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정다연 시집)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정다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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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을 응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탁월한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온 정다연 시인의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소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현대문학 2019) 이후 2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서 시인은 “정돈된 아름다운 언어들”(조대한, 해설)로 세계에 만연한 폭력과 거기에 굴하지 않는 연대의 마음을 펼쳐낸다. 미래를 낙관하지도, 그렇다고 현재에 좌절하지도 않는 이 시들은 “읽는 이의 가슴 복판을 지그시”(박연준, 추천사) 누르며 공공연한 차별과 편견을 함께 이겨내는 걸음에 독자를 동참시킨다.
저자

정다연

저자:정다연
2015년??현대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가내심장을느끼게될지도모르니까??가있다.

목차

제1부깜빡졸았다세상의중심을향해
홀리데이
에코백
전쟁과테러
새비징
크럭스
층간소음
이사
표백
동락
국경일

제2부지금은상영할수없습니다
커트피스
무기력
빌딩
전환
지금은상영할수없습니다
세번울어라
어항
유기
셰플레라


제3부양눈에가득담긴구름의방식으로
あなたが日本人だったらもっとよかったのに
러프컷
버닝
알전구
여자는시베리아허스키를키울수없다
성지순례
제라늄
사랑의모양
네가둥근잔에입술을댈때
가정
여진(餘震)

제4부눈물이무한대로가득차서우리는부력으로떠오를수있다
유리로만든관
큰새장
흑백필름
어머니가어렸을적에
분갈이
얼음
사람들
흙먼지
월화수목금토일
천사가지나가는동안
익스트림클로즈업
호명되지않는기쁨
우리걷기를포기하진말자

해설|조대한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춥고낯선세계,
당신의비명을외면하지않는시
“맑게퍼지는주문같은정다연의목소리”

이시집에는손쉬운위로또한없다.“힘을빼그러지않으면더아파”같은충고는“쉴틈없이때리는//다정한말”일뿐임을알기때문이다(「크럭스」).정다연시의“비밀”은“거리조율”에있다고한것에서알수있듯(추천사),함께하기위해서는적당한거리가필요하다는메시지가시집이곳저곳에서발견된다.“나의너무많은최선이식물을괴롭히지않도록//거리를둔다”(「셰플레라」)라거나“아주커다란침대를사자.서로의윤곽이마음껏흘러갈수있도록”(「가정」)같은구절은그래서더깊은뜻을담고있다.시인은“네곁에다가갈수록”“널다치게”할지도모르는잠재적가능성을알고있다(「익스트림클로즈업」).이는무언가를피사체로두고언어를세공하는시인이지녀야할윤리와도통하는바가있다.
『서로에게기대서끝까지』를읽다보면어느새타인을위로하기위해서는“밥과약을잘챙겨먹고”(「흑백필름」)스스로의일상을지켜야한다는생각이든다.그것이가능할때비참한삶의벼랑끝에서무수히쏟아지는“당신의비명”(시인의말)을외면하지않을수있음을알게되는것이다.이시집을“읽으면,마지막장에서열개,스무개,서른개의발자국이종이바깥까지계속이어져펼쳐지는장관을볼수있다.”(추천사)세상의편견과부조리에저항하는따뜻한방법을독자들이나눠가지게되기때문인데,이것이바로‘서로에게기대서끝까지’갈수있는힘이다.혼자의삶을우리의삶으로묶어내는정다연시의무궁무진한가능성도이힘안에숨어있다.


정다연시인과의짧은인터뷰

-이번시집으로정다연시인을처음만나게될독자들을위해간단히자기소개를해주실수있을지요.평소의일상그리고시를쓰는날들에대한이야기도궁금합니다.

시를쓰는정체성을중심에두고있지만2년째유튜브채널「문장입니다영」의진행을맡고있기도하고,계절마다우편을보내주는일도하고있습니다.만나뵙게되어서반가워요.저는단출하게살아가고있어요.아침에일찍일어나반려견밤이와산책하고도서관에출근합니다.최근에는시말고도에세이와장편동화를쓰는데많은시간을보내고있어요.시를쓸때는굉장히부지런해져서책도많이읽고산책도열심히합니다.먹을것도잘챙겨먹고요.시를쓰는건여러모로힘이드는일이지만최대한건강하고기쁘게또치열하게쓰려고노력하고있습니다.

-시「익스트림클로즈업」의구절“서로에게기대서끝까지”를시집의제목으로삼은이유가궁금합니다.제목을어떻게짓게되었을까요?

쓸때만해도이구절이시의제목이될지는몰랐어요.수십번읽어보고수정하면서나름대로제목을상상해보기도했는데,그때는전혀눈에띄지않았거든요.이제목은편집자선생님께서추천해준제목중하나였습니다.제목을보는순간이거다!했는데,놀라웠어요.시를쓴저도미처발견하지못한한조각을타인이건네주는것같은경험이었습니다.그리고그때이시집이저에게어떤의미를지니는지다시깨닫게되었어요.서로에게기대서미지의곳으로끝까지걸어가보는일,타인이건네주는가능성을기꺼이받아들이고고립된자아를허물어개방하는일이요.혼자서는생각하지못했던제목을누군가가열어준것처럼,이시집도다른사람에게그런시집이될수있다면정말기쁠것같습니다.

