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하는 용서 - 창비시선 487

휴일에 하는 용서 - 창비시선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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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 밖의 끝장. 가뿐합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쫀득하고 고소한 미래를 향한 가뿐한 첫걸음
청량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사랑과 용기의 시
“신뢰를 주는 시” “오랜 훈련을 거친 사람의 내공이 단연 돋보인다”는 찬사와 함께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여세실 시인의 첫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꾸준히 시적 기량을 다져온 시인은 미래의 시단을 빛낼 기대주로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선배 문인이 후배 문인을 추천하는 ‘내가 기대하는 작가’에 호명되며 그 입지를 단단히 했다(『현대문학』 2023년 1월호, 안희연 시인 추천). 여세실은 예리한 언어와 독특한 발성으로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용기와 사랑을 그려내며 ‘살아 있음’ 그 자체의 찬란함을 빚어낸다. 삶의 순간마다 목도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정들을 여러 결로 변주해내며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시 세계를 펼친다.
저자

여세실

2021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제자리의제자리를흔들면서

온통
이제와미래
후숙
서식
패각
가속
당도
출항
물색

생활
다음의일
면역
작당

제2부·미래는쫀득해미래는고소해

바통터치
묘미
사근진
별미
갓파의물그릇에물이마르면
채집
여름이좋은게아니라
끝났다고생각할때시작되는
오늘은다른길로가보자
줄다리기
외야
꿈에그리던
부정할수없는여름

제3부·모르며사랑하기

붉은거인
틀린그림찾기
정글짐
꼬리중심
기립
요주의
사이와사실
개별
빗댈수없는마음

제4부·배불리슬퍼하고게을리원망하기를

빗댈수없는마음
사탕
아무것도들리지않는날에도
휴일에하는용서
먹이
반려동공조각
초록벌
녹취
spoonring
실패놀이
폭설
경유
일조량
공통감각
완주

제5부·크게울고크게웃게해주세요

생시와날일

해설|홍성희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가뿐하게
영원이라는말을지울수있었다

무탈하고평온하여서
힘껏
절망할수있기를

현명하고어진사람들의마음속에
그치지않고솟아나는
슬픔이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2023년3월
여세실

물결을박차고앞으로나아가는
잘길러진슬픔

여세실의시는‘젊은시’의새로운흐름과미래를보여주기에손색이없다.또래시인과는차별화된감각,자유로운여백,행과연의거침없는도약,독백과대화를넘나드는화법등독창적인작법에서빚어지는그만의형식이매혹적이다.특히유려한호흡으로문장을끌고나가는힘과시적사유의깊이가도드라지는문장들이곳곳에서선명한빛을발한다.“체벌과사랑은같은보호색을띠고있었다”(「사이와사실」),“분갈이를할때는/사랑할때와마찬가지로힘을빼야한다”(「이제와미래」),“눈은내리고오래지않아더러워보였다나는거기까지를눈이라고불렀다”(「후숙」)같은문장에서는삶의이면과사물의내면을바라보는시인의섬세하고예민한시선에감탄을자아내게된다.나아가여세실은‘나’와‘너’가“하나가울면다른하나가따라”(「공통감각」)울고그렇기에‘우리’로존재할수있는‘지금-여기’의감각에집중하며,“저것위에서이것을가지고그것을만들어”(「꼬리중심」)낼때에야비로소‘살아있음’을느끼게된다는삶의진리를아름답게풀어낸다.

살아있기에마주할수밖에없는,하여한때는가눌수없이크게다가올고통과슬픔의나날앞에시인은담담히사랑과영원의시를써내려가며삶을위로한다.“어떤거룩한신도내심장을빠갤수없”(「당도」)다고단호히말하면서“내가알고싶은미래”그러나“내가알수없는미래”(「묘미」)를기약하기위해진실한마음으로최선을다하고자한다.그것이비록“사랑이나를때리듯내가나를때리는나날들”을끌어안는“일그러진최선”(「생시와날일」)이라할지라도.그리하여시인은“어제먹은밥을오늘도지어먹”는생활속에서“배불리슬퍼하고게을리원망”(「완주」)하는일을계속해나간다.“혼자벌을내리고혼자벌을받는”(「개별」)용서의시간과“혼자울고혼자그치는”(「물색」)슬픔의날들을참고견디다보면“나는내가아닌누군가를위해태어난것같”(「공통감각」)다는생각에이르기도한다.“시든가지에도물을주면잎새가돋”(「이제와미래」)는다는희망을품고서“말하지않는것들을보살피며/무성한기쁨을키워”내며지금“이후의일을밀고나갈것”(「다음의일」)이라다짐하는시인의언어는단단한용기가되어다가온다.

“내가나를때리는”(「휴일에하는용서」)비참과절망뒤에오는슬픔과아픔을기꺼이감당하면서조용하고차분하게‘이후의삶’을이어가려하는시인의태도에서이시집의아름다움이한층배가된다.“하루에한가지씩선행을하기로”(「묘미」)마음먹고서“꽃이지는모양으로/사랑이오기를”(「덤」)기다리며“여자인채로여자를넓히고여자를부수고여자를밀고나가그이후의이후에도”(「빗댈수없는마음」)끊임없이삶의갈피마다선명하게떠오르는정결한마음의언어를가다듬어‘나’와‘너’그리고‘우리’의이야기를써나갈시인의앞날이자못기대된다.“이전에없던실패와계속되어왔던물음을이어가”며시인은말한다.“실패를저미고”지금,“여기에서부터시작하겠습니다”(「빗댈수없는마음」).“현실의덮개아래놓인삶의비밀혹은진실까지들여다볼줄아는능력이있다”(안희연)는기대에부응하듯‘후숙(後熟)’의시간을거쳐자신만의고유한시세계의지평을넓혀나갈이시인이“이제당신에게로건너”(김행숙,추천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