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이도윤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이도윤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종이에 쓴 글자들을 툭툭 건드려
사람은 사랑이 되고 마을은 마음이 되고”
빗물의 리듬으로 써내려간 시
수평의 내면과 조응하는 고요한 희망의 언어

진득한 응시로 급변하는 시대상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이도윤 시인의 신작 시집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가 출간되었다. 전작 『산을 옮기다』(도서출판 시인 2004)가 출간된 지 20여년 만에 긴 침묵을 깨고 펴내는 세번째 시집이다. 오랜 세월 언론계에 몸담으며 묵묵히 길어 올린 시편들은 그가 한시도 뜨거운 시심을 내려놓은 적 없음을 증명하듯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는 예민한 감각과 자연에 깊이 조응하는 서정으로 빛을 발한다. 특히 비와 안개, 해와 구름과 같은 자연의 물성을 아우르는 사유가 판문점 선언에서 촛불혁명, 세월호 참사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말하는 결연한 언어와 절묘하게 맞닿아 폭넓은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갈무리하고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서, “암울했던 시대의 기록이자 그 시대를 온몸으로 버텨낸 이들의 피맺힌 고뇌와 희망의 언어”(정희성, 추천사)로서 당도한 이번 시집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이도윤

전남화순에서태어나한양대를졸업했다.1985년『시인』제3집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너는꽃이다』『산을옮기다』가있다.한국작가회의부이사장을역임했다.

목차

제1부방에들어온음악
향기가꽃을만든다
당신
가계부
방에들어온음악
새순

가족
비가시를고치니좋아라
풍선
입관
안과밖
약속
마음
날마다
동백꽃
근사한가을

제2부광장의노래
그물
명화극장의눈물
사람의모습
수배
판결
눈물
구두를신으며
광장의노래
촛불일기

파리에분개하는아침
도보다리
여기
천사의나팔꽃
판문점
다시부르는광장의노래
제3부바다의액자
바다의액자
강가에서
개화

봄날은간다
돌탑
달력
오늘의운세
훈수
다림질하며
안개
헌책

제4부한지에누운마음
한지에누운마음
좋은시
청려장
진화
이별
어린이시인
당신

화가의술잔
거룩한손
통화
천국의사진
에어로빅
화가의붓
시인의발
친구
군인의칼
마음
기도
호명

해설|구중서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바람이항상그의노래이듯
하늘은우리에게말을전하고
새벽이면별의말을물고온새들이날아오른다”

이도윤의시에는안개와구름,그리고비가자주등장한다.시인에게‘비’는단순한기상현상이아니다.“비가내리는것을잠시바라보았을뿐”인데“기다림은홀로출렁이”고“그리움도차곡차곡채워”(「약속」)진다.이렇듯비는만물을적시고움직이게할뿐아니라시인의내면에스며들어감정의리듬을일깨운다.나아가굳은언어를툭툭건드려“사람은사랑이되고마을은마음이되고/동일은통일이”(「비가시를고치니좋아라」)되게하는창조적매개체가된다.“삶은호방한물과같”(「이별」)다며흐름을거스르지않고끊임없이순환하는물에생을빗댄시인의비유는사람의일이결코자연의섭리를거스를수없으며그래서도안된다는겸허한통찰이자묵직한선언이기도하다.

아픔을위로하고내일을호명하는결연한사유
그리고‘지금여기’의개벽

시인은이러한물의철학을품고판문점의도보다리와광화문광장,팽목항으로나아간다.그의사유는자연이선사하는고요한풍경에안주하는대신기울어진세상의한복판으로향한다.세월호참사를다룬시「천사의나팔꽃」에서시인은“어느곳에담긴물이든그는항상수평일뿐/세상이기울어서물이차오를뿐”이라고일갈하며,물의수평성을통해비틀린사회구조를날카롭게비판한다.그비판은선동적인구호에머무는대신“삼백사개의노오란꽃이나팔을불며/세상을마지막으로보려는듯거꾸로매달”리는슬프고도아름다운이미지로맺혀애잔한울림을남긴다.
이도윤의시선은과거의아픔에만머무르지않는다.2018년남북정상의만남을“남북팔천만/나무다리위를동시에걸었다”(「도보다리」)는시적상상력으로확장하며남북의두정상이분단의경계를넘나드는기적같은순간을온겨레의체험으로승화한다.이는“아기가첫발을내디딜때”의“마땅한그일”(「판문점」)처럼당연한평화가오기를바라는간절한염원으로이어진다.또한시인은12ㆍ3계엄사태를마주하여쓴시「다시부르는광장의노래」에서“혁명이란저절로솟아나한꺼번에밀고가는것”이라정의하고,“개벽이개벽을무너뜨릴때까지/지금다시개벽”이라는다짐으로혁명이과거에머물지않고‘지금여기’에도여전히유효해야함을일깨운다.혼란스러운시국에도결국세상은순리대로흐를것이며,무너진상식이다시제자리를찾으리라는굳건한믿음이돋보이는대목이다.

“내가걸어다니는땅
여기에새순이돋아나고여기에해가뜬다”
생활에서길어올린고요한성찰과위로

격정적인역사의파고를넘은시인은이제소박한일상과존재의내면으로깊이침잠한다.그는“지는꽃도아름답다는걸/늙어버렸을너에게배운다”(「향기가꽃을만든다」)며소멸하는것들의아름다움을노래하고,“불러야할이름이/저녁빛처럼늘어난다”(「호명」)며그리운존재들을호명한다.나아가“한팔자필경한송이꽃피우는일”(「오늘의운세」)임을깨닫고삶과죽음의경계를넘어생의본질을담담히긍정하는성숙한사유로나아가기도한다.
“보이지않는것이보이는세계를밀어올”리고“보이는것은어둠속씨앗을틔”(시인의말)우듯,우리가무심히지나쳤던일상의장면들은이도윤의세계에당도해비로소희망을끊임없이길어올리는원천이된다.속도와효율만이강조되는세상에서20년의긴침묵을뚫고우리에게당도한이빗줄기같은시편들은,거친풍랑에흔들리는이들에게건네는따뜻한위로이자어둠속에서다시피어날내일을염원하는단단한희망으로새겨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