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먼 이름에게 (반양장)

나의 먼 이름에게 (반양장)

$11.00
Description
어쩌다 인간의 세상에 왔는가
이름을 찾아,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
우리 곁의 작은 늑대들을 향한 이야기
한국과학문학상과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하고, 동화 『깊은 밤 필통 안에서』로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 길상효의 소설 『나의 먼 이름에게』(소설의 첫 만남 36)가 출간되었다.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인 ‘나’가 “우리는 어쩌다가 인간의 세상에 왔는가.”(28면)라는 의문을 품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 기원을 찾아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존재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나’의 갈망이 청소년 독자들이 안고 있는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공명하며 울림을 자아내는 한편, ‘나의 인간’을 사랑하며 곁을 지키는 모든 개를 향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신은정은 빼어난 솜씨로 고대 늑대가 살아 숨 쉬는 대자연의 광활한 풍광을 펼쳐 놓는다. 찬 공기가 얼굴에 훅 끼치는 듯 생생한 감각을 전하는 그림이 몰입감을 더한다. 애정하고 갈망하는 누군가를 향해 아무런 계산 없이 발걸음을 내디디는 마음을 이해하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소설이다.
저자

길상효

저자:길상효
제3회한국과학문학상,제10회비룡소문학상,제5회웅진주니어그림책상을수상했습니다.동화『깊은밤필통안에서』『무엇이든다람쥐기자』등을썼고,청소년소설집『우리의비밀은그곳에』『김누아의가설』등에참여했습니다.

그림:신은정
홍익대학교에서시각디자인을공부했습니다.책과제품패키지,브랜딩등그림이필요한다양한분야에서활동하고있습니다.『지금은여행중』『용과함께』등에그림을그렸습니다.@indivisualplay

목차


나의먼이름에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줄은잊어.잊으라고.
그줄이따라올수없는곳으로가는거야.”

번식장에서구조된개인‘나’는처음으로배불리먹고깊은잠을잔다.숨이막히도록나를끌어안고얼굴을비벼대는인간을,해가저물도록돌아오지않으면나를울고싶게하는인간을나는사랑한다.그러면서도나는이안온한공간밖으로,나를가둔벽너머로나서기를끊임없이갈망한다.그러나나의시간과내가머물수있는공간은언제나인간에게달려있을따름이다.자기의지와상관없이체념하듯인간에게이끌려가는동족들을보며,‘나’가오래도록품어왔던질문이고개를든다.우리가어쩌다가인간의세상에왔는가.
그러던어느날,줄에매여인간과함께걷던나는뭔가를아는듯한동족을만난다.우리가어디에서왔는지,어쩌다인간의세상에왔는지알려달라고애원하는나에게동족은후회할지도모른다며경고하지만,나는물러서지않는다.어느선선한밤,나는동족의도움을받아빛의구덩이에몸을던지고무리와함께생존을위해사투했던고대늑대로서의삶이펼쳐진다.

“줄은의식하지말라니까.인간도.온전히너자신한테집중해.뛰어들라고.이렇게.”
동족이빛이솟아나는구덩이로가뿐히몸을던졌다.나는믿을수없는광경앞에서완전히얼어붙고말았다.
“얼른따라와!”
동족의목소리가구덩이안에서멀어져갔다.
“온전히나자신에게집중하라고?줄은의식하지말고?”(31면)


“저들은우리와다르지않다.”
인간을향해내달리는걷잡을수없는마음

가혹할정도로추운계절과굶주림을견디던나의무리는오랜만에사냥에성공하고,주린배를겨우채운다.구덩이에뛰어들기전의기억을잃은나는고대늑대로서의삶에자연스레녹아든다.풍요의시대가저물고,조상대대로사냥했던거대한먹잇감을찾기가어려워지면서늑대무리에위기가닥친지오래다.굶주리는시간이길어질수록나는자꾸만궁금해진다.뛰어난앞발을이용해,길고날카로운것으로사냥을해내는인간무리가.호기심을이기지못하고멀리서인간의거처를바라보던나를눈치챈암컷은두앞발로어린것을감싸면서도나를가만히바라본다.새끼를밴듯한그암컷의눈동자에는예상과달리적의도없고,경고도없다.그눈동자를바라볼수록나는이상한안도를느낀다.어미와새끼가흔드는앞발을보며나에게묘한감정이든다.

어느새울음을그친어린것이암컷에게평온히안겨있었다.암컷이어린것의얼굴을내쪽으로향하게하고는앞발가락하나를길게뻗었다.내쪽을가리키는듯싶었다.하지만어린것은어둠속에서나를찾아내지못하고두리번거리기만했다.그러자암컷이어린것의앞발하나를쥐고내쪽을향해흔들었다.무슨뜻이었을까.(49면)

무리를이끄는알파이기도한자매는“그호기심이우리를위험에빠뜨릴수있다는걸명심해.”(52면)라며경고하지만,새생명의탄생을축복하며감격에젖은인간들의모습을보게된나는깨닫는다.“새생명앞에서가슴이뛰고숙연해지는저들은결코우리와다르”지않다는걸(73면).그날이후새인간과그어미를보고싶은나의마음이걷잡을수없이커져만간다.한편,알파부부는큰먹잇감을찾기어려워진이땅을떠나새로운곳으로무리를이끌겠다고선언한다.마지막으로먼발치에서나마인간무리를보려던나는형편없는후각과청각탓에먹잇감을근처에두고도헤매는인간들을발견한다.그들은가지지못했지만나는가진것을써보기로하는데…….


우리곁의작은늑대들에게
고맙고미안한마음을담아서

『나의먼이름에게』속의개들은말한다.“인간의세상에서우리가뭘어쩌겠어.”(14면)“여긴인간의세상이니까.”(19면).대자연을자유로이질주하던과거에는온몸의신경을곤두세우고하루하루를악착같이보내야했지만,적어도나의의지대로치열하게살아낸다는자부심이있었다.하지만지금인간의세상에서,개들은줄에매이고,번번이인간의규칙에의해가로막힌다.일부사나운인간들은개들을함부로대하며위협한다.

나는한동안공포에시달렸다.또다시새끼를밸까봐.바닥에끌리도록배가불러오다가헐어빠진밑으로또다시새끼를낳아야할까봐.나오지도앉는젖을빠는어린것들을또다시인간에게빼앗길까봐.갈가리찢긴가슴으로울부짖다가인간에게걷어차이는밤이올까봐.(12면)

투명한벽너머의공간을향해뒷걸음쳐보았지만소용없었다.내인간은이번만큼은내뜻을들어줄생각이없어보였다.
“버틴다고될일이아니야.”
그곳에서동족하나가제인간과함께나오며말했다.
“모르겠어?널들여보내지않는건네인간이아니라저인간이라고.”
동족의시선이벽앞에버티고선인간을향했다.그가나를매섭게노려보고있었다.그눈빛이예전의그인간을떠올리게했다.벽앞의인간은나를굶기지도걷어차지도않고서도눈빛만으로나를얼어붙게했다.(16~17면)

의지와본성을자꾸만억눌러야하는인간의세상을뒤로하고,‘나’가떠나는모험은독자로하여금개와인간이맺어온긴인연을되돌아보게한다.우리가힘을합치고마음을나누었던처음을생각하며깊은유대를확인하게한다.무엇보다인간을향한사랑을감추는법이없는,아무계산없이발걸음을내딛는우리곁의작은늑대들에대한애틋함과고마움을일깨우는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