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시집)

$9.00
Description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작은 것들을 위한 공동체를 꿈꾸는 김선우 신작 시집
병든 세계를 정화하는 사랑의 온기로 충만한 시편들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통찰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김선우가 등단 25주년을 맞아 여섯번째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을 출간했다. 제5회 발견문학상 수상작 『녹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심한 통찰력으로 “세상의 변화를 오래 관찰한 사람의 깊이 있고 여유로운 시선”(송종원, 해설)이 담긴 시 세계를 펼친다. 생명에 대한 예민한 관찰, 사회 현실에 대한 적극적 발언, 환경 파괴에 대한 직설적 반성, 자본을 향한 가열한 비판, 사랑과 연대에 관한 성찰 등 다채로운 감각과 깊이 있는 시적 사유가 빛나는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오늘날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변해야 한다는 강한 기원과 열망이 응축된 시편들은 익숙한 삶의 풍경 속에서 뜻밖의 깊이를 이끌어내면서 ‘지금 여기’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56편의 시를 묶었다.

김선우의 시는 따뜻하다.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북돋는 사랑의 온기가 흐른다. 시인은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사랑할 수 있는 “영혼의 강인함”(「무신론자의 기도」)을 간구하며 참혹한 세상에서 그들을 위해 울어주고 시를 쓴다. 시인은 머뭇거림 없이 즐거이 수평적 연대의 삶을 지향하면서 뭇 생명과 공존하는 삶의 길로 나아간다. “우리 모두 시인인 세상”(「시인과의 대화」),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기원하는 이 자리에서 시인은 “모두가 떠난 뒤에도 떠날 수 없어/남은 야윈 울음 곁에서/마지막으로 함께 울어주는 사람”(「다시 광장에서는」)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생태계를 되살리려는 마음이 절실히 녹아든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공멸’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현세계를 바꾸려는 열망을 드러낸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로 인해 불타는 지구의 처절한 모습을 적실하게 그려낸 연작시 「마스크에 쓴 시」는 전지구적 위기의 팬데믹 시대를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이 돌올하다. 시인은 지금 여기서 자본의 무한질주를 멈추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전염병의 시대”가 “곧 다시 온다”(「마스크에 쓴 시 7」)고 경고한다. “이대로라면 백년 안에/인류는 끝날” 것이고 “이대로는 공멸”(「지구주민평의회가 만들어진다면」)이라는 시인의 예견이 서늘하게 와 닿는다. 시인은 “다른 존재들을 멸종시키면서 스스로 멸종위기종이 되어가는 우리”(「마스크에 쓴 시 12」)의 현실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어떤 일을 더 하거나 덜 하며 살아야 할지”(「사랑하여 쓰게 된 가계부」) 고민하면서, 자본에 물든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병든 세계를 정화하고자 한다.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지 25년, 시력 사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시인은 ‘일상의 혁명’을 실천하는 문학인으로서 촛불 집회, 용산 참사, 희망버스, 강정마을, 세월호 등 시대의 아픔에 적극 동참해왔다. 시인은 이제 “인간이 만든 세상의 참혹함” 속에서도 활짝 꽃 피는 “작고 여리고 홀연한 아름다움들”과 “고통에 연대하는 간곡한 마음들”(시인의 말)을 고스란히 심장으로 옮겨놓는다. 전작 시집에서 “모든 시는 진혼가이자 사랑의 노래”라고 말했던 시인은 이제 “시로 눈물과 기쁨과 위로와 아름다움이 되는 자리를 돌보는 일은 시인의 소중한 책무”라고 이야기한다. 고통과 절망과 분노가 쌓여가는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며 “살아 있는 동안 쓰는 일을 계속할 뿐”(「하나의 환상처럼 quasi una fantasia」)인 시인의 ‘무한한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저자

