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 창비시선 462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 창비시선 462

$9.00
Description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 지속되지 않아도
그곳이 어디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
궤도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빛나는 생활의 감각
충만한 미래를 향한 젊은 시인의 다채로운 시선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강지이 시인의 첫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설치 작가의 설계도를 방불케 할 정도의 참신한 공간”(장석남, 추천사) 안에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시적 상상력과 감성적 언어로써 삶의 흔적들을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하면서 ‘지금-여기’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의 문을 열어젖히는 이채로운 시편들을 선보인다. 독특한 화법과 개성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행과 행 사이를 과감하게 건너뛰는 여백의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삶의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감각과 시선은 색다르다. 시인은 “나는수평으로함께잠겨보려고합니다”(「VOID」)라고 말하면서 ‘지금-여기’의 현실 안에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이루어내고자 한다.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여름」)가 공존하던 어느 한 순간의 추억을 단지 재현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면에서 숨 쉬는 존재들을 다시금 불러내어 세계를 탐색해나간다. 시인은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지속되지 않아도” “발이 들어맞을 수만 있다면//그곳이 어디든 이렇게/서 있을 수 있다”(「설국(雪國)」)는 긍정의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시선을 옮겨간다. “빛나는 물”(「궤도 연습 3」) 위를 “고요하게 헤엄치는 나뭇잎과 나뭇가지”(「수영법」)처럼 뻗어나가는 자유로운 생각들을 펼치며 삶의 변화를 꿈꾸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
삶의 일정한 틀에 갇힌 채 살아가는 시인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이상한 일들이 매번/일어나는”(「명랑」) 현실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수압」)라고 말한다. 때로는 “부당하다 느껴도 아무 항의를 할 수 없고 해도 소용이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초록의 뼈」)다는 비애감에 젖기도 한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성능 상태 60% 미만”인 무력한 상태에서도 시인은 “남아버린 그 거대한/시간들을 나는//지내야 한다//꺼지지 않아야 한다”(「Plastic Home ground」)는 의지를 다진다. 그와 함께 삶을 옭죄는 틀에 틈을 내면서 “오늘은 내가 매번 살아 있고/그것이 이상하다는//생각을 시작/시작//시작한다”(「수압」). ‘시작’이라는 말이 행을 달리하여 세번이나 쓰인 이 독특한 어법을 문학평론가 김태선은 “생각을 시작(始作)하고 시작(試作)하고 시작(詩作)한다”로 해석한다.
시인은 자신을 가리켜 “나는 물속에서/잃어버린 것을/나무 속에서 찾는 사람”(「설국(雪國)」)이라 했으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더이상/얽매여 슬퍼하지/않”(「바다비누」)기로 하면서 현재 속에서 “열심히 무엇을 쓰려고”(「비가 지나가면 알림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집 마지막에 이르러 여백으로 표현된 ‘큰 공간’과 만나게 된다. ‘VOID’는 빈 공간을 뜻하는 건축 용어이다. 그러나 시인이 구성해낸 이 공간은 단순히 텅 비어 있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삶의 본질과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잠재성의 공간이다. 미래를 향해 열린 이 ‘시작’의 공간에서 시인은 “어떻게든,/아무쪼록/잘 살자”(「VOID」)는 간절한 소망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시인의 말)는 믿음을 간직한 채 새로운 마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진실한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저자

강지이

1993년대전에서태어났다.2017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여름
새의밤
한눈팔기
VOID
산책
서랍
수영법

궤도연습1
그림자극장
베개
그리고너는생각했다
명랑
PlasticHomeground
통로
야간비행
궤도연습2
수술
남겨진사람들
망원경과없는사람
구구의약력
궤도연습3
이곳에서보는첫번째

제2부
초록의뼈
Mobiles
수압
자장가
VOID
Turquoise
돌고래
밤나무뒤동물의형형한
비가지나가면알림을
바다비누
LEGO
사찰가는길
설국(雪國)
궤도연습4
캠핑일기
여름샐러드
겨울
VOID

해설|김태선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삶의풍경과사물을바라보는시인의감각과시선은색다르다.시인은“나는수평으로함께잠겨보려고합니다”(「VOID」)라고말하면서‘지금-여기’의현실안에서새로운시간과공간을이루어내고자한다.“상한우유냄새”와“따뜻한밀가루냄새”(「여름」)가공존하던어느한순간의추억을단지재현하는데머무르는것이아니라삶의이면에서숨쉬는존재들을다시금불러내어세계를탐색해나간다.시인은“물처럼투명히빛나는날들이/지속되지않아도”“발이들어맞을수만있다면//그곳이어디든이렇게/서있을수있다”(「설국(雪國)」)는긍정의마음으로내일을향해시선을옮겨간다.“빛나는물”(「궤도연습3」)위를“고요하게헤엄치는나뭇잎과나뭇가지”(「수영법」)처럼뻗어나가는자유로운생각들을펼치며삶의변화를꿈꾸는새로운이야기를써나간다.

삶의일정한틀에갇힌채살아가는시인은“잘못한게하나도없는데/이상한일들이매번/일어나는”(「명랑」)현실상황속에서“아무것도할수가없어”(「수압」)라고말한다.때로는“부당하다느껴도아무항의를할수없고해도소용이없는무언가가되어버렸”(「초록의뼈」)다는비애감에젖기도한다.그렇다고절망에빠져드는것은아니다.“성능상태60%미만”인무력한상태에서도시인은“남아버린그거대한/시간들을나는//지내야한다//꺼지지않아야한다”(「PlasticHomeground」)는의지를다진다.그와함께삶을옭죄는틀에틈을내면서“오늘은내가매번살아있고/그것이이상하다는//생각을시작/시작//시작한다”(「수압」).‘시작’이라는말이행을달리하여세번이나쓰인이독특한어법을문학평론가김태선은“생각을시작(始作)하고시작(試作)하고시작(詩作)한다”로해석한다.

시인은자신을가리켜“나는물속에서/잃어버린것을/나무속에서찾는사람”(「설국(雪國)」)이라했으나잃어버린시간을찾기위해과거로돌아가려는것은아니다.“일어나지않은일에더이상/얽매여슬퍼하지/않”(「바다비누」)기로하면서현재속에서“열심히무엇을쓰려고”(「비가지나가면알림을」)한다.그리고우리는시집마지막에이르러여백으로표현된‘큰공간’과만나게된다.‘VOID’는빈공간을뜻하는건축용어이다.그러나시인이구성해낸이공간은단순히텅비어있는곳이아니다.다양한형태로자유롭게움직이면서삶의본질과의미를새롭게인식하는잠재성의공간이다.미래를향해열린이‘시작’의공간에서시인은“어떻게든,/아무쪼록/잘살자”(「VOID」)는간절한소망과“우리에게무슨일이있고,또있었더라도/우린앞으로잘달릴수있다”(시인의말)는믿음을간직한채새로운마음으로온전히자기자신으로살아가는진실한삶을꾸려나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