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움직인다 (손택수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 (손택수 시집)

$13.00
Description
“슬픔도 아픔도 들판의 황금 밀밭을 불어가는
숨결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까”

지극하고도 순정한 서정의 언어로
삶의 한가운데서 길어올리는 슬픔이라는 가능성
전통 서정의 맥을 이어가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수려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손택수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움직인다』가 창비시선 519번으로 출간되었다. “개인적 삶이 품은 고통의 이력과 현 사회 욕망의 시스템을 시인 특유의 시적 성찰과 발견의 세계로 이끌어 승화한 놀라운 성채”라는 평을 받으며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문학동네 2022)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담백하고 감성적인 언어와 세심한 관찰력으로 일상의 정경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동시에 우리 생의 진실을 파고드는 순정한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고통과 슬픔의 흔적들을 더듬어가며 삶의 희로애락과 그 아름다움을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투명한 수채화처럼 단아한”(이찬, 해설) 이 시집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며 찬찬히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

손택수

저자:손택수
손택수(孫宅洙)시인은1998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호랑이발자국』『목련전차』『나무의수사학』『떠도는먼지들이빛난다』『붉은빛이여전합니까』『어떤슬픔은함께할수없다』등이있다.

목차


제1부
미륵사지에서
이별하는돌
운석찾는사람
눈곱재기창
첼로

담양참빗
밥풀로붙인편지
바닷가에두고온아이
태양의아이
의자
보물쪽지
구두에창을내다
모래성
모래별
만어사에서
수국
저녁을짓다
후렴부만기억나는저녁

제2부
빵과노동과신
한강
유리벽을향해날아가다
노인벼
리듬의역사
베트남난민수용소의추억
주제가있는숲
선납숲의고양이눈을빌려
풀과구름과나의촌수를헤아리다
등나무꼬투리속의폭풍
설해목
무덤가에눈사람을세워놓고
공생염전
소금의결정
입파도에서

제3부
심심하다는말
눈물폭포
물향기수목원
신파처럼,한번쯤은
자정가까이폭설
겨울밤에바람이
오래미워한자를위한문상
흰옷의느낌
결혼기념일
고래의도시
빵나오는시간
오래된골목끝화분앞에쪼그려앉아
콩나물국밥
산에걸린잠수함
망원동을떠나며
잠의빈민
거리에나의얼굴이생겨날때
하이힐블루스
북광장의명상
사물의탄생

제4부
젖은새
죽간본
윤필암
눈물의왕
쌀과콩의서예
전혁림의목욕의자
강요배의한라산에취하다
술잔의레퀴엠그리고송기원
마라톤타자기
모과의문장
숲의귀
종이유령
녹슨피
목조집의도둑
소혹성

해설|이찬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촉석루에다녀와야겠어
가는길이우주여행같을거야”
평범한풍경에서건져올리는삶의본질

시력27년이라는세월동안여섯권의시집을펴내며매번시세계를새로이갱신해온시인손택수는이번시집에이르러한층농익은언어감각과완숙한은유적상상력이어우러진서정세계를펼쳐보인다.그는“해저같은고요속으로/하얗게지워진것들의목록을작성”(「자정가까이폭설」)하며아득한그리움의시간속으로잠겨들어지나온삶의곡절들을하나하나되짚는다.“뜬듯만듯깨어있던/가난한나의창”(「눈곱재기창」)과“사물에영혼을입히는당신들”(「의자」)에대한그리움은어느새“가슴팍에귀를대고당신의멈춰버린심장박동소리를듣는”(「귀」)애틋한감응으로이어진다.특히“이름도집도잊어버린요양원”(「담양참빗」)과“침상에종일붙어있던노인”을지켜보며“사지를움직일수없으니/눈물이움직인다”(「밥풀로붙인편지」)고말할때,우리는세상을바라보는그의시선과사유의폭이더할바없이깊고넓어졌음을확인할수있다.그러나시인은슬픔을슬픔으로두는데서그치지않고,“사람으로선어찌할수없는운명을/매일같이연습해”(「저녁을짓다」)보며그것이더할수없는“슬픔이고아픔”인동시에“우리의가능성”(「빵과노동과신」)이기도함을통찰해낸다.“반복되는이지루한날들이다시는올수없는/천체의일”(「운석찾는사람」)이기때문이다.이렇듯시인은일상의평범한풍경속에서삶의본질을날카롭게포착해우리앞에그려보인다.
한편시인은개인의회한을넘어보편적고독에까지시선을옮겨다놓는다.강변에아파트가들어선탓에“강을잃어버린강”의“뻣뻣한”(「한강」)흐름과“폐지처럼구겨진노인들이/폐지더미수레를끌고가는광장”(「북광장의명상」)에서문명사회의이면을직시하는가하면,“진을친차벽너머”로“동지밤에사발통문이폭발”(「리듬의역사」)하던가까운어느밤의풍경을소환하며현실에대한통렬한감각을드러내기도하는대목에서는시인의실천적면모가유감없이드러난다.

“돌을쥔다차가울줄알았는데온기가있다
나의체온이건너간것이다”

이처럼삶에대한깊은성찰로빛나는손택수의시에는낮은존재들을향한사랑과연민이따뜻하게배어있다.“누구나한번은고아일때가있”음을,그렇기에“고아끼리손을잡고견뎌야”(「바닷가에두고온아이」)함을아는시인은“현실의생활세계와가치의이상세계사이에서생겨날수밖에없을무수한어긋남”(해설)속에서도여유와유머를잃지않고삶의그늘진곳에서웅성거리는이들의슬픔과아픔을간곡한마음으로품어안는다.
“떠나는거서운치않게”(「이별하는돌」)“사라질것을짓는일이야말로일생을걸어볼만한사업”(「저녁을짓다」)이라고말하는시인은무수한기억속풍경들을슬픔이라는가능성으로되살려낸다.그태도에는굴곡진삶의비애를노래하면서도결코감상에함몰되지않는단단한시정신이깃들어있다.그것을“꾸밈없는꾸밈”(해설)의미감이자,“텅빈백지의아름다움”(「마라톤타자기」)으로반짝이는단정한서정의한경지라말할수있으리라.

시인의말

노래에자신이없으면우는아기라도안아보자.아기를달래거나재우기위해어릴적동요몇소절이라도저절로흥얼거리게될테니까.
아기가울면하던일멈추고달려와노래를불러주던사람들을기억할수있을지도모르지.
내안에잠들어있던아기가그리깨어날지도모르지.
인형을재우며어른들을기다리다잠이든아이야,이제는내가나를안고노래를부른다.
다큰내가아기가되어듣는노래,나같은음치도가객으로만들어주는노래.
세상에아무도없으면자장가라도불러보자.먼어미도오고이웃집누나도오고무서운동냥치도오고지금은없는사람들도노래를따라오는구나.그들을재우는노래를내가따라부르는구나.
자장가속에있으면동가식서가숙뒹구는돌멩이의설움도마냥서럽지만은않아서,아야때리고차고함부로깨부수던소리들까지다나의노래가되었는가한다.

2025년봄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손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