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이종민 시집)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이종민 시집)

$9.00
Description
이름을 부르면 기대하게 된다
온 세상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지워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예감”

가벼운 산책을 하며 꺼내보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이름들
새로운 가능성을 부르는 투명한 목소리, 이종민 첫 시집.

2015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대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과 선명한 감각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어법의 시세계를 찬찬히 다져온 이종민 시인의 첫 시집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정밀하고 투명한 언어로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목소리에 담아낸다. 또 때로는 “중요한 말을 빼놓고 지속”(시인의 말)되는 삶의 진실한 의미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시적 사유의 힘과 “모든 것이 낯선 존재와 하나가 되어가는 탐색의 과정”(이수명, 추천사)이 정교하게 드러나는 진솔한 시편들이 울림 속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침묵의 언어로써 삶의 순간순간을 관조하며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종민의 시는 “현실을 향한 비애”이거나 “슬픔이나 우울의 작은 조각”(최현우, 발문)과 같다. 시인은 시의 문장과 문장, 행간과 행간 사이마다 침묵을 문장부호처럼 찍어두고, 일상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편린을 침묵 속에 숨겨둔 채 “그대로 두기로” 하면서 “자, 이것이 내 마음입니다”(「정원사의 개인 창고」)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무거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에게만 닥친 특별한 불행이 아니기에, 누구나 겪는 일상의 풍경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도 않는다. 다만 “험한 벼랑이 이어”지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야 마는 일들”(「초입에서 발견된 페이지」)이 지속되는 삶의 장면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기억 속에 온전히 새겨둔다.
저자

이종민

이종민(李鐘旼)시인은2015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트랙
가늠하다
투서
투어리스트
목도
그림자밟기
아무도보여주지않은그림
호시절
그린그림
연쇄
중턱에서발견된페이지
수와기대
지금부터숨참으세요
하(霞)
찢어진페이지
정원사의개인창고

제2부
가벼운외출
보호색
메시지를남겨주세요
야생의마음
주인은힘이세다
입술을빌려서
파티
예감은틀리지않아
식탁의최선
교통과재난
테이블
놓고오기
없는데있어
개점휴업
심령사진
대합실
밥무덤
착하고쉬운
200529
레이트체크아웃
주말
제4의벽
노래가시작되면

제3부
초입에서발견된페이지
보호색
기념
우리를말하면멀어지는
언젠가당신도죽겠지요
부르는사람
따라부르는사람
혁명은사랑에서부터
말을걸어오는나무2
띄어쓰기
기지개를켜다
보호색
나들이
그림의뒷면은언제나비어있고
우리가문장이라면
히든페이지
바다를건너는일은지구를이해하는일이
되지않는다
메아리가울린다
당신이이겼어
나를위해쓰인
투서

발문|최현우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익숙한풍경에메아리치는낯선예감
그산뜻한울림에서시작하는맑고넓은미래

“내일을꺼내려하면어제의보풀이일어”나고“손을넣었다빼면뒤집히는주머니”(「가벼운외출」)같은‘오늘’을살아가는삶은인생의거친바다를건너는것과같다.그래서인지이시집에는‘물’이자주등장하고,다양한이미지로형상화된다.침묵의시간을끈질기게견뎌온시인은“물은색이없”지만“물의색은많다”(「연쇄」)는깨달음에이른다.“파도뒤에는더큰파도가있”(「바다를건너는일은지구를이해하는일이되지않는다」)고“바다는결코잠잠해지지않을”(「가늠하다」)지라도시인은기꺼이그바다를건너미래로나아가고자한다.
삶에대한시인의성찰과감각은“벽너머의존재”(「투서」)를응시하고,“‘아름다운노을’과‘노을이아름답다’의차이를생각”(「찢어진페이지」)할만큼예민하고냉철하다.침묵의언어로통증의시간과삶의흔적들을차곡차곡쌓아올린이‘시의집’에서시인은“지금의나는좋아지는중”(「기지개를켜다」)이라는긍정의마음으로“이제야조금알것같은”(시인의말)삶의의미를되새겨본다.“누군가꾸어야하는악몽을대신”(「정원사의개인창고」)꾸기도하면서“언젠가당신으로도살아보기를희망”(「나를위해쓰인」)한다.그러니생의비밀을찾아가는시인의여정은아직끝나지않았다.
『오늘에게이름을붙여주고싶어』에서‘이름’은대상을다른무엇과구별하기위해쓰이는말이아니다.이름을부르는일은고정된의미에서벗어나새로운가능성을조심스레꺼내보는일이다.이시집과함께독자는늘익숙하게느껴지는계절과멈춰있는것만같은숲의이름을소리내어불러보게된다.그럴때지난가을혹은먼산의숲은생생한실감을지닌울림이되어다가온다.“뜻이없고소리만”(「말을걸어오는나무2」)남은그이름들은낯선예감이되어우리의삶에고요히메아리친다.이맑고산뜻한울림속에서독자는다른의미나목적을붙잡기위해헤매지않아도된다.이종민의시가만들어내는“온세상을다채우고도모자라지워버릴수도있을거라는예감”을쥐고서,우리는‘가벼운산책’을언제까지나이어나갈수있다.“마음에대한일도답을찾아야하는세상”(「보호색」)은여전히알수없는미로속이지만끝내는진실을알게되리라는믿음을간직하고서조심조심걸어나가는‘침묵의투어리스트’(최현우,발문)시인의발소리가사뭇경쾌하다.

