있”(「여름이오기전에」)는할머니,“부모됨을배운다며달걀을품고다니”(「벌레」)던언니,그리고여전히“내머릿속가득짖어대는//내가잃어버린개들”(「폭염」).지금은곁에없는그리운존재들을하나하나되살리며시인은“나를낳은사람과낳은사람을낳은사람들의이야기끝을모르는이야기”(「내가태어날때까지」)를잔잔하게속삭이듯들려준다.

문학평론가소유정이해설에서“훌륭한몽상가”라고말했듯이,시인의고백은“내마음가장못생긴시절”(「십이월」)의아련한기억속에서반복되는“꿈속의꿈”이거나“이야기속의이야기”(「한없이고요한,여름다락」)로이어진다.시인은“이꿈을어떻게끝내야할까”(「부고」)하면서도늘삶과죽음의경계를허무는꿈속으로하염없이잠겨든다.“안전하고조금슬픈”그곳에서“내안에서내가나를부르는목소리”와“낯설게중얼거리는다성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며시인은“내가미워하는나의시”(「목소리」)속에서자신의내력을되짚어보고,“내가만든꿈”“내가만든시”속에서“나의어둠을알아”(「밤,겨울,우유의시간」)채어다시태어나기를바란다.끝없이반복되는꿈의굴레를끊어내자면오로지그방법밖에없을테니말이다.

상실의아픔과슬픔도때로는빛이되어어둠속을살아가는힘이된다.지나온시간을찬찬히더듬어온시인은“어수선한몽상의이미지를하나하나거두어”(「이꿈에도달의뒷면같은내가모르는이야기있을까」)간다.이제시인은“더는늦지않게/해야할말이있다는것”을깨닫고“나만은만지지못하는나의슬픔”(「청혼」)을어루만지며달래는‘사랑’의힘으로삶을꾸려갈것이다.“듣고싶은말이들릴때까지”(「창문닫기」)차분하게기다리며“나만의시나만의놀이//나만의장난을이어”(「너홀로걷는여름에」)갈것이다.시인은“여기있음의아름다움을힘껏사랑한다”(시인의말)고말한다.그리고나지막이들려오는목소리.비로소“처음으로소리내어말해보고싶었”던말,“최선을다했잖아요”(「너홀로걷는여름에」).뭉클하다.

사랑하는사람들이차례로떠나가는뒷모습을그려내면서도시인은“나아닌것들을안아주면서”“나는나라서다행이라고”말하며(「나는나라서」),바로지금이곳에남아“걸어가는역할”(「얼음의효과」)을묵묵히맡는다.그런그는“후회라도”하기위해“해야할일”을하기위해남은“한사람”(「히어리의숲」)몫을끝까지살아내려고하는자이다.개인의상실이온전히한사람의상실만으로남지않는다는사실이너무도절실히다가오는이시대,“한사람”의자리에서그오롯한자세를지키며슬픔의길을걸어가는화자의모습에서우리는어쩌면따뜻한위로와용기를얻을수도있겠다.그리하여찾아오는환한슬픔의빛을품어볼수도있을것이다.

최지은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첫번째시집이출간되었습니다.소회를듣고싶습니다.
시를엮으며자주되뇌던말이있어요.‘일단락’이라는말이었는데요.마감을상상할때는깔끔한‘끝’,‘완성’을고대했는데,결국저로서는불가한것이더라고요.지금으로서는불편한자세를고쳐앉은약간의편안함으로일단락의기쁨을누려보고자해요.
무엇보다이렇게독자여러분께인사드릴수있어기쁘고요.벌써부터저는,제시를읽어줄누군가가아주가깝게느껴집니다.고마운마음을미리전하고싶습니다.

―'시인의말'에도나와있듯"검은개"그리고"흰개"와지내시는것으로압니다.평소의소소한일상그리고시를쓰는풍경은어떠한지궁금합니다.
시집을엮는동안검은개,흰개의도움을많이받았습니다.눈맞추는것만으로도매편마감할수있는용기를얻었거든요.가끔제가쓴시를누군가에게들려주고싶을때는앞에둘을앉히고소리내어읽어보기도했고요.
새삼많은시를검은개,흰개를곁에둔풍경속에서쓰고고쳤다는걸돌아보게됩니다.언젠가둘만을위한시를짓고들려줄수있다면또다른기쁨일것같습니다.

―"여름""목소리""보랏빛"등의시어가전하는분위기가아름답게다가오는데요.첫시집을엮으며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이시집에는마흔일곱편의시가담겨있는데요.때로저는이마흔일곱편의시가하나의긴시로여겨졌어요.각각의시적화자는모두다른인물이면서도또서로꼭닮아있어한사람처럼여겨지기도했고요.이화자들과마주하며,저는각화자들의삶의진동과크고작은변화를느낄수있었는데요.이때의변화는제자신의변화였을까요.
한편의시속에서혹은시집의흐름안에서시적화자의변화를지켜보고지지하고응원하는마음이저에게는가장중요했습니다.시적화자의삶을평가하거나판단하지않고,동정하거나조롱하거나부끄러워하지않고,그의것은그의것으로,그의시간그의슬픔그의감각그의멈춤그의후회,그의것을있는그대로두고그저같이가보는것이행복했습니다.때로시적자아가꼭나자신인것같다는착각때문에,두렵기도했지만요.
독자께서이화자들의삶의진동을함께감각해주신다면제게는큰기쁨일거예요.부디곳곳에감추어둔아름다움도함께발견해주시기를바라보고요.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지금으로서는「지혜의시간」입니다.특별한이유는없고요,그저마음속의‘수복이’를품고나아가는먼여름을상상해보았습니다.

―앞으로의계획이궁금합니다.
개와산책하고,건강을지키고,뉴스를살피고,스스로를놀라게하는책을찾고읽는것.무엇보다시집을아껴읽어줄독자여러분의평온한‘봄밤’을저는오래도록기원할거예요.정말입니다.깊이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