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으면서도아주낯선‘혼자’에대한질문들
시인은이번시집에서‘아주낯익은낯선이야기’이면서‘아주낯선낯익은이야기’를들려주며“이야기를바꿔야미래가달라진다”(?전환학교?)고말한다.“질문을바꿔야/다른답을구할수있다”(?어제죽었다면?)는것이다.‘시’는“삶의방식을바꾸는감성적담론”(?혼자가연락했다?)으로써세상을바꾸는데기여해야한다고생각하는시인은이번시집에서‘몸’과‘개인’이라는화두에몰두하면서이전시집에서강조했던‘세계감(世界感)’즉‘세계와나를온전하게느끼는감성’의회복을다시한번꾀한다.너무낯익어서제대로인식하지못한우리몸에대한세심한관찰을통해‘낯익지만낯선발견’을찾아내고,나아가“안못지않게바깥이중요하다”는인식과“지금내앞에있는사람이/가장소중한사람”이며“지금내앞에있는사람앞에있는/나또한가장귀중한사람”(?얼굴?)이라는깨달음에닿는다.
시인은세상을바꾸려면다른미래를설계하는‘인식의전환’이필요하다고말한다.세계는‘혼자’가아니라‘서로’연결되어영향을주고받는다.“사람과사람사이에하늘이있”고“땅이있”고“사람이있”으며,“사람안에도사람이있”(?사람?)다.“타인과더불어,천지자연과더불어자기철학을세워나가”(?철인삼종경기?)며살아가는것이다.“혼자서는깨닫기힘든혼자의팬데믹”(시인의말)의혼돈속에서혼밥과혼술을즐기며“죽을때까지죽도록일하다가결국혼자죽어가는”(?노후?)이시대의모습은어쩌면인류의마지막장면일지도모른다.“독거와독거가거대한사회를이루고있”(?활발한독거들의사회?)는지금여기의현실에서시인은“혼자도자기넓이를가늠하곤”하면서때로는“누군가의안쪽으로스며들고싶어”(?혼자의넓이?)하고,“혼자있어보니/혼자는사실상불가능했”으며“나는나아닌것으로나였다”(?혼자와그적들?)는내면의성찰속에서“화이부동(和而不同)존이구동(存異求同)”(?우리의혼자?)의각성에이른다.
고민과통찰이깃든‘시이전의시’이자‘미래에서온시’
일찍이“진정한시인은모두미래를근심하는존재”라고말했던시인은“미래세대에게미래를돌려주지않는다면머지않아우리모두파국을맞을것”(?미래에게미래를?)이라고경고한다.“꽃말을만든첫마음”(?꽃말?)을생각하는초발심을간직해야“우리생의뿌리”(?두번째생일?)인미래를기꺼이맞이할수있으며,“미래를미래에게돌려”줄때비로소“누구도함부로미래에손을대지않을것”(?삼대?)이라고말한다.“바야흐로끝이시작”된지금,시인은겸허한마음으로“안팎의새것을마중”하기위하여”(?끝이시작되었다?)“맨끝에서다시시작하”여“맨끝에서맨처음으로/다시태어나는”(?분수?)희망을꿈꾼다.절박한심정으로“지구걱정”과“인간걱정”에대한고민과통찰의아포리즘이깃든이시집은혼란과절망의시대에희망의빛을던지는“시이전의시”이며“미래에서온시”(이영광,추천사)이다.공생공락(共生共樂)의사회로가는미래의문을여는열쇠이자“끊임없이신생(新生)을갈망하는간절한시적발원문”(이홍섭,해설)이다.
책속으로
해가뜨면
나무가자기그늘로
서쪽끝에서동쪽끝으로
종일반원을그리듯이
혼자도자기넓이를가늠하곤한다
해질무렵이면나무가제그늘을
낮게깔려오는어둠의맨앞에갖다놓듯이
그리하여밤새어둠과하나가되듯이
우리혼자도서편하늘이붉어질때면
누군가의안쪽으로스며들고싶어한다
너무어두우면어둠이집을찾지못할까싶어
밤새도록외등을켜놓기도한다
어떤날은어둠에게들키지않으려고
유리창을열고달빛에게말을걸기도한다
그러다가혼자는자기영토를벗어나기도한다
혼자가혼자를잃어버린가설무대같은밤이지나면
우리혼자는밖으로나가어둠의가장자리에서
제그림자를찾아오는키큰나무를바라보곤한다
―「혼자의넓이」전문
혼자살아보니
혼자가아니었다
혼자먹는밥은
언제나시끄러웠다
없는사람없던사람
매번곁에와있었다
혼자마시는술도시끌벅적
고마운분들
고마워서미안한분들
생각할수록고약해지는놈들
그결정적장면들이부르지않았는데
다들와서왁자지껄했다저희들끼리
서로잘못한게없다며치고받기도했다
혼자있어보니
혼자는사실상불가능했다
나는나아닌것으로나였다
―「혼자와그적들」전문
남쪽에
아는사람이있는사람이
바라보는남쪽하고
남쪽에
아는사람이없는사람이
바라보는남쪽은
얼마나다른가
―「남쪽」전문
죽어서살아있다
이천년넘게
죽은채살아있어서
기뻐하는자들은
기뻐하는자들끼리기뻐하고
아픈자들또한
아픈자들끼리아파하고
―「로마서」부분
그러다보면등꽃향기에취해
오월한낮이새카매지고
가까운지구밖어디선가는
내가이렇게누워있는이땅이
하늘의끝,천장일수도있겠거니하다가
아니지,모든나무의하늘은
여기땅이마땅할수도있겠거니하는생각
아니지,등나무가땅속에서수고하는
모든뿌리를위해걸어놓는
연등일수도있겠거니하는생각
―「연등축제」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