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 : 고형렬 시선집 (양장)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 : 고형렬 시선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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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형렬

속초에서태어나자란고형렬(高炯烈)은「장자(莊子)」를『현대문학』에발표하고문학을시작했으며창비편집부장,명지전문대학문예창작과겸임교수등을역임했다.첫시집『대청봉수박밭』을출간한뒤『밤미시령』,『나는에르덴조사원에없다』등의시집외에『등대와뿔』같은에세이를통하여갇힌자아를치유하고성찰했다.장편산문『은빛물고기』에서는자기영토로향하는연어의끊임없는회귀정신에글쓰기...

목차

일러두기

제1부
노을
장자(莊子)
1980년대에살았는가
벽돌공장
백두산안간다
도리깨춤을추면서
어머니친구들
서울1
대청봉(大靑峯)수박밭
아프레걸
속초
처용이동해
해청(海靑)
야동리어린모
거진생각
마포노을보며
경험
십자드라이버
다도해
금호동백야(白夜)
차의칼날
79년도
벌판에와서
난지도겨울

제2부
사진리대설(大雪)
우수
산딸기
안보이는시
모자(母子)
황지1동을
바람의신선
아이
달맞이꽃
화곡리봄에
강원도백로밤
북(北)설악
미역줄거리
사진리
옛여자
김상철죽음
미시령아래집
눈망울
마당식사
목비행기
정릉4동세월
용포동여름

제3부
리틀보이제1장
여치
산비둘기
영랑(永郞)호수
내린천에띄우는편지
성에꽃눈부처
바쁨속에가을하늘을쳐다보다
정자가사람이될수있는가
어둠속의풍악호

광양제철소
작은칼
청제비울음소리
하류(下流)의시
나옹
꽃이올라오는나이테
다시비선대
4월
흰모래의잠
도문(圖們)의쥐
달개비들의여름청각
육체의시뮬레이션
가재
나방과먼지의시
나는에르덴조사원에없다
너와나의밑바닥의밑에서
조금비켜주시지않겠습니까
검은백설악에다가서다

제4부
붕(鵬)새서분序分
붕(鵬)새태허에들다

지구,한컵의물
눈오는산수병풍
또한번의밑바닥의밑바닥에서
한켤레구두
손의존재
유리체를통과하다
비가그치다
알아들을수없는울음소리가
풍찬노숙
세한목(歲寒木)
대기권밖에서고구마먹기
강설이시작되는유리창속에
구름얼음을깨는남南시인
평면의지옥

제5부
풀과아파트
해니(骸泥)여어디있는가
찾아오지않는거울이다
황무지모래톱
덩굴손잔잎좀보세요
장미처럼발화하는것같다
로봇사이버나이프다빈치의고백
지구의노숙자,하늘시인
소켓과기억
해가지는고형렬땅콩밭
눈물의종(種)이라는것
사북(舍北)에나갔다오다
비선대와냉면먹고가는산문시1
북천은너무오래되었기때문에
외설악
스티코푸스과의해삼
둥그런사과
그여자기억상실속에서
아직도생각하는사람에대한착각
서울사는K시인에게

해설|정과리
시인의말
연보
작품출전
엮은이소개

출판사 서평

각자의그리움을자극하는보편적인정서
시대를보듬으며미래로향하는고형렬의시

고형렬의시는저마다의그리움을자극한다.“젖은눈망울의물명태들울멍거리는속초바다여/(…)/흐르는바닷물로묶고싶어요/저산과사람을묶고싶어요”(「속초」)라며시인이떠나온고향에대한이야기를풀어내면독자는자기가떠나온곳을반추하게된다.그의시에속초뿐만아니라거진,금호동,사북,난지도등시인이거쳐간수많은지명이들어가는것도이러한그리움의정서와맞닿은대목이다.그러나이그리움은어느순간가상의세계까지확장된다.“원산에서어물점을차리고있는매제가/오는가을엔백두산가자”(「백두산안간다」)고하며슬쩍말을걸어오기도하는데이능청스러움안에분단된조국에대한회한을깊이숨겨두는식이다.그렇기에독자들은시의아름다움을한껏음미하다가도“안보이는이름을찾아내느라/한줄기목숨을얻어끊어진길이으려고”(「4월」)한다는시인의다짐,즉세월호참사를두고쓴이러한구절앞에서크게가슴을두들겨맞게된다.

