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에도너무짧은인생
비워내는마음에관한시편들
문학평론가이성혁이해설서두에서“죽음의세계를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가를사유하는것,다시말해죽는법을찾아내고자하는것이이시집이보여주는정호승시인의시적윤리다”라고말한대로이번시집에는‘죽음’에대한사유가유독돋보인다.시인은첫시의첫구절을“내가땅에떨어진다는것은/책임을진다는것이다”(「낙과(落果)」)라는아포리즘으로시작한다.“죽고싶을때가가장살고싶을때이므로/꽃이질때나는가장아름답다”(「매화불(梅花佛)」)라고까지한다.그렇다고시인이죽음을찬미하는것은아니다.흙탕물이죽음을의미하는더러운존재가아니라모를키우는생명의물이듯(「흙탕물」),오히려새로운생명의근원으로서죽음을생각하는것이다.그렇기에독자들은이시집도처에편재한죽음이면에서삶이꿈틀대는것을감지할수있다.이시집의죽음은사회적인수많은비극과도맞닿아있는데(「지금이순간에도」「구급차운전사가바라본새벽별」등)분노와절망가운데서도이시집은한바탕‘씻김굿’같은정화의체험을독자에게선사한다.
시인이보기에우리인생은“사랑하기에는너무짧고/증오하기에는너무길다”(「모닥불」).하지만우리는너무쉽게증오에휩싸이고그로인한번민에사로잡히기때문에항상괴롭다.시인이찾은한가지답은‘비움’이다.시인은“빈의자는비어있기때문에의자”(「빈의자」)이고,“빈물통은물이가득차도빈물통”(「빈물통」)이며,“빈집은빈집이므로아름답다”(「빈집」)라고말한다.즉원래우리의마음은비어있는상태이므로,본연의상태를유지해야아름다운삶이가능하다는뜻이겠다.“아무것도원하지않으면/그무엇도두렵지않으므로”(「독배」)삶의고통과증오에서벗어나기위해안간힘을쓰기보다는“더이상발버둥치지않겠”(「발버둥」)노라다짐해보자는것이다.그러한모티프로바람에몸을내맡겨어디로든떠다니는‘새’나,항상나누는삶을살았던‘성프란치스코’의비유가시집이곳저곳에배치되어있다.
시집중간중간담담한어조로적어내려간시인의일화들또한무척감동적이다.특히어머니에대한이야기는읽다보면자연스럽게눈시울이달아오르는데,임종을지키지못한회한(「어머니에대한후회」)이나나를꾸짖을어머니가없음을서럽게깨닫는장면(「회초리꽃」)은다가오는가을,독자들의마음을한발짝가족곁으로이끈다.
사라질때까지사랑하라
정호승이라는한국문학의자랑
지난8월22일,문재인전대통령은정호승시인의「내가사랑하는사람」을좋아하는시로직접소개한바있다.이시에는“햇빛도그늘이있어야밝고눈이부시다”라는구절이나온다.이또한슬픔과죽음이있어야기쁨과생명이찬란하다는시인의핵심사상을품고있는대목이다.『슬픔이택배로왔다』에서이러한사유는한발더나아간다.“죽음이후에도인간은사랑으로존재한다는사실”(「지금이순간에도」)을믿는다면,“사라질때까지사랑하는것을두려워하지않”(「일몰」)을수있다고.또한박준시인은“외로움에대해말할때그는다정했고고독을말할때그는단호했습니다”(추천사)라며정호승시인에대해이야기했다.다정한외로움과단호한고독이배어있어서,이번시집역시많은이들의가슴에더욱깊숙하게스며든다.외로움이가득한시절은늘사라지지않기때문이다.
이제“살아갈날보다죽어갈날이더많은”(「택배」)인생의황혼녘에이르렀지만,시인이“시를쓰는고통”(시인의말)마저기쁨으로겸허하게받아들이며한결같이순결한시심을끊임없이자아올릴것임을의심할나위는없다.그리하여삶의마지막순간까지도뭇존재를향한연민의마음과“용서할수없는것을용서”(「물이라도한잔」)하는지극한사랑으로‘눈물’의시를써나갈것이다.그렇기에등단50년을기념하는이번시집은어떠한대단원의완성이거나기념비라기보다는정호승이거쳐지나가는하나의정거장일뿐이다.그리고이정거장역시오래도록굳건히남아한국문학의자랑스러운역사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