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보다 높이 - 창비시선 473

심장보다 높이 - 창비시선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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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떤 기억은 심장에 새겨지기도 한다
심장이 뛸 때마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간다”
삶의 바닥에서 건져 올린 애도와 사랑의 비가(悲歌)
치열한 응시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일상 속 슬픔과 경계의 삶을 시로 담아내며 큰 주목을 받아온 신철규 시인의 두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로 “동시대 사람들의 깊은 상처와 슬픔에 다가”간다는 찬사와 함께 2019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심장의 박동과 같이 생명력 넘치는 목소리로 세계의 비극적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심장보다 높이』의 시편들은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절실한 언어로 그려내는 동시에 자신만의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타자의 고통에 닿으려 애쓴다. 시인은 고통으로 가득 찬 현실을 직시하며 폭력의 역사와 동시대의 눈물을 시에 담아낸다. 나와 타자의 슬픔을 엮고자 하는 의지와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비유가 묵직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심장보다 높이』가 전하는 진실한 마음은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온 절묘한 비유와 선명한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그는 연민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발성기관 없는 물고기처럼 뻐끔거리며 우는 사람”(「그을린 밤」)을 기억하고 인간에 대한 참된 이해에 이르고자 노력한다.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아주 연약한 거미줄에도 물방울은 맺”(「얇은 비닐 막을 뚫고 가는 무딘 손가락처럼」)히는 풍경을 그려내 독자와 함께 오랫동안 바라보고자 한다.
저자

신철규

저자:신철규
1980년경남거창출생.2011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시집『지구만큼슬펐다고한다』등이있음.

목차

제1부
세화
흐르는말
갇힌사람
심장보다높이
검은고양이
역류
침묵의미로
손안의새
그을린밤
복잡한사람
검은산책

제2부
빛의허물
다른나라에서
해변의눈사람
날짜변경선
얇은비닐막을뚫고가는무딘손가락처럼
약음기
무중력의꿈
공중그네
납작한파동
11월
불투명한영원

제3부
슬픔의바깥
만종
병원정문에서
슬픔의바깥
그날의구두는누구의것이었을까
어디까지왔나
슬픔의바깥
거미여인
굴렁쇠굴리는아이
적막
내귓속의저수지

제4부
뜨거운손
어항을깨뜨리다
인간의조건
악수
귀신놀이
단추를채운밤
검은악보
붉은바벨탑
폭우지난
엔딩크레디트도없이

해설|남승원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대의고통을기록하는절실한목소리

시인은“침몰이라는재난이후의세계”를살아가는고통의시간속에서도“타인의아픈심장에나의슬픈심장을맞추는”(김승희,추천사)윤리의식을바탕으로우리사회의슬픔을시로기록한다.시인에게슬픔은혼자만의것이아니고,타인의고통은나와무관한것이아니다.표제작「심장보다높이」는욕조속에서느끼는일상의작은통증,공포의감각에서시작해타인의슬픔을이해하고시대의폭력성에공분하는데까지이어지는연대의상상력을보여준다.“무너질수없는것들이무너지고가라앉으면안되는것들이가라앉았”던비통한시대적고통을증언하고슬픔으로이어진연대의끈을잇는다.
시인이기록하고자하는고통의목소리는오늘날의슬픔에국한하지않는다.예컨대「세화」에서시인은4·3사건의고통에대해무겁게적는다.화자가서있는곳은오늘날의제주,아름다운해변‘세화’이지만,시는“죽이려고하는사람들앞에서/살아남으려는사람들은어김없이폭도가된다”라는문장으로오랜시간이어져온폭력과끝나지않는슬픔을기억한다.그의시에서슬픔은일시적감정이아니라폭력이만들어낸피해의결과이며그실체가분명한현실의문제이다.그렇기에『심장보다높이』는“상처와고통의연대기”(남승원,해설)이자시대의고통을기억하려는비가(悲歌)이다.

부조리한사회구조에내재된폭력앞에속절없이무너져내려삶의벼랑끝으로내몰린채지금도울고있는사람이있는한시인은어떤위로보다도따뜻한“한줌의구원”(「병원정문에서」)을갈구하며시대의그늘을기록할것이다.신철규의시는다시,계속해서“물속에손을넣으려고하면/손을잡기위해떠오르는손”(「불투명한영원」)을향해뜨거운손길을건넨다.


작가의말

끊임없이맴도는말들과계속해서되뇌는말들.
투명한것이온도와밀도의변화에따라색을띠게되는것처럼
생각의집적과생각의경로에따라무게가달라지는말들.

그말들때문에여기까지왔다.

부족공동체의유일한생존자처럼
누구와도말을나눌수없는사람이
곧내가아닐까하는생각을곧잘한다.
어떤대화도혼잣말이되어가는것같다.

꿈에나오는것은다
지금내옆에없는것들이다.
잠시잠깐인간이되었다가
대부분의시간은인간이아닌채로살아간다.

미워할수없는사람들과
오해로점철된말들과
포기할수없는시간들이있다.
터무니없이부서진마음을그러안고인간의조각들을수습하고있다.

2022년3월
신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