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사랑하는 이의 고단한 맨발을 겨우 한번 움켜보는 밤”
삶의 낮고 외진 자리에 깃들여
고독과 희망을 묵묵히 비추는 시편들
삶의 낮고 외진 자리에 깃들여
고독과 희망을 묵묵히 비추는 시편들
2013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섬세한 관찰력과 개성적인 시적 사유로 주목받아온 채길우 시인의 두번째 시집 『측광』이 출간되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과 심안을 부단히 벼려 다다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고단한 풍경 속에 기꺼이 머물며 작고 미약한 존재들의 생활과 감정을 촘촘히 기록해나간다. 연민을 앞세우지 않은 담백한 시선은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은유적으로 풀어내어 일상 너머로 향하는 길을 열어젖히고, 범상한 매일에서 다른 차원의 정경을 발견해 낯선 감각을 선사한다. 아울러 시인은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살피는 온기 어린 순간을 시로 펼쳐 보이며 우리의 하루하루가 지극히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일로 가득”하다는 사실 또한 일깨운다. 그저 살아내기 바쁜 우리의 마음을 멈춰 세워 타인과 세상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게 하는 시인의 시 쓰기는 “아름답고 숭고한 노력”(유병록, 추천사)으로 우리에게 묘한 감동을 전한다.
이 시집은 시 제목이 모두 간결한 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를 펼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짧은 단어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언뜻 평범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시를 읽는 순간 예상 밖의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가령 ‘간병’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창백한 꽃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화분을 살결에 펴 발라”주는 벌의 모습이다. 완전히 시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꽃과 좀처럼 그 곁을 떠나지 않는 벌이 ‘간병’이라는 단어와 닿을 때 서로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수많은 두 존재의 모습이 그 위로 겹쳐진다. 이렇듯 시집의 차례를 이룬 마흔네개의 짤막한 단어들은 우리를 뜻밖의 장면으로 인도하고 삶의 구체적 면면과 연결한다. 하나의 광경 위로 다른 광경이 드리울 때까지, 지금 이곳에서 다른 저곳으로 나아갈 때까지 눈앞의 현실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어떻게 일상의 소재로부터 시가 탄생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집은 시 제목이 모두 간결한 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차례를 펼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짧은 단어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언뜻 평범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시를 읽는 순간 예상 밖의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가령 ‘간병’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창백한 꽃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화분을 살결에 펴 발라”주는 벌의 모습이다. 완전히 시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꽃과 좀처럼 그 곁을 떠나지 않는 벌이 ‘간병’이라는 단어와 닿을 때 서로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수많은 두 존재의 모습이 그 위로 겹쳐진다. 이렇듯 시집의 차례를 이룬 마흔네개의 짤막한 단어들은 우리를 뜻밖의 장면으로 인도하고 삶의 구체적 면면과 연결한다. 하나의 광경 위로 다른 광경이 드리울 때까지, 지금 이곳에서 다른 저곳으로 나아갈 때까지 눈앞의 현실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어떻게 일상의 소재로부터 시가 탄생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측광 - 창비시선 49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