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다행한 (천양희 시집)

지독히 다행한 (천양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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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간절한 것에 끝은 없을 것입니다”

살게 하는 말과 쓰게 하는 말에 대한 끝없는 질문
맑고 단단해서 더욱 아름다운 천양희의 시세계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고독한 삶의 처절한 고통을 진솔한 언어로 승화시켜온 천양희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지독히 다행한』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깃든 관조와 달관의 세계를 펼치며 서정시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오랜 세월 “지독한 소외와 뼈아픈 고독”(시인의 산문)을 겪어온 시인이 삶의 뒤편을 꿰뚫어보는 섬세한 시선으로 빚어낸 시편들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오롯이 시인으로 살기 위해, 시를 찾아 “머리에서 가슴까지/참 먼 길”(시인의 말)을 걸어온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안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고통과 절망으로 얼룩진 삶의 절실한 체험에서 길어올린 천양희의 시에는 고독과 고립의 적막함과 외로움이 서려 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시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고독에 바치는 것”(시인의 산문)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시인은 삶의 비애 속에서도 나약함을 보이거나 헛된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실패의 경험이라는 보석”(「몇번의 겨울」)을 간직하고 있기에 고통과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견디다」)는 비장함을 가다듬으며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슬픔”(「공부하다가 죽어버려라」)을 어루만진다. “고독을 밥처럼 먹고, 고(苦)와 독(毒)을 옷처럼 입어본” 시인은 “고독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어 고고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독은 누구의 접근도 사절하는 것”(「고독을 공부하는 고독」)이기에 “남의 고통 앞에 ‘우리’라는 말은 쓰지 않”(「의외의 대답」)는다.
저자

천양희

천양희(千良姬)시인은1942년부산에서태어나이화여대국문과를졸업했다.1965년[현대문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신이우리에게묻는다면][사람그리운도시][하루치의희망][마음의수수밭][오래된골목][너무많은입][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새벽에생각하다],산문집[시의숲을거닐다][직소포에들다][내일을사는마음에게][나는울지않는바람이다]등이있다.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공초문학상,박두진문학상,만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
두자리
제각기자기색깔
나는울지않는바람이다
너무많은생각
바람길
일상의기적
나는어서말해야한다
나의백일몽
아니다
사소한한마디
나는독자를믿는다
몽돌
초미금(焦尾琴)
비오는날
저녁을부려놓고가다

제2부
푸른노역(勞役)
여전히여전한여자
공부하다가죽어버려라
그림자
바람아래해변
마침내
고독을공부하는고독
생략없는구절
시작노트에서
슬픔을줄이는방법
뒤를돌아보는저녁
상계인
마들시편2
오월에
바위에대한견해
마들시편3
있다

제3부
견디다
그는낯선곳에서온다
백석별자리
그말이나를삼켰다
눈물전기
삼월
일흔살의메모
들여다본다
잡(?)에서의하루
하루는하나의루머가아니다
단한사람
의외의대답
집으로의여행
왜?라는이유도없이
몇번의겨울

제4부
짧은심사평
슬픈유머
그늘에기대다
아무날도아닌날
다시쓰는사계(四季)
되풀이
수락시편2
여름의어느날
다시여름한때
달맞이고개에서한철
귀는소리로운다
어느미혼모의질문
어떤충고
나를살게하는말들

시인의산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아주평범한언어로마음을울리는시인의독백
고독과슬픔을안고빛나는간절함으로삶을일으키는시쓰기

천양희시인은언어를다루는솜씨가매력적이다.섣부른기교를부리지않으면서도“아주평범한말로/마음을움직”(「몇번의겨울」)이는독특한어법을구사한다.기교나수사가없는대신“말의선택,말의표현,말의운용”(시인의산문)에섬세한공력을들인다.특히나직하게내면을울리는독백의말투외에동일한어구의반복,동음이의어와유사어의변용같은표현법이두드러진다.이를테면“우울만큼깊은우물”(「제각기자기색깔」),“손아귀로아귀를뜯으면서”(「비오는날」),“일흔은무엇인가잃은나이”(「일흔살의메모」),“따지는삶말고다지는삶”(「수락시편2」),“고개와고비의높음”(「달맞이고개에서의한철」)등의문장에서언어의폭을넓혀새로운의미를끌어내는심오한뜻을엿볼수있다.이는“시인은일상속에서도일상너머를봐야하고그속에서도상식적감각을버려야한다”(시인의산문)는말과도일맥상통한다.

반세기가넘는시적연륜이느껴지는‘시인의산문’에서시인은자신의시론을차분하게펼친다.‘시란무엇인가,시를어떻게쓸것인가,시인으로어떻게살아갈것인가’에대한진지한탐색이담겨있다.“시와소통할때가장덜외롭다”는시인은“빛나게살기위해,잘살기위해시를쓴다”고말한다.‘잘산다는것’은물질적풍요로움이아니라“시로써나를살린다는뜻”이다.시인은“죽기살기로세상을그리워”(「마침내」)하는간절함으로시를쓴다.그렇기에“세상에서제일몹쓸것은/오늘을함부로낭비한사람/낭비하고도내일을가질것같은사람”(「아무날도아닌날」)이라는말이절실하게와닿는다.

오랜공백기를지나등단18년만에첫시집『신이우리에게묻는다면』(평민사1983)을펴내며시작(詩作)활동을재개한시인은“시를쓰지못하던시절이가장불행했다”고말했다.시를쓰는일이“고통스럽고도피말리는일”이라할지라도시인은“살아있어시를쓰는것만으로도지극한기쁨이된다”(시인의산문)고여긴다.올해로등단56년,시인의나이어느덧여든고개,생(生)의후반에이른시인은“오래살기를바라면서늙어가지는않겠다”(「너무많은생각」)고다짐한다.“긴긴겨울이/주먹속에봄을움켜쥐고있”(「아무날도아닌날」)는희망의빛을보며시를“세상의헛것과싸울수있는유일한방책”으로삼아“사람의상처를꽃으로피우기위해”(시인의산문)쓰고쓰고또쓸것이다.“세상에서가장죄없는일이시쓰는일”(『나는가끔우두커니가된다』,시인의말)이라고믿는시인에게“시가없는세상은어머니가없는세상과같”(「나를살게하는말들」)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