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가까이다가갈수록
너를그것과바꿔부를수있을것이다”
작고여린존재들에게건네는촘촘하고따뜻한눈길
이시집에는‘바보같은마음’,‘일렁일때까지일렁이고싶은마음’,‘단순하지않은마음’처럼제목에서부터‘마음’이라는단어를전면에내세운시가많다.복잡한감정들은제쳐두고아무렇지않게살아가는듯보이지만일상의순간마다밀려드는다양한마음들은우리를계속해서멈춰세운다.이를테면시집곳곳에서너울지는“영문을알수없는사람에게흔들리는마음”(「태풍같은사람이온다면」),“슬픈감정을슬픈노래로무마하려는마음”(「말차의숲」),“알수없는마음”이나“아무도발견하지못한거미줄같은마음”(「네가무슨생각을하든지괜찮지만,그마음만은가지지말아줘」)같은것들이다.시인은이러한마음들을단지일상의풍경으로재현하고나열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이마음들이어떻게시작되었고어디를향해가는지를따라가면서“서정의진원지”(해설)를다시묻는다.
“보이지않는거리의조약돌처럼우리를넘어트릴수있”(「단순하지않은마음」)는위험이도처에가득한세계에서밝은미래를꿈꾸기란쉽지않다.언제어디서슬픔과고통이터져나올지모르는불안은낯설지않고,함께걸어가야할미래는아득하고막막한쪽에서있는듯하다.특히사람과사람사이에벽을쌓아올리는것이자연스러웠던지난몇년은‘너’와‘나’로나뉘지않은‘마음의근원’을묻는이와같은작업을더욱불투명하게만들었다.그럼에도시인은“멀리있는빛이/가까워지고있다는믿음”(「단하나뿐인손」)과“내가지나온모든것이아직살아있다는믿음”(「단순하지않은마음」)을잃지않는다.혼란하고어두운지금을명확히인지하면서도공허와불안을견뎌내며담담하게미래에대한희망을말한다.“하늘은미래의새들로가득하고//날이좋은공원의벤치에는/언제나가능성이있다”(「희망」)고단단히붙잡으며우리가익히알고있는‘희망’이라는단어를‘미래’와‘가능성’이라는말로새롭게쓴다.
시인은‘시’가“우리가누군지투명하게깨닫게”하는“조용한꿈”을“받아적는동안일어난일”(시인의말)이라고말한다.이것은“또다른행성에서/나의마음을가진누군가가보내는신호”(「또다른행성에서나의마음을가진누군가가살고있다」)를진실한마음으로마주하고이에응답하겠다는다짐이기도하다.시인은한걸음더나아가때로는“가려던곳보다더먼거리를산책”(「우리의바보같은마음들」)하며어떻게든지금까지보지못했던곳너머의아득하고“불가능한꿈을이어가려고”(「설이가먹은것들」)애쓴다.그렇게가까이다가가사랑하는것들의곁을묵묵히지켜내는시,그리고작은존재들이반짝이는순간을멈추지않고써나가고자하는단단한마음이시인이앞으로펼쳐갈또다른서정의새로운세계를기대하게한다.
시인의말
꿈은하늘에서내리는빗방울처럼우리가누군지투명하게깨닫게하고,
쏟아지는빗물처럼꼼짝없이우리를생각하게만들어
꿈이라는속성은누구도피해가지않으며다가온다식물이조금씩자라나는것처럼희미하고아름답게,지하철이내부에있는사람을상영하는것처럼조용하게
슬픈건어린나무가어른나무가되어자라나다가발밑에빗물이닿지않은날이올수도있다는것
슬픈건사라지는모국어를가진사람이같은노래를부르는누군가를찾아나서는것처럼
매일조금씩사라지는곳에우리의꿈이있다는것
조용한꿈을꾸고싶다
세계라는것이어디있는지들추는인간들사이에는없는,코끼리를생각하지말라고하면더생각하는,그렇게코끼리가숨어들었던숲이해체되는것을기어코봐야하는인간의꿈이아닌각자의햇볕을이끌고들판에서이리저리뛰어노는아이들처럼,이유없는마음처럼시작되는꿈
그건당신이볼수없는당신의표정같은걸까,잠에빠지는동안생겨나는당신의세포같은걸까
박수를필요로하지않는것
우리가동시에쓸수있는하늘이라는모자
당신의시선바깥으로흘러가는하나의구름,
“사라져버렸다”아이들이외쳐도아무도모르는구름의행방
가꾸어지지않은숲에서들리는이름모를새의노래
단하나의무늬를가진물고기가평생물속에서유영하고싶은감각
시를,그런꿈을받아적는동안일어난일이라고부르고싶다
2024년1월
강우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