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 창비시선 511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 창비시선 511

$12.00
Description
“이 무수한 우주에 계속해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절망도 슬픔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단단하고 안전한 시적 공간의 등장
겹겹이 쌓인 생의 조각들 속에서 선명한 오늘을 포착하는 예리한 시선
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남현지 시인의 첫 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언뜻 수월하게 읽히는 말을 맵시 있게 엮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생활에 깃드는 외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침착하게 궁리하는 이의 면모가 근사하게 드러났다”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착실히 다져온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을 펼쳐 보인다. 등단 3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담하고 직접적인 일상의 언어로 삶의 익숙한 풍경들을 불현듯 낯설게 감각하도록 그려낸다.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불가해한 삶의 순간순간들을 응시하는 시편들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삶의 존엄이 무너지려 하는 자리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뭉뚱그려놓은 세계가 어떤 고통으로 제각각의 세부를 가시 돋치는지”(유계영, 추천사)를 이야기하며 삶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에 가서 닿는다.

저자

남현지

저자:남현지
2021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제1부
뒷산에서
호수공원
오늘서울날씨
골목의증식
전자랜드
낙산
피서
중앙공원
가방은무거워보인다
앙코르와트의버섯상인
버드나무와오리
빛의생산
실내장식
어딘가의산과짐승
산책로

제2부
거래처에서배운것
워크숍
종각
퇴근
까맣게젖은나뭇가지위의꽃잎들
곡선을쓰지않는디자이너
공휴일
도시의명소
실업자가야구보는이야기
사소한누아르
복도식으로
새를구함
자영업자들
가이드
꿈의번영
퇴로

제3부
행복의문턱
바깥으로
하나의문만열린다면
온우주가바라는나의건강한삶
오늘의기도
축적과이동
이웃의정원
점거
중얼거리는사람들
사양합니다
질량
주머니속의밤
시립수영장
철수
우리가작고어두운것이었을때

해설|전승민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이무수한우주에계속해서약속을지키라고요구하며”
절망도슬픔도쉽게허락하지않는단단하고안전한시적공간의등장
겹겹이쌓인생의조각들속에서선명한오늘을포착하는예리한시선

2021년창비신인시인상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남현지시인의첫시집『온우주가바라는나의건강한삶』이창비시선으로출간되었다.“언뜻수월하게읽히는말을맵시있게엮어가는솜씨가예사롭지않”고“생활에깃드는외딴마음을어떻게달래야하는지침착하게궁리하는이의면모가근사하게드러났다”는평을받았던시인은착실히다져온자신만의고유한화법을펼쳐보인다.등단3년만에펴내는첫시집에서시인은화려한수사보다는담담하고직접적인일상의언어로삶의익숙한풍경들을불현듯낯설게감각하도록그려낸다.차분하고섬세한시선으로불가해한삶의순간순간들을응시하는시편들은잔잔한공감을불러일으키면서도삶의존엄이무너지려하는자리에서“손쉬운방법으로뭉뚱그려놓은세계가어떤고통으로제각각의세부를가시돋치는지”(유계영,추천사)를이야기하며삶의본질과존재의의미에대한깊은성찰에가서닿는다.

어두운곳을떠돌던외로운혼잣말이
시가되어멀리날아갈때

생활속의소소한경험들로부터시작하여“고독속에서살아가는일상의수기”(전승민,해설)로써내려간남현지의시는좀처럼감정을드러내지않지만사뭇쓸쓸한기운이감돈다.시인은“혼자서는어떻게해볼수없는밤이계속”되고“아무일도일어나지못할것”(「오늘서울날씨」)같은세계에서우리의삶은안녕한지묻는다.그리고이세계에서는아무리조심하고“신중해도/문제가생길수있다”(「거래처에서배운것」)는것을절실히깨닫는다.시인은고통가득한세계의흐름이바뀌기를바라지만때로현실은들끓는“고뇌,열망,후회"(「피서」)앞에서눈을감거나간절한“기도에가까웠던것을/자기계발식으로다시작성”(「워크숍」)하도록만든다.결국남현지시의화자는“깜깜해질때까지자신을/종일처럼”(「오늘의기도」)지켜보기를택하며자아가지워져가는한복판에서깊은사색의결과물들을건져낸다.
이화자는수많은고뇌의밤을건너오며“밤마다번영을꿈꾸는”듯한기분을느끼고“우주를떠돌고고래가되는꿈”을꾸기도한다.꿈은늘“적절하게실패한채로끝”나기마련이지만시인은쉽게낙담하지않는다.“이런꿈이라도사라지지않길바라면서”차분히“뜨거운아침햇살을맞이”(「꿈의번영」)하겠노라고마음을다잡는다.시인은냉소에빠지지않고삶을긍정할때에생기는일들을상상하고자신의안에갇힐까봐두려워하며다른세계를기웃거리기도한다.나아가그문을열고들어가“우리가같은영혼을가졌다고/지금부터믿어버릴것”(「하나의문만열린다면」)이라기대한다.결국시인이열망하는것은바로“분별없이는싸움도없다는/평화가함께하”는곳에서망설임없이“즉각적으로/사랑”(「까맣게젖은나뭇가지위의꽃잎들」)하는일,“자신을인정하는데서”무엇이든“새롭게시작할수있다”(「워크숍」)는믿음이훼손되지않는세상이다.

“오늘네게닿지않고떨어진눈이
다시눈으로돌아올겨울의미래”

“이웃나라에서전쟁이일어나도/아침이면연어가도착”(「전자랜드」)하는기괴한세계의실상을직시하며시인은우리의삶은건강한지,세계는평화로운지다시금묻는다.“이상한춤을추는세계”(「우리가작고어두운것이었을때」)의한복판에서시인은아늑한평온과건강한삶을도모한다.“고통없는세계”(「빛의생산」)같은것은아예상상조차할수없을지라도때로는장난스럽게,때로는애통하고뜨거운마음으로이야기를계속해나가며고통과절망너머의세상을향해고개를내밀어본다.남현지시의화자를따라이곳저곳을누비다보면지나간불행을잊기위해애쓰면서도“그모든시간이/나의선택이었다고”받아들이면남은날들을충실하고“새롭게시작할수있다”(「온우주가바라는나의건강한삶」)는내일의가능성이어느새마음가득차오른다.시집을읽어나가며우리는감추어져있던내밀한이야기가발화되는환희와“우리자신의고통을지켜볼수있는담대한용기”(추천사)를얻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