그런가하면시인은미래를향한메시지또한끊임없이발산하는데,「지구,한컵의물」「대기권밖에서고구마먹기」「로봇사이버나이프다빈치의고백」등생태와환경을너른시야로살펴보는시들도풍성하다.등단작이「장자(莊子)인데다전부7권으로구성된방대한산문인『고형렬에세이장자』(에세이스트2019)를펴낸시인이‘장자’전문가임은이미유명한데이러한자연본위의웅숭깊은사유가시선집곳곳에샘물처럼스며들어있다.그럼에도우리가가장주목해야할것은,시대순으로구성된이번시선집을첫장부터끝장까지읽다보면이시인의시세계가파격적일정도로갱신되어왔다는점이다.그렇기에이번시선집은고형렬시세계의총결산이기보다는중간점검에가까우며,『바람이와서몸이되다』는앞으로펼쳐질그세계를제대로음미하기위한필독서라고도할수있다.

끊임없는발전의결과물
앞으로도언제나푸르를시의목소리

“선집을생각하고써온것이아님에도결과적으로이것을향해뛰어온모양새가되었다”(‘시인의말’)라며올해고희를맞은시인은이번출간의의미와이번시선집에대한애정을넌지시보여준다.지난44년간시쓰기뿐만아니라국제적문학교류를이끌고,출판사를직접경영하며국내여러시인들을연결하는다리역할을해온고형렬은그러나‘시인의말’에이렇게덧붙인다.“시는오해와단절로우리앞에서”있으며“여전히시의길은멀고대상은벅차며미래는아득하다.”그가이번시선집이후에도시와시사이를연결하는다리가될것이며,또다른갱신을하리라기대하는것도이러한말덕분이다.시를향유하는새로운방법을거듭고민중인『바람이와서몸이되다』는늘푸르른“저큰산”“대청봉”(「대청봉수박밭」)처럼젊은시집으로오래기억될것이다.

시인의말

시단에나와서44년동안쉬지않고쓰고발표해온시가고작일천여편에지나지않는다.선집을생각하고써온것이아님에도결과적으로이것을향해뛰어온모양새가되었다.선집을내는느낌은시와삶에죄지은자가선고를기다리는피고인의심정이다.형량이얼마가되든간에무엇이시인가에대해한마디는해야겠지만시는작고어렵고불편한가시와씨앗같다.

나뭇가지를스치는어떤안개바람의이미지하나를붙잡고봄마다먼곳으로떠났음에도그꿈의언어는멀어졌고나는시에서실종되었다.벌써정신이돌아오는듯하던어느봄날,시장앞의전신거울속을지나가는한남자와스친적이있었고이미십여년전에죽은어느시인같았으며어떻게사는지통알수가없는옆집남자같기도했다.자신을찾아가는길이자신을잃는길이었다.

시는겉도는삶보다난해하고때론슬픈액체로채워진다.육체와현실보다있지도않은언어들의지시대상너머의가유(假有)를믿고저스스로조합될때,선명한시간경험이되곤했지만역시정신머리가흐려지고길을잃을때시는기웃거리며불행한자를방문하곤했다.그래서일찍망가졌으면좋았으련만망가지지도않았다.잔설이밟히던열여덟에봄처럼가출해서시작된그시는끝나지못했고이곳까지유랑의혼이되었다.그래서앞에오는것이나뒤에간것이나절나를잃어버리고돌아온어느시인의문앞에서절망과희망으로얼룩졌다.(…)

추천사

문명의정체와열화劣化한정치속에서,세계는우울한기분에싸여있다.고형렬시인은그러한것들에지속적으로저항하면서,결정도結晶度가높은시어와비유로써우리가찾아내야할본원적인장場,희망의장을표현해왔다.여기에시인의상상력의최고봉이있다.
-시바타산키치(柴田三吉)(일본의시인)

언어의유전자를새롭게전달하는고형렬시인은자신만의‘은유시스템’을형성해왔다.자연과현실문제의굴곡은그의시에서출구를찾았으며그는우리를도달할수없는곳과존재하지않는시간속으로인도한다.
-린장취안(林江泉)(중국의시인,건축가)

탄생과죽음,유년기와노년기,인간과비인간이하나의광채속에서빛을발하는고형렬의시에서새롭게발견된친밀한세상이깨어난다.명상적이고예상치못한이미지가풍부한이시들은존재의경이로움으로빛난다.
-피터보일(PeterBoyle)(호주의시인)

고형렬의시에집중된여러주제는밝게빛나는섬광처럼느껴질것이다.대지에내리꽂히는번갯불처럼순간밝은빛을발하다가동시에사라지는,그러나끝내동공(瞳孔)벽에잔상을남기는빛처럼.
-마만S.마하야나(MamanS.Mahayana)(인도네시아의문학평론가,인도네시아국립대학명예교수)

이시선집은고형렬의44년창작의영광스러운결과물이다.친절의빛,숭고한이타심,깊은슬픔과유머로가득찬자신만의시세계를창조했다.베트남사람들과인류의영적삶을풍요롭게해준고형렬에게깊은감사를드린다.
-마이반판(베트남의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