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 창비시선 510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 창비시선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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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녀는 저를 뒤집는 힘으로
별자리 하나를 가졌다”

고독과 슬픔 한가운데서 띄워 올린 찬연한 목소리
어둠 속에서 더욱 형형하게 빛나는 천양희의 고결한 시세계
만해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소월시문학상 등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만해문예대상 수상으로 오랜 작품활동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 천양희 시인의 신작 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가 창비시선 510번으로 출간되었다. 1965년 등단한 이래 삶의 고독을 눈부신 서정의 언어로 승화시키며 굳건히 시의 거리를 지켜온 우리 시단의 중진이 열번째로 펴낸 뜻깊은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깊이 통찰하면서 ‘예순한편의 슬픔’을 나직이 노래한다.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의 고독과 슬픔을 주조음으로 하면서도 “아름답고 융융한 예술적 사유”와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유성호, 해설)이 그 틈에서 눈부시게 빛난다. 내년이면 시력(詩歷) 60년을 맞는 시인은 한결같은 신실한 시심(詩心)을 간직하며 “바람에 온몸을 내맡긴 채”(황유원, 추천사) 여기까지 왔다. 평생을 오로지 ‘시인’으로 살기 위해 시의 외길을 걸어온 시인의 간절함이 뭉클하게 와닿는다.
저자

천양희

저자:천양희
이화여대국문과를졸업하고1965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신이우리에게묻는다면』『사람그리운도시』『하루치의희망』『마음의수수밭』『오래된골목』『너무많은입』『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새벽에생각하다』『지독히다행한』,산문집『시의숲을거닐다』『직소포에들다』『내일을사는마음에게』『나는울지않는바람이다』등이있다.만해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공초문학상,박두진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딱한줄
하나의사람과예순한편의슬픔
삼분간
다시올웃음에게
수상한시절
기린예찬
새와종소리
뒤척이다
바람역
비를보는죄
뜻밖의질문
달의모서리
몸사용설명서
지극히지루한
나는낯설다
생의한가운데

제2부
꽃피는시집
또하나의신
사이
치유의시작
사람
이름짓기
종이한장의기억
모를것이다
일월에서사월까지
물의완창
거침없는시도
추분의시
뜻밖이었다
뒷날의기록
그겨울의끝

제3부
아름다운진보
아침에생각하다
미래(未來)라는이름
바람은몇살이야
빈자리가필요하다
들국
푸른봄의기록
벌써
9월10일
우리같은사람들
둘도없다
연애는애연이다
시인지망생에게
산은오랜침묵덩어리
반성문

제4부
한소식
나의절경
낱말이나를깨운다
책가을
절벽
가끔은
머리로걸어다녔다
풀에대한생각
성직(聖職)
이름은같은얼굴이없다
목표
쓸데없는쓸모
내가떠나는이유
발자취
시인

해설|유성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소녀는저를뒤집는힘으로
별자리하나를가졌다”

고독과슬픔한가운데서띄워올린찬연한목소리
어둠속에서더욱형형하게빛나는천양희의고결한시세계

만해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소월시문학상등여러권위있는상을수상하고지난해만해문예대상수상으로오랜작품활동의위상을더욱공고히한천양희시인의신작시집『몇차례바람속에서도우리는무사하였다』가창비시선510번으로출간되었다.1965년등단한이래삶의고독을눈부신서정의언어로승화시키며굳건히시의거리를지켜온우리시단의중진이열번째로펴낸뜻깊은시집이다.시인은이번시집에서존재의본질과삶의의미를깊이통찰하면서‘예순한편의슬픔’을나직이노래한다.벗어날수없는존재의고독과슬픔을주조음으로하면서도“아름답고융융한예술적사유”와“숭고한아름다움에대한열망”(유성호,해설)이그틈에서눈부시게빛난다.내년이면시력(詩歷)60년을맞는시인은한결같은신실한시심(詩心)을간직하며“바람에온몸을내맡긴채”(황유원,추천사)여기까지왔다.평생을오로지‘시인’으로살기위해시의외길을걸어온시인의간절함이뭉클하게와닿는다.

삶과세상의진실을말하는시,
올곧은나무같은‘시인의존재론’

천양희의시를읽다보면자연스레옷깃을여미게된다.시편마다고통과슬픔으로단련했을고귀한시어들이어둠속의별빛처럼형형한덕분이다.시인은“물음표같은세월”(「바람역」)속에서“시를쓰는것은/목숨에대한반성문”(「반성문」)이라는굳은심지로시를써나간다.“운명에만약이란없”다고믿으며,신과타인에게서구원을바라지도않는다.지독하게고독한세계에서시인은“끝모를간절함밖에남은것이없는”(「삼분간」)삶을겸허하게품어안을뿐이다.지난60년간,시인이세계를품는방식은시를쓰고또쓰는것이었다.마치구도자와같은그러한자세는이시집에도우뚝하게새겨져있다.그는“시쓰기란/진창에서절창으로나아가는도정”(「추분의시」)이자“세상에진빚을갚는것”(「한소식」)이며,삶과세상의진실을말하는데“시보다더충분한것은없다”(「추분의시」)고역설한다.그러한시를향한자세가어느한가지에몰두해본적있는한사람한사람의마음에어느샌가스며들어온다.
자신을“수직으로선나무”의“곧은언어”(「치유의시작」)를빌려“자연을쓰는서기(書記)”(「내가떠나는이유」)에비유하는시인은시집말미에이르러‘시인의존재론’을더욱선명하고아름답게그려낸다.“세찬물살에굽히지않고/거슬러오르는연어같은”존재,“속을텅비우고도꼿꼿하게/푸른잎을피우는대나무같은”존재,“폭풍이몰아쳐도눈바람맞아도/홀로푸르게서있는소나무같은”존재,그리하여“불굴의정신으로//자신에게스스로유배를내리고/황무지를찾아가는사람”(「시인」)이곧‘시인’이다.이러한올곧음덕분에『몇차례바람속에서도우리는무사하였다』에는단정하지만단순하지않고,맑지만묽지않은언어의향연이가득하다.

오랜고통끝에이룩한득음의경지
한국시에내려진찬연한축복

시인은세상에서가장먼길,“머리에서가슴까지”가는“시의길”(시인의말)을한걸음한걸음걸어여기까지왔다.오랜고통과슬픔과외로움을마음의밑바닥에서삭인끝에마침내득음의세계에이르렀다.시인이이번시집에서보여준미학적성취는“한국시의찬연한축복이요,우리가그의시를읽는커다란기쁨의원천”(해설)일터,“스스로빛나는별자리”(「아름다운진보」)에아로새긴순결한“정신의지문(指紋)”(「낱말이나를깨운다」)이돌올하다.인생의황혼기에접어든길목에서시인은“이제부터나에게는/시작이필요하다”고,그것이“살아야할이유”(「치유의시작」)라고힘주어말한다.“길이보다깊이를생각하는새아침”(「발자취」),오늘도한편의시를쓰기위해시인은가지런한빈종이위에펜촉을올릴것이다.그리고는“마음깊이새긴물음표”(「시인지망생에게」)를조용히훑으면서,“가진것이시밖에없을때웃는다”(「딱한줄」)고여전히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