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시집)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 (김용만 시집)

$12.00
Description
“스스로 가라앉은 힘이
다시 일어서는 힘이었음을”

꾸밈없는 생활과 성찰이 자아낸 맑은 서정의 세계
소란한 세상에 건네는 흙의 언어를 배우는 시간
노동자이자 농민으로 “따사롭고 환한 시”(정우영 시인)를 지어온 김용만 시인의 두번째 시집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가 창비시선 529번으로 출간되었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등단 34년 만에 펴낸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삶창 2021) 이후 4년 만의 신작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이모저모를 질박한 대지의 언어와 정겨운 토속어로 진솔하게 기록한 '산중 일기'를 들려준다. “읽을수록 마음이 맑아져오는”(김해자, 추천사) 순박하고 따뜻한 시집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단정한 문장의 울림과 단형 서정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91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제목의 가나다순으로 실었다. 시집의 제목 역시 첫 시인 「가시」부터 마지막 시 「황토」까지 순순히 가닿는 시인의 담박한 언어를 담아냈다. 장식적인 삶 대신 생명을 기르는 노동을 택한 시인의 문장이 각박한 세상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깊은 평화와 위로를 선사한다.
저자

김용만

전북임실에서태어났다.1987년실천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새들은날기위해울음마저버린다』,산문집『흘러가는기쁨』등이있다.

목차

가시
가을길
감자캤다
같은산에살면서
겨울,산에기대어
고드름
고백
그래도사람이좋다
그러니까하느님소릴듣지
그믐달
기분좋은밤

꽃밭을텃밭으로


나무가없으면새도안온다
날은흐리고싸락눈이내렸다
노을
농부는등이역사다
눈내리는밤
달맞이꽃
대낮에
대설
딱새놀다가는
똥이힘이다
뜬물개떡
만추
먹감나무
먼젖은산이
못난시인
묵정밭1
묵정밭2
묵정밭3
민들레
반성
밤마다내려오는별은어쩌고
배추
벌초
보리밥을먹다가
봄날
빠꾸아재
사람덜이그러면못쓴다
사람들은왜그럴까
사람별것아니네
사람의일
사랑

산길걸으며
산길에서
산의언어는침묵이다
산중에오는비는발디딜곳이많습니다

새를기다리는중이다
새벽길
서점에갔다
선글라스
세상이시끄럽다
소똥
시월
시인
시인네배추밭
십일월의비
안부
어머니
어머니없는첫봄이다
여름밤
예의
오늘의일기1
오늘의일기2
오월
우중일기
월사금
위봉사
일기
작은나비
전국적으로
전지
졸라
지지대
직심
차마
채송화
콩타작
토끼풀꽃
풋감
핑다녀오세요,했다
한수양반
햇살,좀놀면어때
호미
황소
황토

해설|고영직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고랑이깊으면밭두둑이배부르지
자연은꼬부장한게지”
세상만물과터전을공유하는'평화로운가난'

시인은자연과인간을살피고돌보는“대지의청지기”로서“한사람의혁명”(고영직,해설)을추구한다.그'한사람의혁명'이란거창한것이아니다.세계를새롭고,낯설고,다르게보며'세계의복수성(複數性)'을인정하는태도에서비롯하는것이다.시인은“꽃밭을텃밭으로”바꾸며자기안의“꽃들을지우는중이다”(「꽃밭을텃밭으로」).인위적으로울타리를치고꽃밭을꾸미기보다는산과숲에섞여들어가텃밭을일구는노동의가치가더중요하다고보는것이다.시인은“스스로가라앉은힘”에서“다시일어서는힘”(「뜬물개떡」)을발견해내고,자연의섭리대로따르면서노동하는삶은“가난해도가난하지않다”(「겨울,산에기대어」)고말한다.“자연은꼬부장한”것이라며,그굽은모양대로살아가는것이시인이“가고자하는길”(「묵정밭3」)임을담담하게술회한다.“산중적막한고요와가난이얼마나평화로운지”(「나무가없으면새도안온다」)되새기며새벽마당을잠시서성이기도한다.
이번시집에서특히눈에띄는점은자연만물을'소재'가아니라생명을가진'존재'로바라보는시인의생태학적감각이다.시인은자신이사는집은“무슨특별한집”이아니라“사시사철찾아드는/벌나비집”이고“바람과햇살오가는/두꺼비집”이며“집찾아드는오만것들”(「밤마다내려오는별들은어쩌고」)의집이므로'당호'를붙인다는것은당치않다고말한다.이는대지는뭇존재의공유지여야한다는시집의세계관을드러낸다.또한자연이인간보다우선하고,노동이야말로삶을지켜나가는근본임을명료하게보여준다.이러한인식의바탕위에서시인은“흘러내리지않기위해/흙속에돌을묻는”(「겨울,산에기대어」)산의마음까지도능히헤아린다.

