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서울예술대학과조선대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목포대국문과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1994년[창작과비평]에「제암산을본다」외6편의시를,1999년[작가세계]에단편소설「있었다,있다」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눈물속에는고래가산다』,『상처가나를살린다』,『물속의불』,『귀가서럽다』가있다.현대시동인상,애지문학상,육사시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
제1부마음의호랑에서코끼리떼가쏟아질때혈액이흐르는외투그러나를수신하는방식노랑을입을래요감정의적도를지나다슬픔도배달되나요지렁이어머니독취(獨醉)아우슈빠이어란봄을입고천관산억새제2부미래를추억하는방법손톱열일곱번째의외로움구름의망명지미로의감정다시회진(會津)에서슬픔의뒤축어떤예방뒤집어진공터에대한보고서골목의후회포장술의발달우는남자는구입한슬픔에만족하려합니다공원을믿지마세요싱싱한폐허제3부에서의산책구엄리사랑바위당신의망설임에서는살구꽃향기가납니다당신에게골목의오후를드리겠습니다내가그날마량에간것은53쪽열번째줄에있는사랑제조법다정에감염되다바람을입었던오후가있었다그리움의공장은휴무가없습니다당신의골목내입술에게는당신의입술에게할말이있습니다개울을건너자옥수수밭이나왔습니다찰나놀랍구나너의얼굴은나는당신을빨강합니다제4부바람의건축술슬픈악기나는당신의내용에포함되지않습니다이렇게될줄은몰랐어흐느낌이소멸로가고있어서다행입니다그리움의탈색현상에대한연구버려짐을찬양함투명한대지정취암에서에서의거리이제는그리움에도장갑이필요합니다뱀바스키아의편지해설|최현식시인의말
이별을경유해‘당신’과세상을품어가는사랑의여정시인은줄곧차분한시선으로세상과사물을관찰하며대상의이면을발견해내는데,마찬가지로이별의상황속에서도품넓은감수성을빼곡히두른채사랑의실마리를찾아나간다.“이별을고백하고서야당신을사랑”(「바스키아의편지」)하게된시인은잃어버린‘당신’의목소리를찾고자애타는마음으로‘당신’을숱하게호명한다.그러나“당신의입에서는또말없음이쏟아”지고“침묵의폭설”(「당신의망설임에서는살구꽃향기가납니다」)만이내릴뿐,“나는당신의내용에포함되지않”(「나는당신의내용에포함되지않습니다」)는다는사실을깨닫고절망에빠진다.하지만시인은비극적인식에서멈추지않고“잊었다고생각했는데다시살아나는체온”(「그리움의탈색현상에대한연구」)으로“화를태워사랑을/끓이”듯“사랑을제조하는”(「53쪽열번째줄에있는사랑제조법」)일에정성을다한다.그렇게‘당신’을향한사랑이야말로“내안의깊은곳에숨어있는당신”(「그러나를수신하는방식」)을찾아가는가장확실한방법임을터득해나간다.이때‘당신’을잃고외로움에몸서리치면서도시인의언어는관념화되거나일방적인감상성에젖지않는다.산뜻하고발랄한감각으로일상적인대상을평이하게표현하지만조금씩빗겨말하며깊은깨달음에가닿는번뜩이는기지가돋보인다.시인은“눈에보이는마음”과“살아있는말”(「나는당신을빨강합니다」)로‘당신’과소통하고자한다.그러나“나는꽃을주었지만그대가받는것은가시일수도있”고,“마음의거리는변질을부”(「에서의거리」)르기도한다는점을상기하며슬픔과외로움에젖어든다.시인은이처럼타자와의관계속에서“시소의양끝에놓인듯오르내리는”환대와비애의복잡미묘한감정들을섬세하게포착한다.이윽고안팎으로요동치고끊임없이술렁대는이“사랑의운동”(추천사)을담담히수행하며“감정의국경을침범하지않을방법을연구”(「마음의호랑에서코끼리떼가쏟아질때」)하고“막다른곳에이른미로의감정”(「미로의감정」)을헤아리며마음을다잡아낸다.정제된시적언어로이룩한서정의놀라운경지그리하여‘당신’에대한시인의환대는단지그리움의정념에만그치지않고‘다정’으로진화해나간다.“사랑하지않고는견딜수없는병의씨앗”(「다정에감염되다」)을마음에심은시인은삶의길어디에서“예측할수없는폭풍이일어”(「감정의적도를지나다」)나더라도“절대의아름다움”이며“내우주의중심”(「놀랍구나너의얼굴은」)인‘당신’의존재를곳곳에서감각하고“오답만으로채워진사랑도가능하리라”는믿음을되새긴다.마침내자신이‘당신’은잃었으나끝내“사랑을잃지는않았”(「감정의적도를지나다」)음을확인한시인은“나의파장과당신의파장이만나”(「그러나를수신하는방식」)“사랑의그늘이비로소몸을얻는순간”(「찰나」)에이른다.시인은삶의고단함과애달픈서러움에서사랑의싹을틔우고보살펴끝내향기로운깨달음의열매를수확하는역설의미학을통해우리가살아가는세계의모습을한장의“사랑의지도”(「감정의적도를지나다」)로그려냈다.군더더기없는시적언어로새로운서정의세계를맞이하며“풍경을감춘말의뒤편”(「당신의망설임에서는살구꽃향기가납니다」)구석구석까지따스하게바라보는시편들에서우리는“아직은희미해서더욱밝아질‘다정’과‘사랑’의등불을애틋하게매다는중”(최현식,해설)인시인의모습을발견할수있다.따스한온기로세상을밝혀나갈이대흠서정의무궁무진한여로를기대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