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 창비시선 460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 창비시선 460

$9.00
Description
“아주 잠깐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나눌 수 있다는데”
탁월한 언어 감각과 새로운 상상력을 지닌 시인의 탄생
이해와 오해 사이를 건너는 알쏭달쏭의 힘, 권창섭 첫 시집
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기발한 시적 발상으로 독특한 시 세계를 다져온 권창섭 시인의 첫 시집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가 창비시선 460번으로 출간되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 자유로운 언어 구사, 치밀하게 짜인 문장들이 돋보이는 가운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삶의 뜻밖의 한 면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선우은실, 해설)주는 시편들이 읽어갈수록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점점 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표제작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를 비롯하여 「뚜세 러브」 「아이 미스 언더스탠딩」 「폴란드는 뽈스까, 거꾸로 하면」 「매생이 전복중」 「사과 어폴로지」 「Why-FI」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시들의 개성 넘치는 향연이다. 장류진 소설가가 추천사에서 밝혔듯 “시를 통해서만 드러나고 감각할 수 있는 삶의 구체”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매력적인 시집이다.

저자

권창섭

저자:권창섭
2015년『현대시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밖에서안으로
뚜세러브
구체적인삶
고양이게스트하우스한국어
아이미스언더스탠딩
유희왕
39
완벽한사랑
죄책감들
화곡(禾谷)
ISFP
설날
이월(移越)
광화문

제2부안에서안으로

육도(六道)
브로콜리가없던화요일
월요일
나이키의역사
버릇
축제
고슴도치도제새끼는예쁘다고한다는데
폴란드는뽈스까,거꾸로하면
검침
49재
더블링
만우절
세습
매생이전복중

제3부안에서밖으로
사과어폴로지
긴장들
강제집행
사월의언어학
1반
계급
Why-FI
사이시옷
적자,생존이라고
박사학위없는시간강사의글쓰기수업
정의의행정학
비교의사회학
분류의정치학
플라나리아

제4부밖에서밖으로
달사람일
213Round
순환론
완벽한사랑2
커뮤니케이션의이해
유희왕2
번잡들
잉여들
하여튼여하튼
짜빠구리
스스로그무엇도할수없을때
순환론2
조금은민망할수도있어
게스트

해설|선우은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농담같은삶의장면속에서우연한웃음이터질때
비로소감각하게되는‘허방의힘’

권창섭의시는발상부터가기발한만큼독특하고새롭다.거기에더하여언어를부리는솜씨또한예사롭지않다.“그저입술을잎술이라적고싶을뿐”(「하여튼여하튼」)이라는시인은일상의언어를다양한형태로변주하여구체적인삶의이모저모를펼쳐보인다.마치“단어를생각하지않고,단어를생각하지않는일”“단어를생각하지않고,단어를생각하는일”“단어를생각하고,단어를생각하는일”처럼“새로운놀이”(「유희왕」)를즐기는듯하다.무엇보다“위기를기회로,기회를회기로,회기를회귀로”(「폴란드는뽈스까,거꾸로하면」),“어폴로지는애플,애플은사과”(「사과어폴로지」)등에서보듯언어의구조적인연결에초점을맞춘다.“나는홀로싱글거릴수는없습니다”(「39」),“어폴로지는애플,애플은사과”(「사과어폴로지」)와같이우리말과외국어의절묘한혼용,또는아예영어나일본어로표기하는(「고양이게스트하우스한국어」「매생이전복중」「Why-FI」「박사학위없는시간강사의글쓰기수업」)방식도이질적인감각에서비롯되는시읽기의즐거움을선사한다.

시인이펼치는언어의배열과나열,조합과변용은단순한유희나가벼운말장난에그치는것이아니다.시인은“필요와피로와/쓸모와몹쓸을/돌고도는일”(「유희왕」)처럼탁월한언어감각이돋보이는말재주를통해삶에대한진지한성찰을밀고나아간다.「유희왕」「버릇」「사과어폴로지」「순환론」등여러시편에서드러나는이러한성찰의힘을문학평론가선우은실은해설에서‘허방의힘’이라고명명한다.삶에서우연히마주하게되는작은웃음이나는순간을시인은예리한감각으로포착하여그것을생활의무게와연결시킨다.아름답게말하는것에만가치를두지않고한발더나아간다.“발음된적도없”이“그저있는것이/나의일”(「사이시옷」)인듯‘지금여기’,“민주주의에서비릿한다수결의맛”이나고“다수결에서비릿한공산품의맛”(「정의의행정학」)이나는자본주의사회에서“앞뒤를자꾸거스르는시간”(「폴란드는뽈스까,거꾸로하면」)을힘겹게살아가고있다는사실을직시한다.

‘생활’이라는구체적인현실에뿌리를내린시인의시선은좀더세밀한사회현상에관심을기울이는것으로향한다.삶에대한경외가아니라살아있음의지속으로서‘생존’이라는현실인식을상징과은유의언어로촘촘히작품화하는시인은세월호(「사월의언어학」),성소수자(「1반」),젠트리피케이션(「긴장들」「강제집행」)등사회적사건에도예민한시선을보낸다.실제로낭독회라는형식을통해건물주의횡포에맞선세입자들의투쟁에동참하는등고통받는삶의현장에서사회적약자들과연대해온시인은“어긋난문장으로오늘을묘사”(「사월의언어학」)하고기록하면서“법이라는최후의보루”(「긴장들」)마저믿을수없는구조적인모순과부조리한사회현실의이면을낱낱이파헤쳐나간다.

권창섭의시는가히파격이라할만한다.그렇다고완전히새로운문장을읽는것은아니다.다만시인이펼쳐놓는새로운언어규칙을따라가며우리가익히알고있는것을색다른시각에서‘다시’바라볼따름이다.시인은한인터뷰에서“문학의아우라를믿지않는다”고말한적이있다.문학을퍼포먼스나놀이의도구나대상으로삼아무언가재미있는것을만들어내는방식을계속해서고민하고있다고밝히기도했다.그것을실행하듯“마치팝아트작품들처럼/튀어나오는삶의구체성”에바탕을두고“앞으로기대되는삶”(「구체적인삶」)과인간의삶을좀더풍요롭게만드는문학의가치를생각하며새로운시세계를향해나아가는이젊은시인의발걸음이사뭇믿음직스럽고경쾌하다.“원래,원래라는것은없다”(「짜빠구리」)라고단호하게말하며내놓은시인의첫시집이걸어갈길이자못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