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초록빛

그날의 초록빛

$13.89
Description
“어디를 흐르다 너는 바람으로 이 마을에 들렀느냐”
“조용하게, 강으로, 그러다 흐르라”

섬진강을 따라 흘러온
김용택 시세계의 새로운 도약!

한없이 무르익은 서정이 선사하는
생동하는 아름다움, 경이로운 성찰
깨끗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자연의 정취와 순정한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한국 서정시를 대표해온 김용택 시인의 신작 시집 『그날의 초록빛』이 창비시선 533번으로 출간되었다. 섬진강에서 발원한 시인의 시세계가 흘러온 지 44년, 오랜 세월의 무게만큼 언어는 더욱 충만해지고 사유는 한층 깊어졌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기나긴 시력(詩歷)이 증명하듯 한결 무르익은 시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날의 초록빛』은 노년의 원숙한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 감정과 사유가 교차하는 ‘시적인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일상의 풍경에 숨겨진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무도 모르는 생명들”의 “신비로운 약속”(시인의 말)을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나직나직 들려주는 시집이다. 단순히 감미로운 서정을 넘어 삶과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심오한 통찰과 철학적 사유가 깃든 시편들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시인 김용택이 평생에 걸쳐 구축해온 서정의 세계가 이제는 완숙을 넘어 진경에 이르렀음을, 그의 문학이 여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이번 시집을 통해 온 힘으로 증명한다.
저자

김용택

1948년전북임실에서태어났다.1982년21인신작시집『꺼지지않는횃불로』에「섬진강1」등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섬진강』『맑은날』『그여자네집』『울고들어온너에게』『나비가숨은어린나무』등이,동시집『콩,너는죽었다』『너내가그럴줄알았어』『은하수를건넜다』등이있다.태어나자라온강가에서서쪽하늘초승달과작은나뭇가지에앉은새들의눈을바라보며살고있다.

목차

제1부감정의존중
결정
그약속의탄생
달을보면서
이슬과새의무게와그시적인순간에대한필연적관계설명
핵심의전율
그날의초록빛
감정의존중
사랑이결국을사랑하는이유
내시로삼고싶은남의시
시적인순간에서사적인순간으로
정해진얼굴은없어요
여보!이이가아침식사전이라하네
별이사라지는순서
취소된배고픔

제2부파동이사는강기슭
시의시
고졸(古拙)한경제행위
사흘동안
바람의행방
뒤로묶은머리
파동후를보러갈까요
나는그일이그렇게좋다
산책,문장,내휴지통
터무니없이괴이한이생각은내일까지갈수있을까?
그이튿날아침

제3부산모퉁이양지쪽
산모퉁이양지쪽
함박눈
그리고노란봄이또왔네
지금도희망과절망이다정한이웃인가
아슬아슬했던분노
내손등을스치고지나가는이시크한가을바람
시를읽는시간
이슬의여인
도중(途中)

제4부이신비로운약속들
바람위에누운나비
왜인지는모르겠지만
이일은없었던걸로하지요
조용하게,강으로,그러다흐르라
이마가쉬는곳
푸른강
이순정다할때까지
생명들의약속
풀잎아기
지성,그이전의시간들
나무가서있다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가을을기다리면가을이온다
나는주로시를기다린다“
담백한고백에아늑하게서려있는삶의철학

