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워커 - 소설의 첫 만남 8

카메라와 워커 - 소설의 첫 만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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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쟁이 남긴 길고 짙은 상흔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한 뜨거운 노력
우리 곁에 머문 작가 박완서가 전하는 단단한 의지와 마음
‘한국문학의 거목’으로 후대의 여성 소설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세밀한 묘사와 예리한 관찰력으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 박완서. 그의 타계 13주기를 맞은 이때 초기 작품인 『카메라와 워커』가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고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한 이 소설은, 전쟁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사회 속에서 조카를 꿋꿋이 키워 내려는 고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받는 삶의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졌으며, 현실에 발을 붙이며 살아가겠다는 굳건한 마음이 감동적으로 전해진다. 이인아 일러스트레이터의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그림은 인물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면서 소설을 새롭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쟁이 삶의 뿌리를 앗아 간 걸 보았기에
조카를 ‘무난한 품종’으로 키우려 했다

주인공에게는 조카가 하나 있다. 6·25 전쟁 때 세상을 떠난 오빠가 남긴 조카 ‘훈이’다. 부모 없이 자라는 조카를 안타까워하며 주인공은 어머니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훈이를 자기 자식처럼 아끼며 돌본다. 훈이가 허황된 꿈을 좇거나 사상에 물들지 않기를, 실패를 겪지 않고 평범한 중산층으로 자라기를 바라기에 훈이의 진로와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훈아, 너희 담임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는 인문계보다는 이공계가 더 적성에 맞는대. (……) 넌 큰 기업체에 취직해서 착실하게 일해서 돈도 모으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서 살림 재미도 보고 재산도 늘리고, 그러고 살아야 돼.” (33면)

하지만 주인공의 바람과 달리 훈이는 자꾸만 다른 길을 선택하려 한다. 늘 속마음을 알 수 없었고 변변한 직장을 가져 본 적 없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닮으려는 듯한 모습에 주인공은 초조해한다. 결국 훈이는 주인공의 설득대로 이과에 진학해 공대를 졸업하지만,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다. 훈이가 안정된 삶을 살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니, 훈이가 정말로 원하는 자기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카메라의 삶’과 ‘워커의 삶’
어떤 삶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훈이에게 바라는 것은 대기업에 취직해 주말에는 식구들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놀러 나가는, 안정되고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기대와 달리 훈이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취업은 쉽지 않고, 겨우 한 자리를 얻어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 나간 훈이는 낮은 임금과 잦은 야근에 힘겨워한다. 그런 훈이의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이 땅이 여전히 삶을 일구기 힘든 곳임을 실감한다.

아름다운 고장이다. 이 땅 어드메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
그러나 아직도 얼마나 뿌리내리기 힘든 고장인가. (83면)

6·25 전쟁 이후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시간도 없이 반공주의와 성장 만능주의의 기치 아래 맹목적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다음 세대는 좀 더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에도 열을 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의 삶은 내팽개쳐지고 소외되기도 했다. 워커를 신은 훈이의 열악한 모습은 성장의 이면에 놓인 이들의 지난한 삶을 상징한다. 경제 성장과 풍요를 강조하는 기성세대와 힘겨운 처지에 놓인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 이 소설은, 세대 간 격차와 불평등이 커져 가는 오늘날 더욱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자기 앞의 시련에 직접 부딪혀 보겠다는
당차고 굳센 결심

『카메라와 워커』는 손쉬운 위로나 희망을 건네지 않으며, 무책임한 허무나 냉소로 빠지지도 않는다. 훈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나아가 자신을 염려하는 고모의 사랑을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자기 앞의 곤경과 난관을 스스로 헤쳐 나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잃지 않는다. 꿋꿋하고 강인한 훈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담담하면서도 힘센 위로와 응원을 얻는다. 언제나 독자 곁에 머물며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작가 박완서가 남긴 단단한 의지와 마음은 오래도록 우리 가슴속에 머물 것이다.

