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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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계속 꿈꾸는 소리나 하다
저 거리에서 자빠지겠네”
삶의 현장에서 투쟁하는 시인 송경동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
절망과 야만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사랑과 연대의 시
거대 자본의 폭력과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맞선 피 맺힌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해온 송경동 시인의 신작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노동시의 한 정점을 보여주었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2016)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네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결기와 끈기가 담긴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전위적이며 가장 불온한 시’(「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선보이며 지난 수십년간 차디찬 거리에서 노동자 민중과 함께해온 삶이 곧 시이고 문학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눈물겨운 투쟁의 세월 속에서 써내려간 시편마다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자본과 권력의 차가운 심장을 꿰뚫는 뜨거운 비수 같은 시집이다.

역사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삶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당당하게 노래하는 송경동의 시는 투쟁의 역사이자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참상을 증언하는 뼈아픈 기록이다. 농성과 투쟁을 이어나가는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발화하는 목소리이며, 오로지 소수의 독점만이 보장되는 자본주의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 맞서다 이름 없이 스러”(「토대」)진 이들의 유언이다. 시인은 사랑과 연대로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무장한 채 거리로 광장으로 앞서 나간다.
이번 시집에는 숨 가쁜 집회 시위 현장에서 낭독한 시가 유독 많다. 특히 5부에 실린 추모시들이 눈에 밟힌다.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대답해드리죠, 스님」)다는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시인은 숱한 죽음들 앞에 피눈물 어린 시를 바쳐야 했다. 용산참사 희생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황유미,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종로고시원 쪽방 희생자 등 이 땅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는 시인의 목소리가 비통하기 그지없다. 시인은 이 추모시들에 각주를 붙여 시에서는 하지 못한 뒷이야기와 참담한 현실의 실상을 낱낱이 기록해둔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과 목숨을 내놓는 극한의 단식농성과 점거 활동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일로 또 싸움에 나서야 하는 고단한 투쟁의 세월 속에서도 시인은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민중과 연대하며 자신의 삶과 투쟁이 자칫 편협과 아집에 빠지지 않을까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명분과 허세만 잔뜩 걸친 흉한 짐승이 된 건” 아닌지, “무슨 투사라도 되는 양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며/정작 속은 더럽혀온 건”(「목욕탕 순례기」) 아닌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내 것인 양 사유화하고/헐값에 팔아넘기는 사람은 되지 말자”(「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는 다짐을 가슴속 깊이 새겨둔다. 그리고 “내가 비로소 나로부터 변할 때/그때가 진짜 혁명”(「우리 안의 폴리스라인」)임을 힘주어 말하면서 모두가 온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가열한 의지를 가다듬는다.

“이런 시인 몇쯤 있어야 이 시대의 울화증 삭이지 않겠나”
꿈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냉소를 향한 옹골찬 목소리

시인은 한 지면에서 “내 삶이 어떤 문학사에 기록되는 것보다 경찰 ‘조서’와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기록되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영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판과 냉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꿈꾸는 소리나 하다/저 거리에서 자빠지겠”(「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다는 시인. “사랑과 노동과 헌신”이라는 “선한 힘을 나눠 받으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함부로 살지 않으려고”(시인의 말) 노력해온 시인. 모든 억압과 폭력과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해 시인은 다시 굳건한 약속을 세운다. 우리가 함께 어깨를 겯고 사랑과 연대의 길로 나선다면 마침내 진실과 정의가 이길 것이라고 소리치는 그 옹골찬 목소리에 이제 귀를 기울일 시간이다.
저자

송경동

저자:송경동
1967년전남벌교에서태어났다.2001년『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꿀잠』『사소한물음들에답함』『나는한국인이아니다』,산문집『꿈꾸는자잡혀간다』등이있다.천상병시문학상,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청소용역노동자들의선언
관변시인
강철은어떻게단련되는가
연루와주동
소설과철학의기원
검사의인정신문재구성
당신이양심수
포토라인
오늘난편지를써야겠어
대한민국예술원풍경
인간의양면

제2부
나무에게보내는택배
삶이라는도서관
당가(黨歌)
내안의원숭이를보라
우리안의폴리스라인
구두에대한조사
목소리에대한명상
목욕탕순례기
울지않는피아노
엄니의설날
나는그때아주작은아이였습니다
내삶의서재는
우리는공동체이기때문에
놀자놀자신명놀자

제3부
끝없이배우는일의소중함
채증카메라에올바로대응하는법
노동자변호사
약속대련
꿈꾸는소리하고자빠졌네
해산명령
당신들만의천국에서우리는내리겠다
그들을누가죽였지
‘결’자해지
노동자예찬
잊지못할여섯번의헹가래

제4부
토대
가장오래된백신
새로운세계를편집하라
평화의소녀상을세우며
조선의여자,주세죽
세상의모든밥집
고공은따로있지않다
영풍문고앞전봉준씨에게
새로운인류애로다시서로를무장하라
돼지열병

제5부
가는길험난하여도
소년정광훈
다른세계를상상하라
아무도그새벽을떠나오지않았다
밀알하나
진상을규명해야지요
대답해드리죠,스님
부디건투가있기를!
신부님우리들의신부님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시
백발의전사에게
이곳이그곳인가요

해설|김명환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이런시인몇쯤있어야이시대의울화증삭이지않겠나”
꿈같은소리하지말라는냉소를향한옹골찬목소리

시인은한지면에서“내삶이어떤문학사에기록되는것보다경찰‘조서’와검찰‘공소장’과법원‘판결문’에기록되는것이얼마나벅차고영광스러운일인지모른다”고말했다.비판과냉소에도아랑곳하지않고“계속꿈꾸는소리나하다/저거리에서자빠지겠”(「꿈꾸는소리하고자빠졌네」)다는시인.“사랑과노동과헌신”이라는“선한힘을나눠받으며”어떠한경우에라도“함부로살지않으려고”(시인의말)노력해온시인.모든억압과폭력과차별을뿌리뽑기위해시인은다시굳건한약속을세운다.우리가함께어깨를겯고사랑과연대의길로나선다면마침내진실과정의가이길것이라고소리치는그옹골찬목소리에이제귀를기울일시간이다.

추천사

송경동의시는현장에서발화하고제련된육성이자공동체의발언이며마침내불의와고통을넘어서해방과혁명이되는살풀이춤이다.핏물흥건한노동과살처분당한몸위에쓰인이상형문자들에서우리는“희망이라는군더더기를덜어내며사는/이눈부신사회의평범한밑줄들”(「내삶의서재는」)을만나게된다.그는“서로가서로를뜯어먹”고“서로가서로의비참과오물을집어삼키”(「돼지열병」)게하는탐욕이라는바이러스에맞서,“밥한공기덜어준이웃들이함께이룬”“사랑과연대”(「가장오래된백신」)라는백신으로본문취급받지못하는존재들을존엄한자리로들어올린다.
“그간많은사건에연루되었다”(「연루와주동」)는시인에게삶은꿈이요,시는꿈꾸는자다.“꿈같은소리하지말라”는차벽과우리안의폴리스라인앞에서,그래도찍소리는하고끌려가겠다는의지가“희망버스”와“을들의국민투표”와“광화문캠핑촌”을탄생시켰다.한낮의거리에서한바탕큰꿈꾸다간전봉준과대작하며,이제대놓고“계속꿈꾸는소리나하다/저거리에서자빠지겠”(「꿈꾸는소리하고자빠졌네」)다는이런시인몇쯤있어야이시대의울화증삭이지않겠나.봄이“오긴온당가”“영영안오면어쩐당가”(「당가(黨歌)」)읊조리면서.
김해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