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광 - 창비시선 492

측광 - 창비시선 492

$8.99
SKU: 9788936424923
저자

채길우

2013년『실천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매듭법』이있다.

목차


간병/보청기/첼로/껍질/도공/구두/일출/승진/비닐봉투/왼손/병원/목련/잎망울/측정/철봉/겨드랑이/소원/걸음마/산수국/은행/월경/수정/운명/신발/독서/해바라기/발아/움/숨/배추밭/별똥별/백발/치매/계부/용접/성냥/음악/분홍달/분재/자유/첫사랑/미역국/맥박/하품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빛나지않는다고해서없는것은아닌깜빡임”
깊고어두운현실에서길어올린작고여린빛한조각

채길우의시는고독과슬픔,병과죽음같은삶의어둔자리를짚어나간다.시인이“기약없는천국보다낮은자리”에만연한“적막과어둠과공포”(「구두」)에주목하는이유는우리가그런그늘과같은시간을시야의사각지대에접어두기때문일것이다.불편하고두려워서많은이들이멀리하는이야기에시인은바짝다가서마치현미경으로들여다보듯미세한기척까지도놓치지않고묘사한다.그래서언뜻쓸쓸하고음울한흑백사진같기도한그의시에서는“스스로내쉬는호흡에도온몸이흔들리”는육체의“구겨진피부”(「비닐봉투」)에깊게박힌잔주름까지자세히보이고“스무살이지나도록말을배우지못”한아이의입에“새로고이는침줄기”(「숨」)도선명하게빛난다.피할수없는고통으로가득한현실에서도어떻게든스스로“살아있음을확인”(「측정」)하며살아가는가녀린존재들의삶에진심으로감응하는시인의언어는별다른수사나감정을내세우지않음에도더욱애틋하게느껴진다.

외롭고허름한삶속에서흔들리는존재들을담담히들여다보는시들을하나씩읽어나가다보면우리가통과하고있는지금의세상이“제정신으로는좀처럼믿을수없는/뼈아픈허구”(시인의말)일지도모른다고의심하게된다.하지만무언가를참고견디는것처럼꽉오므려져있던주먹이풀어져“푸르고자그마한조약돌/하나”(「잎망울」)를보여주듯시인의집요한응시가결국에가닿는곳은희미하게피어오르는사랑과희망의기미라는걸잊어선안된다.그의시속에서누군가는오직“인간으로서살아가기위하여”(「구두」)따스한손길로다른이의“찢기고바스러진몸을껴안”(「소원」)고“파이고금이간자국을/닦아주어야”(「도공」)겠다고생각한다.이처럼“더깊은아픔과수고로움에도불구하고”(「산수국」)기어이타인을위하는장면앞에서우리는“아무도없는/현관이저절로점등되는”(「구두」)것처럼잠시반짝켜지는희망을실감한다.현실의무게에조금은일그러지고구겨지더라도인간답게살아가려고묵묵히노력하는사람들이있는한채길우의시는언제나그곳에가장먼저도착해가장오래머물며그들의고독과희망을계속해서기록해나갈것이다.

시인의말

타인들을,심지어자신조차완벽히
속일수있는가장좋은방법은
다만진실을실토하는것이다.

너무나도강렬하고사무치도록충격적이어서
제정신으로는좀처럼믿을수없는
뼈아픈허구와구별되지않기때문이다.

사랑한다는
말,역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