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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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녁이다 슬픔들아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자”

지나온 삶을 향한 깊고 묵직한 성찰의 기록
삶의 비애와 슬픔을 품어 안는 웅숭깊은 위로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온 이상국 시인의 열번째 시집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가 창비시선 528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고, ‘시인’의 존재와 ‘시 쓰기’의 행위를 경유하여 시력 반세기의 시론과 인생론을 펼쳐 보인다. “오래 묵은 흙냄새와 살림살이의 낮은 물결 자국들”(장석남, 추천사)이 아로새겨진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을 더듬어 그 속에 스며 있는 오래된 기억과 삶의 진실을 담담히 길어 올리는 솜씨가 여전하다. 단아한 시 정신과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가 어우러진 이번 시집은 “시인으로서의 존재론을 탐색해가는 ‘시적 우보(牛步)’의 고유한 위의(威儀)”(유성호, 해설)와 도도한 기품이 서린 완미한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

이상국

1946년강원도양양에서태어났다.1976년『심상』에「겨울추상화」등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동해별곡』『집은아직따뜻하다』『어느농사꾼의별에서』『뿔을적시며』『달은아직그달이다』『저물어도돌아갈줄모르는사람』『버섯의노래』등이있다.백석문학상,민족예술상,정지용문학상,박재삼문학상,강원문화예술상,현대불교문학상,권태응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현재구상선생기념사업회대표를맡고있다.

목차

제1부
나의시
핑계
희망에대하여
한여자네집
한소식
어느해봄
시인노트
시인들
여인숙
몸이아픈날은
그냥가기뭐하니까
과분(過分)
어느날커피를마시고잠이안와
너에게
세상을얻다

제2부
콩을고르며
낙산사
아지미생각
양양장
화진(花津)
강변역에서
저녁의위로
어른은울지않는다
달인들
미안한일
살림에대하여
어느봄날
의자
어머니는산에계신다
경계에대한생각

제3부
빈자리
무야,무우야
저위
마가목사랑
벚나무이야기
곡우지절
어느행려별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
물푸레나무도힘들다
귀신이야기
같이살던시절이그립다
천변풍경
강마을
우수(雨水)소년
다시봄을기다리며
숲속의의자

제4부
왈패에게
근황
전주가서
어느공공주의자의노래
단추재벌
골목불친(不親)
색을즐기다
바람에대한충고
짝짓기에관한변명
당착(撞着)
청바지에대한생각
여하튼안녕
공연히
세계문학을버리다
수행자의노래
괜히

해설|유성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나의시는늘지않는다
인생이늘지않는다”
시와삶을일치시키는고독한수행자의길

시인은‘시쓰기’를자신의생애와겹쳐놓으며시란무엇인지끊임없이묻는다.시집첫머리에서“시가늘지않는다”고토로하고는종내“나의시는늘지않는다//인생이늘지않는다”(「나의시」)라고까지말한다.시인의삶을돌이켜보건대,이러한고백의밑바탕에는시는곧삶이라는굳건한신념이깃들어있는듯하다.한편“희망이혼자인것처럼//시도늘혼자”(「희망에대하여」)라는구절은시인으로서의고독을드러낸다.“누가시키지도않았는데”평생시인으로살아온길을돌아보면서시인은시쓰기가결국자신의숙명이었음을깨닫고,“가진게시밖에없”다던말이도리어“시에게도미안한일”(「미안한일」)이었다는회한에젖기도한다.어려서부터“사람들이좋아하는시인이되”기를바랐으나“아직도//사람들이좋아하는시인이되지는못하였”(「희망에대하여」)고,“평생시를쓰면서도/시같은건대단찮게여기기도”(「세상을얻다」)했지만시인은시쓰기를여전히“일생의업”(「시인노트」)으로여기며자신만의길을묵묵히걸어나간다.
시인은오래된기억속으로걸어들어가지나온삶의흔적을차분히응시하며인생을성찰한다.그의인생론은“지나온시간에대한섬세한기억”(해설)을바탕으로하는데,이기억은과거의회상이기도하지만앞으로살아갈날들을지탱하는힘이되기도한다.시인은“사람이살려고/너무애쓰는일을재앙”으로여기며“가난하면세상에미안한일이적다”(「핑계」)고말한다.“죽을힘을다해세상에나와/어떤사람은평생고기를잡고/어떤사람은벽돌만쌓다”(「저녁의위로」)사라져가는게인생이기도하다는것이다.시인은「너에게」에서“네게내인생의대부분을쓰고도/나는용서도없이살았다”고고백하며,“산다는건누구나제게서멀리가는일”이라는깨달음에이르러이별의아픔과상실의고통까지도기꺼이삶의일부로받아들인다.삶의흐름을겸허히수용하는그의인생론에귀기울이다보면“희고푸른삶의그늘,저녁의빈집혹은/흐르는거리의허기와어두운강을건너”(「바람에대한충고」)온바람처럼수행하듯살아온시인의모습이아련하게다가온다.
이렇듯이상국의시에는삶에대한연민과시인의각별한경험이오롯이녹아들어있다.그는삶의비애와슬픔을품어안으며비애를넘어서는서정의힘으로작고소박한것들이함께하는사람살이의본래면목을노래한다.“새한마리가비를맞는데세상이다측은하다”(「천변풍경」)고느끼는시인의심성을보면그에게시란삶의슬픔을다스리고생명의온기를불어넣는방식임을알수있다.시인은“아무리조그맣게살아도산다는건/그모든걸가슴에묻는일이고/남몰래꺼내보는일”(「어른은울지않는다」)이라는것을일깨우며뭇존재들의슬픔을다독인다.이는곧누군들“울고싶어울겠으며/아프고싶어아프겠는가”,“강물은그소리를감추지못하고/바람이숲을몰래지나가지못하듯/억지로못하는게인생”(「저녁의위로」)이라는깨달음에가닿는다.“어쩌다온세상에서/우리는어떡해서든살아야”(「강변역에서」)하니“너무애쓰지마라/그냥살면된다”(「여하튼안녕」)는순응의태도를일러주며시인은독자들에게위안의말을건넨다.“밥든든하게먹고/열심히들살아라”(「전주가서」).

“네게내인생의대부분을쓰고도
나는용서도없이살았다”

『나는용서도없이살았다』는이상국시세계의정수이자,평생을시와더불어살아온노시인이지나온시간을되짚어보는성찰의기록이다.이상국의시에는화려한수사나“속시원한깨우침”(추천사)같은것은없지만문득아득해지는순간을선사하는조용한힘이있다.“대추나무한그루를심으면/백년도넘게대추를따고/사람하나묻으면수천마리구더기를먹이는곳”(「어느행려별에서」)에서수행자처럼살아온시인은인간과삶과세상에대한사랑을잃지않는다.“남의생명을함부로해하는건사람밖에없으므로/사람을조심해야한다”(「귀신이야기」)는지혜와“이별에사는것들중/가장사나운게인간”들이라당장떠나고싶지만“별이무안해할까봐참고사는것”(「어느행려별에서」)이라는고백에는체념이아닌깊은연민이배어있다.사람과자연과모든생명들이어우러져“우리가같이살던시절”(「같이살던시절이그립다」)을그리워하며“아직낯선강가를서성이는//늙은소년의목덜미”(「우수(雨水)소년」)위로우수에젖은빛이아른거린다.“저녁이다슬픔들아/어둠의등에업혀집으로가자”(「저녁의위로」).등단50년을앞두고반세기세월의무게를고스란히담아낸아름다운고백록이우리곁에당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