매일의노동을통과해
비로소순리에가닿는정직한시심

김용만의시에는몸으로살아낸노동의시간과땀냄새가짙게배어있다.시인은'마찌꼬바'(작은공장을뜻하는일본어)용접사로살았던과거의시간과산중에서땅을일구고시를쓰는현재의시간을겹쳐놓으며노동의숭고한가치를되새긴다.“마찌꼬바삼십년세월”을“쇠토막같이언손으로/종일난간움켜쥐고매달”(「고드름」)려온생애는고되고질긴노동의연속이었다.그러나“외롭게살았”으나“한세상비겁하진않았다”(「보리밥을먹다가」)고회고한다.시인의산중생활또한단순한귀촌살이가아니다.시인은흙한줌,돌하나도소홀히대하지않는다.“돌고르고나니흙이남”아“그흙을옮겨꽃밭을만들”고,“흙고르고나니돌이남”아“그돌로돌담을쌓”(「겨울,산에기대어」)아삶의터전을마련한다.“흙과돌멩이모으고가려쌓으며/몸써”묵정밭을개간하고“호미끝을세워/서늘히땀에젖고싶다”(「딱새놀다가는」)는소망에서드러나듯,시인은자연과인간이공생공락하는삶(해설)을꿈꾼다.“잘짓든못짓든/나누는것도농사다”(「감자캤다」)라는말에서알수있듯,시인은노동의목적을'나눔'에서찾는다.
물론이처럼공유와환대의원리가순환하는삶은요원하다.“한노동자가타죽었다한들/사람들이제왜냐고묻질않는”“반응없는시대”를실감하며시인은“흐느끼며돌아서눈물훔칠/시퍼런시인하나그립다”(「대낮에」)고말한다.그럼에도시인은“혁명은끌고가는게아니라/밀고가는것”(「빠꾸아재」)임을역설한다.앞장서서이끄는영웅의서사가아니라뒤에서서로등을받쳐주는평범한이들의온기가결국세상을움직인다는믿음이다.“시는단맛보다쌉쏘롬한쓴맛”(「시인」)이라는깨달음을체득한시인은삶의전환이후오직그길을향해“직심있게”(「직심」)살아간다.
김용만의시는어렵지않다.흙냄새가나고밥냄새가난다.현학적인수사대신“똥이힘이다”(「똥이힘이다」)라고외치는직관적인언어로생의비루함과숭고함을동시에포착한다.요양병원의노모와나누는애틋한대화,아내를향한무심한듯깊은사랑,먼저떠난이웃들에대한그리움이시집곳곳에흩뿌려져있어읽는이의가슴을한순간먹먹하게한다.특히“가난은어째서평화로운지”(「꿈」)를물으며산중의적막과심심함을즐기는모습은속도와효율을강요하는요즘시대에묵직한울림을준다.『기역은가시히읗은황토』는팍팍한도시의삶에지친독자에게잠시멈춰서서발밑의흙을바라보게하는다정하고도단단한쉼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