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되지못한울음을하나하나줍는손길이있다”
끝없이소비하며무너지는존재들을향한뼈아픈물음
구원과해방을꿈꾸는투명한연대의목소리
진정성으로돌파하는꾸밈없는언어와정밀한묘사로인간의존엄성을말살하고삶을위협하는생명파괴의형상을섬세한필치로그려온이동우시인이첫시집『서로의우는소리를배운건우연이었을까』를출간했다.2015년전태일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시인은2022년‘조영관문학창작기금’수혜자로선정되는등오랜기간시적역량을탄탄히다져왔다.“기후,동물,노동이라는주제를통하여생명에대해,타자에대해,계급에대해진지하게성찰”(김영희,해설)하는시편들이서늘하고묵직한울림으로와닿는다.인류가저질러온파괴와훼손의“역사의통점을환기하며마침내멸절직전인현재와조우”하는이시집은기후재난,생태계붕괴,코로나팬데믹등인류와지구가당면한비극적현실에대한냉철한문제의식이깃든“최초이자최후의진술서”(김해자,추천사)이다.
시집은죽음의구렁속으로수많은생명을매립하는비참한형상으로가득하다.곳곳에서기후재난의거대한불길로초토화된생명들이“서로의생사를묻는”(「동물도감」)처절한울음소리가들려온다.시인은기후재난의불길을인간이일부러불을지른것이라는의미로‘방화’라고쓰고,이러한비극이자본주의의“식탐”(「방화」)과폭력적인난개발에있음을경고한다.그리고자연을무참히파괴하고훼손해온인간의탐욕을되짚어보며생명의“자맥질”(「상괭이」)을계속할수있는생명의순환을떠올린다.
기후재난으로멸종위기에놓인동물뿐만아니라인간의생명도위태롭기는마찬가지이다.시인은코로나팬데믹시대에불안전한세상으로내몰린‘새로운노동계급’에대해사유한다.시집속에는다양한직종의노동자가등장한다.배달노동자,택배노동자,청소노동자,전기노동자,경비원,콜센터노동자등주로육체노동자이다.시인은“제멋대로꼬이기일쑤”(「폐전선」)인‘폐전선’과같은이들의생활전선을시공간의교차,모티브의병치같은몽타주기법을활용하여사실주의극처럼펼쳐보이며비인간적이고반생명적인노동을강요당하는노동자들의처참한현실을사실감있게묘사하는한편안전과건강을착취당하는노동현실을날카롭게고발한다.시인은또한차별과편견의‘턱’을넘어서려는사회적약자들의목소리에도귀를기울인다.
시인의시선은비단‘지금-여기’의현실에만머물러있는것은아니다.시인은4·3제주항쟁,여순사건,노근리양민학살사건,세월호참사등뼈아픈과거의흔적들을더듬어가면서굴곡진역사의통점을환기하고무고한희생자들의넋을기린다.국가폭력에희생된죽음들을증언하는역사의현장에서시인은한발한발“디딜때마다커지는우두둑발밑소리”에“뼛속이뜨거워”(「뼈밭」)지는전율을느낀다.국가가방치한사회적참사로꽃다운목숨들이차디찬물속으로스러져간현장에는오늘도“죽지않는바람이불어”오고,시인은“기억의벽추모벤치에새겨진이름들”을호명하며진실이밝혀지는그날까지“몸과몸을잇대어”(「낭독회」)진실의길을내는일을멈추지않겠노라다짐한다.
시인은세상의그늘진곳에서“있지도않은세계나오지도않을미래를기다”(「저예산영화」)리는절실한마음으로시를써나간다.일상이붕괴되는위기속에서불안과공포를극복해내며생명을대하는시인의태도는사뭇경건하다.“수직으로만자”라는세상의벽에“위태롭게매달린것들”(「담쟁이」)을어루만지는시인의손길은곧구원의불빛으로다가온다.시인은“우리가이렇게살아도되는지,과연이렇게라도살수있는지,울음을듣는귀와통점을느끼는발”(추천사)에서발화되는목소리로묻는다.“무고한죽음들뒤에살아남은미소를결말이라고할수있나요?”(「저예산영화」)그렇지않을것이다.인류의종말을고하듯거대한재앙과죽음의전조가짙게드리워진땅위에서살아가는우리에게이동우의시는생명에대한경외심과생태위기에대한경각심을일깨우는‘생명의묵시록’과다름없다.
시인의말
바람이거셌다.
무너질때뿌옇게날리던게뼛가루였다는걸
나중에서야알았다.
2023년3월
이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