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떤 기술

삶의 어떤 기술

$12.00
Description
“부쩍 말이 많아진 너의 이야기가
가득 차올라
빛과 함께”
자유와 상상의 날개로 힘차게 비상하는 시
‘없음’의 아름다움을 있게 하는 신선한 감각과 맹렬한 인식

공감을 자아내는 페미니즘적 시선과 일상적 시어의 비일상적 연쇄가 주는 신선한 목소리로 주목받아온 윤유나 시인이 두번째 시집 『삶의 어떤 기술』을 창비시선 514번으로 펴냈다. 시인은 한층 선명해진 주제의식과 활달한 상상력으로 시공을 넘나들며 “감각과 이미지의 직관적 연상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최다영, 해설)가는 매혹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 곳곳에서 “슬픔을 말하다 중단하고, 갑작스럽게 희망이 끼어”들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양안다, 추천사)가 우리 모두의 삶을 대변하듯 요동치는 한편, 솔직하고 유연한 시인의 사고방식이 외롭고 지친 마음을 다정다감하게 어루만진다.

“내가 너무 사랑했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의 세계
저자

윤유나

저자:윤유나
윤유나(尹宥那)시인은2020년『하얀나비철수』를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산문집『잠과시』가있다

목차

제1부
다른세상의모든근황
그냥바다
피를뒤집어쓰다
가족과먹는여름김밥
결혼없이하지
보람
모시조개
보석의마음
gas
우유를마셨어
더티화이트

제2부
약자
걔가말을옮겼어
긴생머리,민소매티셔츠의
봄마다
꽃사진찍기
구름의그림자들이거대한바위로된산맥목구멍을노곤하게가로지르며배회했고,전나무로뒤덮인산맥옆구리를더듬었다.그날들이후로나는여성의체모를볼때마다늘이말을떠올린다.낙엽성(落葉性)?
신나무
서교미래사랑

헤해혜
왕족중국마사지
쑥찜질
친구의그런말
고유감각

제3부
산사람
말코빛개
그냥
추측
맑은샘이비인후과
유전
고양이의책
mmm,있어
닫힌마음
메로구이
삶의어떤기술
말이안되는마음
없어
독립
매일창가에앉아있어
시간

제4부
해운대바닷가소리회
지우개의마음
녹은
즐겁다
돼지없는동물원

해설|최다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내가너무사랑했다,가짜인줄알면서도”
언어의한계를뛰어넘는언어의세계

윤유나의시에서는꿈속을거닐듯몽환적인풍경이다채롭게펼쳐지고그산발적인이미지들속에애타게그리운마음이일렁인다.이는단순히보고싶은사물이나기억을소환하기때문이아니라,드넓은상상력을통해실체가없는대상을실재하는것처럼여기는시인만의“없음의있음”(해설)양상을통해환기되는정서다.예컨대시인은“형체없는마음에모양을주”(「결혼없이하지」)는가하면,“가져본적없”(「약자」)는아기의안부를물으며무형의대상에대한사랑을드러내고,“이제껏본적없는인물이탄생”(「즐겁다」)하는모습을그려본다.이처럼없는것을‘있게’만드는시적상황들은읽는이의상상을끊임없이자극함과동시에그리움의정서를아스라이퍼뜨린다.

지나간시절에대한애달픈마음또한폭넓은공감을불러일으킨다.시인은이제는없어진것들은아주잊어버리려하지만“너무잊고싶은마음”(「말이안되는마음」)이오히려기억을또렷이되살려내는역설을마주한다.이과정에는“있음-없음-사라짐”(해설)으로이어지는독특한인식의단계가존재하는데,예컨대“완전히없는것/없지”(「우유를마셨어」)라는문장은완전히사라지기전까지는‘없음’상태에서여전히‘있음’으로존재한다는깨달음을드러낸다.“지나간것들은모두목소리를지녔”(「피를뒤집어쓰다」)고“사라진상태로나타날수있”(「말이안되는마음」)다고믿기에시인은‘없음’의상태를어느정도실체를지닌것,말하자면“기억을붙잡아두는일종의장소”(해설)로서인식한다.이렇듯상실의자리까지돌보는시인의담담한어조는다양한종류의상실을매순간겪으며살아가는현대인에게위로와용기를건네는듯다정하다.

한편시인이거니는꿈속이마냥‘꿈결’같지만은않다.포식자가피식자를한입에집어삼키는야만의현실이수시로틈입한다.이때시인은제안의잠재된공격성을솔직하게내보인다.“너를혐오할것이고/긴밤에이르러너를저주할것이고/너를망하게할것”(「돼지없는동물원」)이라는분노가들끓다가도“내가전부잘못했다고이를악물고”(「쑥찜질」)참아내는것이다.때때로“너를사랑해//죽여버릴거야”(「걔가말을옮겼어」)와같은상반된감정이드러나기도한다.이는“마음이하는거짓말”(「추측」)이라기보다악몽같은현실속에서“내가되지않으려고최선을다했던시간들”(「결혼없이하지」)에가깝다.분노와인내,혐오와사랑이진동하듯펼쳐지는데이는‘직진하는’언어에서한걸음도약해낸시적결실이자누구에게나공감으로가닿을마음속폭풍이다.누구나“나한테거짓말을가장많이한사람은나”(「약자」)이기에.

시인은이처럼세계의폭력앞에서그누구보다예민하고솔직하다.“사람한테달려들때마다내가짐승같고”(「결혼없이하지」),“어떤날은내가너무더럽게느껴진다”(시인의말)고속마음을토로한다.“나를사랑하는일과사랑하지않는일이동시에벌어”(「결혼없이하지」)지는일상속에서무력감과슬픔을느끼며“아무것도하지않는방식”으로“사람과관계할수있을까”(「즐겁다」)묻기도한다.그러나시인은“언어를뛰어넘는아름다운언어/언어없는언어”(「고유감각」)로써산재하는폭력과지저분한내면을“정화하는일”(시인의말)을멈추지않을것이다.숱하게사라지는세상마저끝끝내살아지는시인의따뜻하고도강인한마음이“인간을도저히미워할수없”(「삶의어떤기술」)기때문이다.“아무도아프지않게하는것”(「추측」),다시말해“그냥마냥좋아하는마음”(「그냥바다」)으로씩씩하고자유롭게살아가는것이시인이마침내터득한‘삶의기술’이기때문이다.

시인의말

어떤날은내가너무더럽게느껴진다
그럼시를읽어야지
사는동안정화하는일을멈추지못하겠지
그랬으면
2025년2월
윤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