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1970년경북김천에서태어났으며,고려대국문과와동국대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시『처서處暑』외9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수런거리는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발달』,『먼곳』,『우리들의마지막얼굴』,『내가사모하는일에무슨끝이있나요』,시해설집으로『포옹』,『어느가슴엔들시가꽃피지않으랴2』,『우리가슴에...
제1부꽃첫기억음색(音色)종소리아버지와암소아버지의잠별미(別味)그녀가나를바라보아서수평선봄산뿌리돌과돌그림자가을은저쪽에산가(山家)초저녁별나오시니눈보라항아리겨울엽서눈길설백(雪白)제2부낙화진인탄초원에서낮과밤아침은생각한다새와한그루탱자나무가있는집봄비볼륨제비1제비2지금은어떤음악속에감자하품밥값가을비속에그때에나는낮달을볼때마다첫눈눈사람속으로제3부꽃과식탁백사(白沙)를볼때마다이별봄수련이피는작은연못에오면여름소낙비그치시고방울벌레가우는저녁에미련스럽게선래(善來)새야나의지붕점점커지는기쁨을아느냐봄소식상춘(賞春)오롬이1오롬이2동화(童?)오월제4부삼월새와물결너에게바람과나무늦가을비나의흉상유월여름산여음(餘音)마지막비겨울밤어부의집발자국대양1대양2요람감문요양원새봄해설|이경수시인의말
“아침은생각한다밤새뒤척이며잠못이룬사람의깊은골짜기를”서정시의정수를보여주는문태준의역작자연과더불어살아가고자하는선한마음이깃든단아한시편들간결한언어와투명한이미지로서정시의정수를보여주며수많은독자들에게사랑받아온문태준이여덟번째시집『아침은생각한다』를창비시선으로출간했다.4년만에펴내는이번시집에서시인은자연과인간이공존하는세계의아늑한풍경을섬세한필치로담아낸다.뭇생명들의품속에서삶의순간들을바라보는그윽한시선과자연과더불어살아가고자하는선한마음이깃든단아한시편들이따뜻한정감을불러일으킨다.“공들임의언어”와“공들임의마음”(이경수,해설)으로빚어낸한편한편의시를시인의포근한숨결을따라읽다보면어느새몸과마음이정화되는느낌으로충만해진다.팬데믹시대에서돌봄의연대를실천하는생태적상상력시인은아득한유년의기억속으로우리를안내한다.시인이이끄는대로따라가다보면우리는문태준시의원천이어디에서비롯된것인지그비밀을엿보게된다.세살무렵누나의등에업혀잠이들었을때들려오던“누나의낮은노래”(「첫기억」)가자신을시의세계로이끌었음을고백한다.또유년의풍경속에서풀짐을지고오시던아버지를추억하며늙은아버지를향해연민과존중의마음을드러내기도한다.자연과더불어자란유년의체험이고스란히녹아있는이번시집에는꽃과새가자주등장한다.시인은‘식물-되기’와‘새-되기’의상상력을통해자연과동화되는모습의절정을보여준다.시인은세상의모든존재들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음을일깨우며공감과연대의세계를보여준다.자연의일부로서뭇생명과함께살아가는소박한삶에서시인은“어린새가허공의세계를넓혀가듯이”“점점커지는기쁨”(「점점커지는기쁨을아느냐」)을느끼기도한다.생태적상상력이깃든문태준의시는오늘날팬데믹시대를살아가는우리가지속가능한삶을꿈꿀수있는가능성을보여준다.특히표제작「아침은생각한다」에서는‘아침’이생각하고말하는행위의주체로등장한다.“난바다에서돌아오지않은어선은없는지”굽어보고“삽을메고농로로나서는사람의어둑어둑한새벽길을”생각하며“밤의적막과그이야기를다듣지못한것은아닐까”반성한다.그간시인이써온서정시를따라읽어온독자라면‘나’가아닌‘아침’이주체로등장하는이시가분명낯설게느껴질지모르겠다.인간이아닌,생명을지닌존재도아닌것에활기찬목소리를내어준이러한목소리는우리가자연의일부로살아갈뿐이라는메시지를생기넘치는긍정적인언어로보여준다.28년의시력을쌓아오는동안한결같은시심을유지하면서도시적갱신을거듭해온시인은최근목월문학상과정지용문학상을연거푸수상함으로써우리시단을대표하는시인으로서입지를더욱굳게다졌다.‘서정시의전범’이라해도손색이없는시인은그럼에도“흰종이에/까만글자로시를적어놓고/날마다다시/머리를숙여내려다”(「설백(雪白)」)보는겸손한태도를잃지않는다.덧없이흘러가는삶의그늘속에서도늘“환한쪽을바라”(「감문요양원」)보는그의시는“장문(長文)의밤/한페이지에켜둔/작은촛불”(「새봄」)처럼이세상의어둠을아름답게밝혀나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