-초판한정커버에실린문구“불현듯건너편의사람은당신이아름답다고생각했다”도시의일부(「천사가지나가는동안」)인데,이구절이탄생하게된계기도궁금합니다.

이시의화자는혼자만의생각에깊이잠겨있는데.그가자신을둘러싼세계에골몰하는동안미처생각하지못한자신을건너편의누군가가바라보고,발견해주는장면을생각하며썼어요.이렇게쓰고보니시집제목의맥락과묘하게겹쳐지는듯합니다.나로서는발견하지못하는내모습을타인이발견해주는그순간또다른세상이열린다고생각해요.그만큼귀한순간이있을까싶고,이시집을펼친분들에게가장먼저건네고싶은말이어서정하게되었습니다.

-시집맨앞에실린반려동물에게보내는헌사가인상적이었어요.책에이문구를넣겠다는생각을어떻게하게되었을까요?

사실가장먼저정한게이헌사였습니다.이문구를넣겠다는결정은단한번도흔들린적이없어요.첫시집출간직전에반려견아롱이가급작스럽게세상을떠났습니다.그시기를통과하는것이무척괴로웠어요.아롱이가첫시집을준비하는동안저를떠나지않고지켜준것이라는생각을지울수가없습니다.비슷한시기에반려동물을떠나보낸친구들과이야기를하면서느낀것은,그들이느끼게해준사랑이어느누구에게도받아보지못한방식이었다는것입니다.그래서떠나보낸것은너무마음이아프지만그들이안겨주고간큰사랑이있기에그온기로마음을일으키는것이고요.이시집을쓰는동안저는인간의힘으로만서있지않았습니다.아롱이가제게남겨준것,지금함께생활하고있는반려견밤이가제게보태준커다한힘이있기에서있을수있었어요.

-표지화를직접그렸다고들었습니다.평소에그림을좋아하시는지,그림을그릴때와시를쓸때의정다연시인은어떻게다른지궁금합니다.

아롱이가떠나고나서슬픔을정면으로마주하기위해그림을배웠습니다.그인연이계속이어져서지금은일년넘게화실에다니고있어요.일년간은아롱이만그리다가요즘에코끼리도그려보고,닭도그려보고있습니다.최근에는컴퓨터로그림을그리는법도배우고있어요.시를쓸때는스스로에게많은질문을던져요.하고싶은말이무엇인지끊임없이물어봅니다.그림을그릴때는물음을갖기보다는제가그리고있는대상에온전히집중합니다.내가한존재를이렇게까지관찰한적이있나싶을정도로주의깊게살펴보는것같아요.그리는대상의털은어떤결로흐르는지,바람과빛의방향은어떠한지,무늬는어떠한지요.그렇게그리다보면어느새그리고있는대상에깊이애착을느끼게됩니다.시쓰는정다연이온전히스스로에게집중한다면그림을그리는정다연은대상에집중한다는점이다른것같습니다.물론극과극이닿아있듯서로만나게되기도하지만요.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립니다.

무척어려운질문인데,제가쓴시에애착이있기도하지만,무엇보다도내가정말그시를좋아하는건지,남이좋다고하니그시가좋아진건지잘구분하기어려운것같아요.그럼에도하나를들자면「에코백」을꼽을수있겠습니다.쓰면서제세계가변화하고있구나,확장되고있구나몸으로많이느끼기도했고요.변화하는제세계에대한,작지만귀중한믿음을실어준작품이어서애착이가요.

-‘시인의말’에서“언제까지고자랄수있을것같다/수많은눈을뜰수있을것같다나에게그만큼의눈이있다는걸믿을수있을것같다”라는구절을읽고시인의미래가궁금해졌습니다.앞으로의활동방향이나삶의계획등이궁금합니다.

시인의말에대해서말하는것이조심스럽습니다.사실이시는누군가에게보내는편지이기도해요.제가누군가에게이런편지를보낼수있게된것은그사람뿐만아니라저를스쳐간무수한타인들이제게보내준믿음이있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고생각해요.저는혼자서있는존재가아닙니다.많은존재들의도움을받고있어요.그것을잊지않고세상과접해있는내면의눈을하나씩떠가는것이,그렇게살아가는것이제게는중요하다고생각해요.그리고한가지더덧붙이자면,더많은가능성을상상할수있는사람이되고싶어요.언젠가지면에서저는상상력이부족한사람이라고쓴적이있어요.세상에대한상상력,타인에대한상상력을포함해자신에대해서도더많은상상을할줄아는사람이되었으면싶습니다.달리는사람에게땅이확장되듯이먼곳까지가보는넓은사람이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