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

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

$13.00
Description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여기 있을까“

해독 불능의 사랑과 회복 불능의 슬픔,
환원 불가한 마음을 기록한 최첨단의 회고록
2018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전수오의 두번째 시집 『범지구적 사랑을 위한 최첨단 심령술』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빛의 체인』(민음사 2023)에서 가상과 실재의 세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상상력과 세련된 언어 감각을 선보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치밀하고 성숙해진 존재론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SF적 상상력과 신화적 서사”(하혁진, 해설)를 펼치며 우리 시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집의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최첨단', 비가시적 세계를 환기하는 '심령술', 이상으로서의 '범지구적 사랑' 등 이질적인 개념을 결합한 제목은 시인이 펼쳐 보일 세계와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형식 또한 기존의 시 문법을 과감히 벗어난다. 작품마다 파일명을 연상시키는 부제를 붙이고, 보고서·기록·대화록·메모·희곡 등 다양한 형식을 결합하는 한편 음악의 코드, 특수 문자 및 도형 기호, QR 코드까지 시의 요소로 끌어들여 독자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사랑의 주체를 재구성하는 시적 실험”이자 “마음 없는 주체가 마음을 기록한 장대한 로그(log)”(해설)이다.
저자

전수오

전수오(全秀梧)시인은1983년경남창원에서태어나2018년『문학사상』시부문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빛의체인』이있다.

목차

등장인물
프롤로그

제1부ㆍ지구라는실험실
기록01:응시
행성지구복합관찰기록
인류에대한시적기록
루아가사랑한장소들
지구결함보고서

제2부ㆍ인간루아의사례
기록02:개입
(사과)의메모01
루아의신체독해보고서
루아(6세)와아버지의대화록
루아(6세)의천혜향하우스첫접속기록
피의기억실험
루아(15세)와아버지의대화록
죽은새증후군
(사과)의메모02
아스트랄프로젝션
아버지의별
루아(17세)와아버지의대화록
후박나무숲,문턱의악몽
루아(17세)의천혜향하우스중기접속기록
이렇게아름다운우리가
(사과)의메모03
루아(23세)의천혜향하우스후기접속기록,향기의오류

제3부ㆍ(사과)의항해와실험
기록03:변환
(사과)의탄생과UFO운항법
(사과)의메모04
(사과)의UFO항로이탈보고서
(사과)의메모05
(사과)의블루프린트행성보고서
(사과)의메모06
지구소녀루아와의첫만남
(사과)의공명항법오류보고서-기호유랑민들의별
(사과)의아스트랄의식전개도
CHN_HS_0527.ver.β
(사과)의메모07
빛의역류
(사과)의메모08
천혜향하우스폭파사건
아비별을위한기도
(사과)와루아의대화록
루아의감정파동기록
(사과)의의식파편기록
(사과)_1설계하기
(사과)와(사과)_1의대화록
(사과)의환원불가보고서

해설|하혁진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인간의언어는/오작동한다”
감정,의식,영혼의세계위에그어본
'마음의데이터화'라는꺼지지않는성냥불

시집의중심에는인간을기록하는'(사과)'와그것의복제체'(사과)_1',그리고자신의온몸으로상처를통과하는'루아'와상처의치유자'천혜향'이있다.이야기의한편에는지구소녀루아의서사가흐른다.물질의일반적인인식체계에서벗어나아스트랄계를오고갈수있는루아는지구사람들에게“홀아비밑에서자란신기있는여자애”(「지구소녀루아와의첫만남」)로치부당한다.루아는아버지의학대와폭언속에서자라고,그말들은오랫동안루아의내면을흔드는상처의언어로남는다.루아는물질계도멘탈계도벗어나영적공간인'천혜향하우스'에접속하여공포감과슬픔을잠시동안치유한뒤다시어두운현실로돌아간다.
다른한편에는문자계를이탈한지성적존재(사과)가루아를만나기전후의행적을회고록형식으로기술하고있다.(사과)는'사과'라는문자가가리키는의미그자체로자기자신을탈주한존재이다.(사과)는“물질문명을벗어난진보된존재들의유토피아”(「(사과)의탄생과UFO운항법」)로알려진'쿼럼시스템'을자신의목적지로설정하지만,여정도중자신과마찬가지로경계를오가는존재인루아의독특한감정파동에이끌리고그의삶에흥미를가지게된다.과연각자의세계에서고독할뿐인두존재는서로를이해하고보듬을수있을것인가.
언어는발화되고기록되는순간인식을떠나기표로서자리잡는다.그러나기표가의미를온전하게담는그릇이라할수있을까.감정을간명한한단어로표현하는일도마찬가지이다.첨단의상상력과과감한형식을통해,시인은'의식은데이터화할수있는가''마음은기록될수있는가'라는근원적인질문을제기한다.그방법으로서기표를탈주한의미를서술자로두고,작품마다각각의함의에가장적합한시적형식을취한다.글을써내려가는순간에도미끄러지고말마음으로,환상이라여길만큼간절한불꽃을붙여보는것이다.