김선우

김선우(金宣佑)시인은1970년강원강릉에서태어났다.1996년『창작과비평』에「대관령옛길」등10편의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혀가입속에갇혀있길거부한다면』『도화아래잠들다』『내몸속에잠든이누구신가』『나의무한한혁명에게』『녹턴』,장편소설『나는춤이다』『캔들플라워』『물의연인들』『발원:요석그리고원효』,청소년소설『희망을부르는소녀바리』,청소년시집『댄스,푸른푸른』『아무것도안하는날』,산문집『물밑에달이열릴때』『김선우의사물들』『어디아픈데없냐고당신이물었다』『부상당한천사에게』『사랑,어쩌면그게전부』등을펴냈고,그외다수의시해설서가있다.현대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고정희상,발견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푸른발부비새,푸른발로부비부비
혁명력의시간,로도스의나날
개가짖는이유
티끌이티끌에게
천문의즐거움
작은신이되는날
새처럼자유롭고싶다고?
하필여기서죽은이를위하여
비의열반송
사랑하여쓰게된가계부
지구주민평의회가만들어진다면
시인과의대화
오늘은없는날
무신론자의기도

제2부
쉬잇!조심조심동심앞에서는
지구라는크라잉룸
오늘만난시집의가제를「평의회의아름다움」이라고적어두었다
하나의환상처럼quasiunafantasia
눈물의연금술
돌담에흥건한절규같이
내따스한유령들
어떤날의처방전
일반화된순응의체제1
일반화된순응의체제2
일반화된순응의체제3
울어주는일,시를쓰는일
대숲에서
이제나뭇잎숭배자가되어볼까

제3부
마스크에쓴시1
마스크에쓴시2
마스크에쓴시3
마스크에쓴시4
마스크에쓴시5
마스크에쓴시6
마스크에쓴시7
마스크에쓴시8
마스크에쓴시9
마스크에쓴시10
마스크에쓴시11
마스크에쓴시12
마스크에쓴시13
마스크에쓴시14

제4부
걷다가문득멈춰나무가된고양이는아니지만
보르헤스와보낸15일
투표인증숏을보낸벗에게
새들의모텔에서배운마술
코즈믹호라이즌,이바람속에는
차이와반복,혹은바다와돌
다시광장에서는
개와고양이와화분과인간이있는풍경
편히잠들려면몸을바꿔야만해
깃털하나를주웠다
몸이라불리는장소에관하여
눈,비,그래서물한잔
그러니까사랑은,꽃피는얼룩이라고
벚꽃잘받았어요

해설|송종원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김선우시인과의짧은인터뷰

-『녹턴』이후5년만의신작시집입니다.여섯번째시집의출간소회를듣고싶습니다.
각별합니다.등단25년이되었고,오십세가넘었고,별안간아파졌고,‘나이들어아프면고향을찾아치유해야한다’는속설처럼고향에와서1년간요양을했고,회복기에접어들면서시집원고를마무리했습니다.대관령,바다,남대천을곁에두고1년을지내면서왜선인들이아프면고향에가라고했는지알겠더군요.내몸이비롯된곳의기운에나를맡기는과정이내몸의치유에필요했구나싶습니다.열아홉살에고향을떠나독립한이후30년이지나처음으로고향에서‘시인의말’을썼네요.강렬한리셋의느낌같은게있습니다.

