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일지

근무일지

$11.00
Description
“아니 왜 다짜고짜 수고하라고만 하십니까들”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밀려드는 치열한 세상살이
노동의 현장에서 피어난 삶의 정수, 이용훈 첫 시집
생생한 감각과 날카롭고 위트 있는 시어의 사용으로 주목받는 신예 이용훈 시인의 첫 시집 『근무일지』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의 실상과 노동하는 삶의 “뼈아픈 아름다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삶과 시가 하나인 세계”(이영주, 추천사)를 펼쳐 보인다. 일용직 노동자, 외장 목수, 모텔 청소부, 수화물 터미널 막일꾼, 정신병원 폐쇄병동 보호사,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등 온갖 일터를 전전해온 시인의 구체적 경험에서 길어 올린 삶의 처절한 기록이다. 삶과 노동의 서사 속에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가며 직설적인 어법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시편들이 기존의 노동시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작법을 보여준다. 등단작 「대림성 나마스테」를 포함하여 67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실었다.
저자

이용훈

李鎔勳
시인은2018년『내일을여는작가』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당신의외국어
대림성나마스테
다시한번말씀해주세요
초원의벽
건너건너아는사람
오산스타렉스
여의도트럼프
고시원침대는뭐다?
신수동수화물터미널
살갗아래
왕년의톱스타
내비게이션은업그레이드가필요해
근무일지
비둘기
해체되기위한쇼
점입가경
잔업특근
내앞에는복수니쌍수니제법익숙한선택지가놓여있다
602호
밀가루시멘트
즈음에
잡역부
도는새
단꼬케이크
시체공시소
미안한노동
장소특정적
오무아무아
조경(造景)
어린알코올중독자의고백
말풍선
해조류며깨진부표며소금절임뿌리며해안가폭풍은샛길로돌아서네
제작기법
밤섬
굽은등
굴러온
홀로코스트코홀세일
푸드마켓
나는굶는다
나는걷는다
주택조합
남구로
남구로역
다비(茶毘)
한낮의순찰자
장소신파적
사냥철
용용죽겠지
콜레라시대의노동
곰이물구나무서서
플란다스의고양이
기도의집
오함마백씨행장
번쩍이는바닥반짝임아래지하는네가누울자리니
반성
옥상에서우리들은운동장하늘
죄송해요,내가할수있는일은

해설|김수이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건설하는동시에해체되는,노동자공통의감각
시집에담긴삶의이력에서알수있듯이이용훈시인은영락없는‘노동자’다.시인은‘쓰레기인생’으로전락하지않기위해사투를벌이는노동의현실을때론참혹할정도로생생하게,그러나무심히툭던지는농담처럼담담하게그려낸다.먹고살기위한일의고단함을노래하지만두루뭉술하게노동현실을비판하지도,비극적인식에얽매이지도않는다.시집에는무언가를주장하는구호또한없다.“깰수도버릴수도없는바닥”(「밀가루시멘트」)에서“하루벌어하루사는”(「근무일지」)“하루떼기”(「잡역부」)의아슬아슬한삶과“땀으로온몸을간”(「건너건너아는사람」)하며노역과다름없는혹독한노동과착취에시달리는“항거불능”(「사냥철」)의노동현실을“시멘트가래”(「당신의외국어」)가끓는목소리로그저들려줄뿐이다.
시인이겪어온숱한‘더럽고어렵고위험한’일터에서안전은번거로운지침이되고인격은말살된다.시에묘사된터무니없이척박한근무환경은요즘도심심치않게미디어를달궜다사라지길반복하는작업장의인명사고와재난적상황을즉각적으로연상시킨다.하지만시를계속따라읽다보면그암담한노동현실이비단‘변두리노동’의극단적상황에만해당하는일이아님을깨닫게된다.매일같이“컨베이어의지시”를받으며“질질끌려갈수밖에없”는“순종과침묵”(「홀로코스트코홀세일」)의연속이자,출구를찾지못한채“썩은뿌리가우울처럼나뒹구는”(「옥상에서우리들은운동장하늘」)‘폐쇄병동’같은,현대사회노동의가혹한본질을시인은가감없이보여준다.늘감시하고통제하는목소리가가슴을짓누르며“휙-건설중이고또휙-철거되”(「굴러온」)는자본주의의파괴적생산/소비사회에서노동은“해체되기위한쇼”로전락하고“온전한형태를가져본적없는”(「해체되기위한쇼」)노동자는생산을위한도구로소모된다.삶의밑바닥을전전하며“공사장서굴러다니는돌멩이”(「당신의외국어」)신세가되어버린시인이내뱉는“나는어디까지추락할수있을까?”(「플란다스의고양이」)라는비탄에오늘도고된출근길에오르는사람모두가젖어들수밖에없는이유다.
실제로시인은노동하는‘나’와‘너’를구별하지않는다.가혹한조건속에서도묵묵히일하는,일해야만하는사람들의모습은어딘지닮아있기때문이다.시속에서는여러인칭과목소리가뒤섞이고,누구의것인지구분할수없는말들이떠들썩하게들려온다.“말이서툴러”알아들을수없는말의“칸막이”(「초원의벽」)에고립된외국인노동자들조차다른동료들과같이그저‘걔’(개)로불리며“말잘듣는개노릇톡톡히”(「오산스타렉스」)할뿐이다.개처럼일하고걔로호명되는누구나‘우리’가되고,모두가한마음으로고달프다.하지만현실의고통과애환을정성스레빚어낸“시는삶처럼빛난다”(추천사).시어들의성찬으로빽빽한시들은리듬감넘치는산문처럼,현장을취재하는르뽀처럼세상을비춘다.늦은밤지하철안잠에취해흔들리고생활의고달픔에출렁이는사람들의“잠물결”이흐르는강물의“잔물결”(「밤섬」)과뒤섞이는모습을통해시인은차마아름답기만하다고는못할,그러나아름답지않고는못배길우리네인생의술렁이는실체를드러내보인다.

그럼에도살아간다,그래서시를쓴다
생존과죽음의경계에서시인은‘몸뚱이’하나만으로살아간다.“좋나해도안될때가있다는것을아무도말해주지않았”(「남구로역」)고,“누군가옆에있어도결국혼자”(「점입가경」)일수밖에없는씁쓸한현실과불확실한미래앞에서시인은“살아있다는사실의가소로움과노여움”(「나는굶는다」)을곱씹어본다.노동의가치에대한믿음이하락하고노동자로서의자격마저부정당하는암울한시대.그럼에도시인은노동시의전망조차희미해진자리에서눈물겨운시를쓰고,희망도미래도찾기어려운노동을계속하면서끝내살아갈것이다.“가득찬고통과만개한고통”(「시체공시소」)뿐인이세계저편에는“또다른지구”가존재할것이라믿으며하염없이“무너질것같은마음”을가다듬고서“반짝이는인공위성”(「오무아무아」)을찾아성큼성큼나아갈것이다.그길위에서단호한목소리로우리에게건네는시인의한마디말이오래도록여운을남긴다.“살아가십시오.”(‘시인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