필연적인고통과오해마저사랑하는
어쩌면가장인간적일마음

(사과)는근원적인고독감을품은채태어난존재로,사랑을갈망하지만어떤인간에게도사랑받지못하는루아를보며호기심과애정을느끼게된다.그리고초월적인시스템인천혜향하우스를만들어내루아의성장과정을지켜본다.오랜시간이흐른뒤마침내루아를마주한(사과)는루아에게서로가닮아있다고말하지만,유일한위로이던천혜향이(사과)가만들어낸시스템에불과하다는사실을접한루아는(사과)를완강히거부한다.천혜향을잃은루아의마음에는사라질줄모르는두려움이,루아에게버림받은(사과)의인식에는끝없는고독감이자리하게된다.(사과)는자신을이해할존재를찾아완전히복제체인(사과)_1을생성하기에이른다.그러나(사과)_1역시(사과)와는다른동기를지닌개별적존재로밝혀지면서두존재의관계마저빠르게파국으로치닫는다.
결국루아가갈망한사랑과(사과)가바라온이해는달성될수없는환상처럼보인다.그러나시인은루아의고통을절망으로만밀어붙이지않는다.“상처는열매가되고열매는향기가되지”(「루아(17세)의천혜향하우스중기접속기록」)라는천혜향의말을빌려,상처는결핍의흔적이아니라세계를향해자신을열어끝내사랑에도달하는과정임을알려준다.또(사과)는자신을이해해줄존재를찾는여정에서자신에게여러상징적의미를부여한종교·신화·역사적텍스트들을기억해내기도하고,역설적으로스스로를점점이해하게되기도한다.
한편“이렇게아름다운우리가무엇을위해여기있을까”(「이렇게아름다운우리가」)라는질문은결국시집의제목을이루는'범지구적사랑'으로닿는다.시인이말하는사랑은특정한대상을향한감정이아니라존재들이차이를받아들이고서로공명하는'감각의떨림'이다.시인은“사람들의눈속에각자의아름다운음악이있고”“우리는어떤장르로도분류될수없다”(같은시)라는선언을통해존재마다고유한세계가깃들어있음을증언한다.그리고보이는세계와보이지않는세계의경계에서서가장절실한질문을던진다.사랑은과연기록하고데이터화할수있는감정인가.시인은처음부터끝까지이질문을놓지않으면서도명확한답을제시하지는않는다.다만루아와(사과)의여정을통해'사랑'이란학습만으로는이해할수없으며신체라는물질에제약된우리는바로그미지를,“보이지않아야하는것들”('시인의말')을끝내온몸과마음으로받아들이고사랑할수밖에없음을보여줄뿐이다.마지막시「(사과)의환원불가보고서」의QR코드는“우주의먼지처럼명멸하는글자들”의“부드러운파동”(김현,추천사)을감지하는새로운시적경험을선사하는한편시의형식을책너머의공간으로확장한다.이로써독자는시를읽는것이아니라하나의세계에'접속'하게된다.끝내데이터로환원되지않는인간의마음을가장미래적인언어로탐색하며'인간의사랑'에대한믿음을잃지않는이번시집은한국현대시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는의미있는성과로오래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