김용택의시는대체로간결하고겉으로는평온해보이지만그행간에는삶에대한치열한성찰과오랜세월자연과교감해온시인의깊은철학적사유가농축되어있다.“건너뛰지않은자연의생산은아름답고/인간의수확은일일이한알한알겸손이다”라는통찰에서알수있듯특유의담백하고명쾌한어조에는생명에대한경외와존재의근원을향한깊은응시가서려있다.“가을을기다리면가을이온다/나는주로시를기다린다”(「나는그일이그렇게좋다」)는고백처럼시인은세계를조급하게해석하기보다차분한기다림속에서겸손하게따르는순응의미학을일깨운다.“남들이부러워하는삶이아니라존중받는삶을살기를바란다”(「조용하게,강으로,그러다흐르라」)는전언은우리에게진정으로가치있는삶이무엇인지묵직한질문을던지기도한다.
시인의사유는더욱근원적인질문으로나아간다.“전율에는/핵심이없다/(…)/그누구도/거기가/닿지못했다”(「핵심의전율」)라는말은세계의본질에닿을수없는인식의한계를정직하게드러내지만,시인은이를절망으로받아들이지않는다.“사물들은모두서로충동질하고”“다채로운파문을일으켜/파장을넘어파도치”는것처럼세계는끊임없는관계와변화속에서살아움직이는존재임을인식하고,그흐름가운데“어떤생각의파동후의감정을기록하려”(「파동후를보러갈까요」)한다.찰나의감정들을초록빛생명의언어에담아내어일상의사소한변화와미세한떨림속에서사랑의본질과삶의진리를길어올리려는태도가눈부시다.

완고한균열을파고드는
사소하고부드러운것에대하여

이번시집에서특히주목할만한대목은김용택시인이스스로구축해온서정의틀과“고정된관념의문법”(「산책,문장,내휴지통」)에서탈피하려는의지이다.그는“인간혁명이사라질것같은/공허한인문과‘87체제문법’의그지루한서정이/싫어졌어”(「시적인순간에서사적인순간으로」)라고고백하며과거의성취에안주하지않겠다는단호한결의를밝힌다.“나는퀴퀴하게낡은나의거울에서나간다”라는자못비장하기까지한다짐에서는자기갱신을향한결연한의지마저읽힌다.시인은기존의시적인틀을해체하고생생하게살아움직이는‘다른생각’‘다른언어’를탐색한다.“시는전체(全體)다”(「산책,문장,내휴지통」)라는선언은이러한시적전환이단순한형식의변화가아니라존재와세계를포괄적으로다시사유하려는시도임을보여준다.
시인은비로소“인류의질문과대답이인류에게달라질때가되었”(「산책,문장,내휴지통」)음을밝히며낡은시대의문법을넘어새로운생명의윤리를수립하고자한다.그가생각하기에인류가구축한체제의“완고한결정을깨뜨리고균열을파고드는”것은강력하고폭압적인무기가아니라“부드러운결정체들”(나희덕시인,추천사)이다.이슬방울의무게만큼휘어질지언정“무게의힘에지지않”(「생명들의약속」)는풀잎이나“시시때때로명랑하게폭발하고비행”(「지성,그이전의시간들」)하는꽃처럼순하고여린존재들이완루한세계에파고들어균열을만들어낸다.시인은그틈에서생동하는힘과경이로운생명력을섬세하고고운언어로포착하여독자에게전한다.“봄은먼저와있”고“풀에눈이앉”(「아슬아슬했던분노」)을뿐이라는깨달음이유달리긴여운을남기는이유이다.

“물결들이다정할때
그때도나는여기서서
당신의사랑을기다리고“

곧여든을바라보는김용택시인은여전히견결한시정신을가다듬으며미지의세계로한걸음나아간다.“섬진강을따라오롯이흘러”와“이제지구의드넓은대지”(추천사)에이른노시인의시적여정은한국서정시의한지평을다져온발자취를증명한다.그는“그때나지금이나시의뜻대로된것은없”으며,“우리는이미우리가알지못하는세계에진입했다”(「시를읽는시간」)고말하며여전히새로운인식의가능성을모색한다.『그날의초록빛』의책장을덮으며독자들은“아픔과슬픔을달래주던다정한약속”같은풍경과“어둠을따르며살아나던생명들의신비로운/속삭임”과“식지않을/사랑의아픔들”(「그악속의탄생」)이서린“훼손되지않을견고한시의아름다운나라”(「내시로삼고싶은남의시」)를가슴속에오래도록품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