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사실 (전욱진 시집)

여름의 사실 (전욱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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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살아본 적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내가 살 수 있을까”

기쁘고도 슬펐던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
다음 계절을 마중하는 마음의 풍경
2014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전욱진 시인의 첫 시집 『여름의 사실』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손안에 있는 아름다운 폐허에 관해 쓰겠”다고 말한바, 사랑과 믿음이 허물어진 자리를 오래 서성이던 나날을 비로소 이번 시집에 담아냈다. 52편의 시는 8년이라는 긴 시간 공들여 매만져 더욱 단정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무엇도 영원할 수 없는 쓸쓸한 세계를 먹먹하게 그린다. 한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웠던 사랑도, 넉넉하진 않았으나 다정했던 유년도, 거듭될 것 같던 약속과 다짐도 더는 지속되지 않는 세상을 차분히 응시한다. 그 고요한 응시는 향수나 체념으로 기울지 않고, 눈부셨던 지난날이 지금 여기에 “흔적으로나마 존재한다는 사실”(해설, 임지훈)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무언가 영영 지나가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며 빈자리에도 결국 “다음 계절이 온다고”(추천사, 신미나) 이야기하는 시편들이 따스한 위안을 전한다.
저자

전욱진

2014년[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신들을위한여름
트라우마
라이브
연착
몬순
폭서
상도동
신들을위한여름
아프리카커피자루
여름의사실
하경(夏景)
잔서(殘暑)
여름잠

제2부돌이키지않아도온마음인것으로
회복기
도벽
결심
남아있는나날
너의낮잠
미아리
유기
월동
조명가게
은하수비디오
컷트
올무
망정

제3부에스키모의나라
삭제장면
리얼리티
팩트체크
열린결말
뜬눈으로
와사비
휴일
에스키모의나라
소금과빛
안식년
측량
경주
간절기

제4부시절은이제상관도안하고
입춘
입춘소묘
사랑
단둘
창원
안양
내담
기도하고있어요
춘분
희우
제주
삼천포
곡우무렵
주문

해설|임지훈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거기있는것들이너한테상냥하길”
지나간계절과당신에게건네는다정한진심

시인에게지난날을받아적는일은스러지는것들을그저스러지게만두지않겠다는의지의발현이자남은삶에“아직도볕바를자리있는것”(「희우」)을믿기위한노력이다.그것은또한찬란했던관계도언젠간저물고끝까지팽팽할것같던마음도느슨해지는세상에서쉽게허무와비의로미끄러지지않기위한실천이다.시집곳곳에“모든일은과거가되어”(「리얼리티」)갈뿐인세상에대한안타까움이스미어있지만,“바래도앙상해도봄의한창으로/계속가는일은내가자주하는사랑”(「사랑」)이라고되뇌며슬퍼하지만은않는것이전욱진의시쓰기이다.그렇게감상에치우치지않고과거를적어내려갈때지나간모든순간을향해“거기있는것들이너한테상냥하길”(「남아있는나날」)이라고산뜻하고의연하게끝인사를할수있게되고,한시절이닫힌자리가“모든것이다시시작되는곳”(「간절기」)으로거듭날수있다.그때에이르면과거의잔해속에서웅크리고있던누구든시속에서작지만선명한희망을마주하게된다.

시인은시쓰기를통해스스로의삶을쓸쓸함으로부터구원할뿐아니라속절없는세상을함께슬퍼하는다른존재들에게도관심과연민을기울인다.“혼자주저앉아/우는거같은사람”(「삭제장면」)의사정을궁금해하고세상의‘비탈’에“간신히붙박이며”(「상도동」)살아가는존재들의일상을유심히살핀다.또한“생활이무거워종일울고싶다는사람”과“지금죽을만큼아프다는사람”(「컷트」)들의소식을듣고안녕을바란다.나아가그런사람들이사는“이세상에//그래도한번은더기회가주어져야한다”(「팩트체크」)고말하며무너져가는풍경에희망과사랑을새로이새겨나간다.이시집이끝내세상을감싸안으려는시도로와닿는것도바로그때문이다.“여전히세상사에어둡고/언제나사람이어렵다”(시인의말)라고말하는전욱진시인은그렇기에늘세상과사람의가까이에서오래도록시를써왔다.『여름의사실』은그간“가슴에이를만큼쌓이고쌓여/깊어진말들”(「창원」)이처음빛을보는자리이다.이자리에서독자는무엇도영원하지않은세상의쓸쓸함을위로하기로결심한한사람의담담한용기를만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