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빈틈이없었다면
나는그대와먼길함께가지않았을것이네”
누구에게나오래도록남겨두고싶은순간이있다
일상의소중함을깨우치는아름다운마음들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윤동주젊은작가상등을수상하며한국서정시의거장반열에오른박성우의신작시집『남겨두고싶은순간들』이창비시선으로출간되었다.“자연과어우러지는사람살이본연의리듬을창출해내고이제는희귀해져버린토박이의삶과언어를새롭게발견”했다는평을받은백석문학상수상작『웃는연습』(창비2017)이후7년만에펴내는다섯번째시집이다.백석의향토성과서정성을계승하면서도세심한감수성을동원해다양한공동체적양식을살피는시인의눈길은한층넓고깊어졌다.이번시집에서시인은“오래간직하고싶은일상의소소한순간들”(시인의말)을되살려도시살이와시골살이를오가는삶의모습을생생하게그려낸다.이덕분에전통적서정의아름다움이라는미덕을지니면서도무한경쟁의쳇바퀴를살아가는지금시대를날카롭게묘파해냄으로써전세대를아울러독자들에게깊은울림을주는작품들이풍성하게채워질수있었다.영화감독이창동은추천사에서“말을넘어마음과마음으로전하는”이시집은“시는쓰거나읽는것이아니라살아내는것이라는깨달음준다”고적었다.사소하지만“아무것도아닌것만은아닌순간들”(시인의말)이나에게도꽤많이있음을문득알게될때얻는위로가오래도록따뜻하다.
시인이채집한마음들
아직이세상이살만하다는증거
박성우의시는언제나쉽고편안하다.시를처음접하는이들도그아름다움에빠져들기마련이다.사람살이의온기가흐르고언젠가살아본것같은풍경이펼쳐진다.특히시인이펼쳐놓는선한마음들에마음을빼앗긴다.문득그런의심이들기도한다.이러한마음이과거사회에대한향수나지금은사라진따뜻한정(情)에대한동경이아닌지.그러나시인이이끄는손길을따라가다보면그러한의심은불식된다.가령이러한장면들을살펴보자.이시집안에는“혹시라도내릴지모를비”를걱정하여“택배상자를방수지에꼼꼼하게도싸서처마밑에모셔두고”(「정읍칠보우체국우체부셋」)가는세심한마음이있다.십여년동안일하다그만두게된아파트경비어르신을“한번안아봐도돼요?”(「방문」)묻고안아드리는시인의마음도있다.이는시인이직접경험한다음시로옮겨놓은마음임을금방알아차릴수있다.말하자면이시집곳곳에펼쳐진아름다운마음은시인이여기저기서채집한것이자,아직이세상이살만하다는증거들이다.
이러한마음은관계로이어진다.이시집안에등장하는다양한관계를살펴보는일은그자체로흐뭇하다.“잠깐자고일어난것같은데”어느새“유치원생”에서“중학생”이되어버린“딸애”(「잠깐자고일어난것같은데」)와의일화들을살펴보는일은잔잔하게가슴을데운다.늦은밤노모가책읽는소리를듣는장면(「드키는소리」)이나,“얼떨결에”받은연극“초대권두장”을이러지도저러지도못해바쁜시간을쪼개아내와뜻밖의데이트를나서는장면(「연극」)등을보다보면독자들도어느새나의가족을떠올리게된다.이러한관계는가족안에국한되지않는다.이웃,길가다스친사람,심지어“먹을걸내놓으라”조르는고양이(「오후세시」)까지시인은정성을다해마음을나눈다.이러한관계가박성우시특유의자연스러운입말과어우러져시한편한편은마치드라마처럼독자들의마음속에생생하게펼쳐진다.
우리가이시집에서마주하는것은“지금이곳에깃들어있지만좀처럼주목받지못하는삶의방식,드물지만엄연히실재하는다른삶의가능성”(해설,오연경)이다.외로움,억울함,분노가가득한세상에서우리는곁에누군가있다는생각을하기힘들다.『남겨두고싶은순간들』은그런아픈등을도닥이며특별하지않아도된다고,“일상의소소한순간들”이세상을“살아가게하는힘과기쁨”(시인의말)이된다고,그러니주위를둘러보라고말한다.그렇기에박성우의시는시종일관공동체를지향한다.그따뜻함이“더나은삶의씨앗”(해설)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