이종민시인과의짧은인터뷰

-등단6년만에첫시집을묶게되셨습니다.처음만날독자분들께시인과시집에대해소개부탁드립니다.

2015년부터시를발표해온이종민입니다.반갑습니다.20대초반부터쥐고있던시들을30대가되어서야떠나보냅니다.이렇게여러분들에게소개하는데꼬박10년이걸렸네요.아마저보다시들이더긴장하고있을거예요.그런친구들이가득한책입니다.간혹손을떠는장면을목격한다든가,목소리가떨려잘못알아들으셔도귀엽다고웃어주시면이친구들도멋쩍게웃으며속으로오래고마워할거예요.

-시집의제목과초판한정커버에실린문구“나를잘아는사람이부르는내이름에는뜻이없고소리만있었다”에는공통적으로‘이름’이들어가있습니다.또여러작품에서이름을부르는장면이나오는데요.시인에게이름을붙이고또그이름을부르는일이란무엇일지궁금합니다.

이름을붙이고부른다는게참폭력적이면서도아름답고슬픈일같아요.사과는본인이사과라고불리고싶었을까요.제이름에는뜻이없어요.‘종’자가돌림자라서풀면이상한뜻이되어버립니다.처음에는싫었는데지금은꼭그렇지만도않아요.좋아하는사람이제이름을불러주면그게또좋거든요.아무뜻도없는‘종민아’라는세글자안에많은뜻이다담겨있는거같아요.그럴때면더많이불리고싶다는생각이들어요.
시집에담겨있는시들도다그런식으로지어졌습니다.무언가말을걸어오고있다는느낌이들때가있어요.길을지나갈때나무가전하는말과잠을잘때창문이속삭이는,아무도들을수없는말을나혼자들은게아닐까생각해요.‘내가잘할수있을지는모르겠지만어떻게든열심히해볼게’라는마음으로붙인이름들이에요.이상한이름을붙여준게아닐까미안한마음이자주들지만최선을다했습니다.여러분들마음에도드셨으면좋겠습니다.

-시「투어리스트」의구절“강아지풀이강아지풀을만들고/구름이구름을구경한다”처럼산책을하며자연의풍경을지그시바라보는듯한순간이시집에자주등장합니다.일상속에서풍경을바라보고그것을시로쓰는일은시인에게어떤의미인가요?

큰의미를두지않고하는일인것같아요.뭔가를보고쓰려는것에큰의미를두면거창하고부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그래서인지평범한일상이주로등장하는것같네요.설령쓰는일이의미가있더라도누군가에게는아무것도아닌거라고항상생각합니다.그래야좋아하는일을실망하지않고오래할수있는것같아요.

-이번시집에서특별히애착이가는작품이있다면그이유와함께소개부탁드립니다.

이시집에60여편의시가있는데요.특별한시가몇편있지만밝히지않으려고해요(혹시라도시들이들을수도있어요).쉽게쓴시도있고오랫동안쓴시들도있습니다.그중에서는정말오래붙들고있어서마치진짜사람처럼느껴지는시도있어요.

-시집발간이후계획이나새로운목표가있으시다면독자분들과나누어주시길바랍니다.

지금제삶이좋지도,나쁘지도않은것같아서계속이렇게유지가되었으면좋겠고요.아,생각해보니까해외여행을한번가보고싶어요.제가아직한번도해외에나가본적이없어서요.그렇게또몇년지내다보면누군가의이름을부르는날이오지않을까싶네요.그게독자분들이면더좋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