저자

박완서

저자:박완서

1931년경기도개풍에서태어났습니다.1970년마흔이되던해『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나목』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휘청거리는오후』『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아주오래된농담』등의장편소설과『부끄러움을가르칩니다』『엄마의말뚝』『너무도쓸쓸한당신』등의소설집을남겼습니다.



그림:이인아

엄마가매번갈아주신벽지에그림을그리며자랐습니다.그림이라는언어를통해대화하는것이편안해아직도계속그리고있습니다.애니메이션을전공했고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며다양한프로젝트에참여했습니다.『그곳에한아이가있었다』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카메라와워커

출판사 서평

전쟁이삶의뿌리를앗아간걸보았기에
조카를‘무난한품종’으로키우려했다

주인공에게는조카가하나있다.6·25전쟁때세상을떠난오빠가남긴조카‘훈이’다.부모없이자라는조카를안타까워하며주인공은어머니의핀잔을들으면서도훈이를자기자식처럼아끼며돌본다.훈이가허황된꿈을좇거나사상에물들지않기를,실패를겪지않고평범한중산층으로자라기를바라기에훈이의진로와인생에대한조언을아끼지않는다.

“훈아,너희담임선생님이그러시는데너는인문계보다는이공계가더적성에맞는대.(……)넌큰기업체에취직해서착실하게일해서돈도모으고연애도하고결혼도해서살림재미도보고재산도늘리고,그러고살아야돼.”(33면)

하지만주인공의바람과달리훈이는자꾸만다른길을선택하려한다.늘속마음을알수없었고변변한직장을가져본적없는,세상을떠난아버지를닮으려는듯한모습에주인공은초조해한다.결국훈이는주인공의설득대로이과에진학해공대를졸업하지만,이후의삶은순탄치않다.훈이가안정된삶을살기를원하는주인공의소원은이루어질수있을까?아니,훈이가정말로원하는자기삶의모습은어떤것일까?

‘카메라의삶’과‘워커의삶’
어떤삶이옳다고말할수있을까

주인공이훈이에게바라는것은대기업에취직해주말에는식구들과함께카메라를들고놀러나가는,안정되고평범한삶이다.하지만주인공의기대와달리훈이의현실은녹록지않다.취업은쉽지않고,겨우한자리를얻어고속도로건설현장에나간훈이는낮은임금과잦은야근에힘겨워한다.그런훈이의모습을보며주인공은이땅이여전히삶을일구기힘든곳임을실감한다.

아름다운고장이다.이땅어드메고아름답지않은곳이있으랴.
그러나아직도얼마나뿌리내리기힘든고장인가.(83면)

6·25전쟁이후한국은전쟁의상처를제대로치유할시간도없이반공주의와성장만능주의의기치아래맹목적으로나아갔다.그과정에서많은사람들이성공을위해고군분투하고,다음세대는좀더편안한삶을누릴수있도록교육에도열을올렸다.그러나한편으로노동자와가난한이들의삶은내팽개쳐지고소외되기도했다.워커를신은훈이의열악한모습은성장의이면에놓인이들의지난한삶을상징한다.경제성장과풍요를강조하는기성세대와힘겨운처지에놓인젊은세대사이의갈등을드러낸이소설은,세대간격차와불평등이커져가는오늘날더욱깊은공감을자아낸다.

자기앞의시련에직접부딪혀보겠다는
당차고굳센결심

『카메라와워커』는손쉬운위로나희망을건네지않으며,무책임한허무나냉소로빠지지도않는다.훈이는어려운상황속에서방황하고괴로워하면서도,나아가자신을염려하는고모의사랑을한편으로이해하면서도,자기앞의곤경과난관을스스로헤쳐나가겠다는결연한의지를잃지않는다.꿋꿋하고강인한훈이의모습에서우리는담담하면서도힘센위로와응원을얻는다.언제나독자곁에머물며평범한사람들의마음을들여다본작가박완서가남긴단단한의지와마음은오래도록우리가슴속에머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