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이동 가능 (김중일 시집)

차원 이동 가능 (김중일 시집)

$13.00
Description
“그러므로 유일하게 기억해야 하는 건
슬픔의 감정이다”
언제고 어디서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눈물에 적은 무수한 가능성과 사랑의 기록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부한 감수성과 감각적인 비유로 가득한 몽환적인 시 세계를 펼쳐온 김중일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차원 이동 가능』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죽음이 삶을 뒤덮는 참혹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사라진 존재들의 시간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복원하고자 한다. 현실의 폭력과 부조리에서 오는 슬픔을 차분히 길어 올리며 “고통스럽고 슬픈 언어들”(하재연, 추천사)로 써내려간 애도의 시편들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비애에 침몰하지 않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북돋는 원숙한 사유 또한 힘있게 들려온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아픈 시편들”이 중심을 이루는 이 시집은 “시는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물음”(「‘시’로 갔다」)에 답하는 시인의 결론이기도 하다. 부를 나누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배열된 58편의 시들은 교차되듯 이어지며 시간과 공간, 차원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하나의 이야기로 읽힌다.
저자

김중일

2002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국경꽃집』『아무튼씨미안해요』『내가살아갈사람』『가슴에서사슴까지』『유령시인』『만약우리의시속에아침이오지않는다면』이있다.

목차

‘시’로갔다
가을의러너
간빙기의우리는
계약창문
공기의기억

그러데이션
그림자를스친사이
깊은모서리
나란히걷는일
나무는
나뭇잎을감긴눈꺼풀처럼무겁게무수히매달고있는화분을기어이끌어안고가는바람
날아가네
너와눈사람과나
눈물따라가보기
눈사람의그림자
눈사람의행방
대부분의너
마음이사
매일내마음을낳아주는새가
매일네가야위어가는지구과학적이유
미래그림
미래의아이들은지금어디서무얼하고있을까
밤에걸린달력
별의수
살아있는느낌이라는오해
새벽폭우
새에서울음까지
생일
소년이라는파편
시간밖의아이
시한부를사는여섯살먹은아이가그귀한시간가는줄도모르고온종일푹빠져있는잃어버린장난감생각
쌓이는마음
아이는우리가아닌무엇이든될수있다
아이들의원심분리기
아이의물음
아이의집
아픈아이가오늘은네가되어
어리고어른대는
여름생활계획표
오늘은처음보는개가
오래된‘시’속에서의신작시마감
욕조와향로1
욕조와향로2
워킹버드
인형의집
잠든너의입술에서흘러나오는꿈속의공기
잠을도난당한아이들
잠이된아이들
진짜밤
진짜시간
진짜아침
차원여행
차원이동가능
커다란풍선은생각보다멀리있고커다란풍선은생각보다더커다랗고
포플러
하얀저녁
후략

산문│세상에어리고어른대는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사라진것들은끝내사라지지않는다
슬픔을통과해다시이어지는‘우리’

세월호참사이후창작의중요한전환점을맞으면서줄곧슬픔의기억들을기록해온시인은이번시집에서특히‘어린이’라는존재에집중한다.“태어나자마자화장실쓰레기통에버려지”(「아이는우리가아닌무엇이든될수있다」)고,“백주에만취한운전자의차량”(「새벽폭우」)이덮치고,“미사일이다트핀처럼학교에꽂히는”(「진짜밤」)비극적현실속에서아이들은끊임없이사라진다.시인은전쟁과재난,학대,사고로희생된아이들을‘시간밖의아이’‘잠을도난당한아이들’‘잠이된아이들’로호명하며그들의영혼을지상으로불러낸다.슬픔에잠긴기억을더듬어사라진존재들을다시현실로불러들이고“혼자우는멍투성이아이”들의“눈높이에딱맞게”(「가을의러너」)위로의언어를건넨다.이때시는아이들이고통없는차원으로건너가도록돕는기도가된다.이처럼한존재의비극을끝까지응시하는시선은곧세계전체를향한질문으로확장된다.
세계를바라보는시인의현실인식은어둡고절박하다.세상은“꿈없는잠”(「진짜밤」)처럼캄캄하고,“미래없는여기”(「미래의아이들은지금어디서무얼하고있을까」)의현실은너무도비참하여비현실적으로비치기도한다.“연년세세전쟁중인세계”(「아이들의원심분리기」)에서과연우리는온전히살아있는것일까.“‘살아있다’는의심스러운느낌에대해항상고민”해온시인은급기야“점점가슴이막히고숨쉬기어려워지는여기가우주의땅속매장지가아닐까?”(「살아있는느낌이라는오해」)라는극단의생각에이른다.“집단최면처럼우리가살아있는느낌을가지게하는이조롱같은지구공간”(「살아있는느낌이라는오해」)에깊은회의를드러내기도하지만“이곳만아니라면어느곳에든영원히행복하게오래오래살아갈수있지않을까”(「마음이사」)라는희미한희망을잃지않고,새로운가능성을품은‘이세계바깥’을사유하기시작한다.
이처럼이번시집에서‘시’는단순히현실을재현하는수단이아니라하나의‘장소’또는‘차원’으로확장된다.“시는말이나문자가아니라하나의장소다(…)특히이별의장소”(「‘시’로갔다」)라는선언은시가존재들이스쳐지나가는공간임을분명히한다.나아가“우리들의유일무이한‘차원이동’방식은뉴스보며온종일울기다”(「차원이동가능」)라는구절은타인의죽음을감각하는것이곧차원을넘나드는행위임을드러낸다.이러한차원이동은현실의고통을잊기위한도피가아니라,“죽게되면비로소다른차원으로돌아갈수있게”(「차원이동가능」)된다는인식을통해존재의영원성을확보하려는분투이다.“이세상에서죽는순간저세상에태어나고,저세상에서죽는순간이세상에태어난다”(「너와눈사람과나」)라는문장은삶과죽음을순환하는‘차원이동’으로이해하려는시인의철학적사유를응축한다.

“사랑의끝에서시작한
사랑의끝까지의이야기들”

지금이순간에도,먼과거에도,다가올미래에도지구어딘가의초등학교에는미사일이떨어지고아이들의순수가스러져간다.바로그곳,포연이자욱하고폭음이빗발치는곳을맴도는시인의모습은금방이라도무너질듯아슬아슬하고참담하다.그럼에도시인은‘어린’이가있는모든곳에차원이동해‘어리’기를반복한다.수없이많은비참,덧없이사라지고힘없이좌절하는세계의슬픔앞에서끝없이흘린시인의눈물위에서사라진존재는다시세상에‘어리’게된다.슬픔을수집해삶의숨결을불어넣는이시집은가장느리고도확실한차원이동의기록인동시에우리를다시서로에게도달하게하는사랑의기록이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