-이번시집에실린연작‘마스크에쓴시’를통해팬데믹시대를살아가는시인의사유를읽을수있었습니다.그간어떤시간을보내셨을지요.
실은시집출간일정이작년여름으로잡혀있었어요.팬데믹이시작되었고,팬데믹시대를살아가는시인으로이불길한전염병시대를어떻든시로돌파해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팬데믹시대의사랑’이라는가제를달고시를쓰기시작했어요.분량이좀되는서사시가되겠구나,싶은느낌으로시작했습니다.새로쓴시를포함시켜서시집을내야한다는일종의책임감이있었고요.전세계상황을모니터링하면서시인의몸을유지하는동안점점입맛을잃어갔어요.숙면을취할수없는상황이되었고요.사실이런경험이이전에도있었기때문에처음엔그냥한동안힘들겠구나정도로만생각했어요.4대강공사를시작하던봄에도,세월호참사가있던봄에도비슷한경험을했으니까요.입맛이없어지고뭘먹을수없는상태가지속되면서몸무게가7~8킬로그램정도빠졌다가두어달에걸쳐회복한전력이있었기때문에그런가보다했습니다.
그러다가루이스세풀베다가코로나19로사망했다는소식을외신을통해봤어요.세풀베다는동시대해외작가중에아룬다티로이와함께제가특별히응원을보내온작가입니다.단지좋아하는작가를잃었다는것에서그치는게아니라,인류앞에닥친이팬데믹상황이결국어떤지구적파국앞에서멈출것인가에대한기시감을그의죽음을통해서전달받은느낌같은게있었어요.그때부터상황이급격히안좋아졌습니다.물을먹어도체하는상태가되어버리더군요.결국대학병원에입원해열흘간수액을맞으면서각종검사를해야했어요.아이러니한건,경미한위염과식도염을제외하곤모든장기들에기능적문제가없다는진단을받았는데나는말할수없이괴로운상태로퇴원을했고,퇴원후몸무게가더빠져서원래몸무게에서10킬로그램쯤빠진채로고향식구들곁으로온거죠.병리학적으로는아무문제가없는데몸에서원기가소진된상태,내몸의생체에너지가15퍼센트정도남은것같다고느끼는상태에서생체에너지를80퍼센트정도로끌어올리기까지꼬박1년이걸렸습니다.
올해봄컴퓨터앞에앉을수있을정도의기력이회복되었을때부터‘팬데믹시대의사랑’을다시작업했는데,긴분량의서사시보다는쪼개어연작시로가는게낫겠다고최종판단을했습니다.제목을‘마스크에쓴시’로바꾸고한부전체를연작으로배치하고나니기존에써두었던원고중에빼놓은시들도꽤됩니다.시집전체의흐름에서부가적인느낌이조금이라도드는시들은다빼두었어요.다음시집에실리거나아니면그냥서랍속에서묵히게될수도있는시들이지요.지난1년간배운게많습니다.무엇보다큰공부는,‘나는삶을사랑한다’와‘나는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다’라는두문장이어떤괴리나모순됨없이공존가능하다는것을온몸으로경험했다는것.40대까지는사회적스트레스가몸에미치는악영향을그럭저럭견뎌낼수있었으나50대부터는그게불가능하다는것을인정해야한다는것.지금은1년전몸무게를회복한상태이고매일두시간씩걷고있습니다.

-‘시인의말’중“인간이만든세상의참혹함.그럼에도존재하는어떤아름다움들”이라는문장이인상적이었습니다.시집의제목인‘내따스한유령들’과연결해서생각하면더의미심장하게다가오는문장인듯합니다.이와관련하여,이번시집을엮으면서가장중요하게생각하신부분이나특징은무엇인가요?
흔히시인을일컬어‘잠수함속의토끼’에비유하지요.고전적인비유이지만시인으로사는삶은이운명에서그다지자유롭지않아요.말그대로입니다.인간이만든세상은참혹해요.이백여년간지속해온자본주의질서가다다른세상의실상을보세요.지구적파국이목전입니다.5년전시집『녹턴』이나온이후강연을할때면,이대로라면인류가100년후를기약할수있을지모르겠다는이야기를하곤했어요.불과5년사이에상황은더나빠졌어요.이제저는‘이대로라면인류가50년후를기약할수있을까요?’라고물을수밖에없는현실속에있습니다.잠수함속의토끼로서말이지요.
이총체적인참혹함속에서도여전히태어나는아이들이있고,우리는살아가야합니다.우리를살게하는힘,그것은무슨거대한정치경제적야망과는아무상관이없어요.오늘내곁의다정한한사람,한마디말,따스한손길,세상이이토록엉망이어도여전히뭇생명에대한경외를지닌사람들의겸손함,사랑의마음,인간을포함한모든생명의고통에공명하고연대하려는작은사람들의간절함,이런아름다움들이세상을지키는진짜힘이라고저는믿습니다.우리주변도처에존재하는따스한유령들을좀더가까이불러오고싶었어요.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앞서말씀드린‘마스크에쓴시’연작은‘내가이시들을결국살아냈구나’싶은마음이들어서애착할수밖에없고요.실은,시집이이제막출간된입장에선시집속의모든시를애착할수밖에없습니다.아직탯줄이덜끊어진상태거든요.

-차기작등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작년1월에마쳐놓은소설이있습니다.원고지1200매정도분량으로일단초고를마치고이후에시집원고작업을하다가아프기시작해서그원고를전혀손대지못했어요.이제시집을마쳤으니그소설의퇴고를천천히해나갈생각입니다.아직기력이완전히돌아온게아니어서,가을쯤엔독자분들을만날수있을정도로체력을만드는일이무엇보다중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