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개비의 시간 :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담배 한 개비의 시간 :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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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88만원 세대, 그들의 고민과 방황과 사랑!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문진영의 작품『담배 한 개비의 시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과 사랑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스물한 살의 여대생 '나'는 바쁘게 걷는 사람들 속에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혼자만의 고요한 세계에 있는 그녀에게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음악과 책으로 위안을 얻는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두렵지만, 그녀는 그들과 함께 지내며 조금씩 행복해진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일상을 보내기에 현실의 무게는 너무나 버거운데…. 암담한 미래와 마주한 세대이면서도 자아와 사랑에 대한 고민으로 성장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에 무게에 힘겨워하는 '88만원 세대'지만,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발견해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나'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담배를 피우는데, 그들에게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각자의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있을 청춘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건네는 소설이다.
저자

문진영

2009년장편소설『담배한개비의시간』으로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눈속의겨울』,중편소설『딩』,짧은소설집『햇빛마중』등이있다.2021년김승옥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첫번째기억
그냥습관이야
다시,여름
오늘의날씨
다시,M
흡연의계절
그들각자의고양이
이상한나라의물고기
그들만의오후
까다로운토마토
이곳을여행하는법
그럼에도불구하고
찰랑찰랑
담배한개비의시간
해설/강지희
심사평
수상소감

출판사 서평

한국소설의새로운가능성을발굴하기위해2007년제정된창비장편소설상의제3회수상작인문진영장편소설『담배한개비의시간』은이시대를살아가는청춘들의고민과방황,사랑을생생하게담아낸작품이다.‘88만원세대’로서현실의무게에힘겨워하지만‘나’를찾기위한노력을포기하지않고주변과더불어살아가는기쁨을발견해나가는인물들의일상을진지하면서도유머러스하게포착한이소설은심사위원들로부터‘비관적현실을담담하게수락하면서도타인에대한관심과유대를포기하지않는,성숙하고도건강한감수성의세계’를구현했다는평을받았다.암담한미래와마주한세대이면서도취업과‘스펙’이아닌자아와사랑에대한고민으로성장해나가는소설의인물들은이시대의젊은세대들또한늘아름다운삶을꿈꾸는푸른청춘이라는,당연하지만잊기쉬운사실을새롭게일깨운다.반짝이는햇빛,찰랑이는빗방울과함께한청춘의설레는여름을이토록흥미롭게그려낸작가가1987년생,약관의나이라는점은이성장이야기가앞으로한국소설의성장에중요한기점이되리라는기대감을갖게한다.

그여름의편의점

‘나’는스물한살의여대생이다.남산타워가보이는이태원의한옥탑방에서자취하는그녀는여름방학동안강남대로에위치한편의점에서아르바이트를한다.말끔한정장차림의잘나가는직장인들로가득한강남대로에서캐주얼한차림으로느릿느릿걷는사람은나뿐이다.그녀는강남대로에서도,학교에서도앞만보며끊임없이무언가를향해바쁘게걷는사람들속에속하지못한채살아간다.

<이어폰을꽂은채로책을읽고있으면눈과귀가완벽히차단되어서외부에일절신경을쓰지않게되는점이좋았다.그리고시간이빨리흘러가는것도좋았다.잠자리에누우면스탠드를끌어당겨켜고,책을읽다가졸리면잠들었다.그러면어떤식으로내일하루를보낼지생각하기전에잠들수있었다.

내일하루도,이렇게보내면되는것이다.>

그러나혼자만의고요한세계에있는그녀에게도좋아하는사람들이있다.계절학기수업에서처음만나가까워진복학생M과편의점의전타임알바생J,J의짝사랑이자근처까페에서알바를하는‘물고기’가그들이다.사람들을관찰하고음악과책으로위안을얻는일상을벗어나는것이두렵기도하지만,그녀는이들과함께지내며조금씩행복해진다.

<그의목소리는빗소리를닮아있었다.가만히듣고있으면마음이조금씩,조금씩평온해졌다.그것은마치깊은어둠속에누워있을때처럼수선스런마음의동요들을천천히지워가는그런평온함이었다.그와함께있으면,아무것도하지않아도조금씩,조금씩이세상에익숙해질수있을것같은기분이들었다.>

그러나좋아하는사람들과함께마냥즐거운일상을보내기에청춘에게가해지는현실의무게는너무도무겁다.그녀는결국이들모두와이별하며사랑하는이들과함께한다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를조금씩깨달아간다.
버스안에서흔들리던그녀에게자신의팔을잡고안정을찾게해주고그녀의생일날육교위에서함께맥주를마셨던M은,“너는뭔가할것같은놈이었는데”라는동창의말에혼란스러워한다.‘할수있는만큼만’하면서살고자했던그에게,‘남들하는만큼’하기도버거운취업이라는현실은끝내그녀에게마음을열용기를앗아간다.
‘그냥살아있기’만하는게삶의목표이기에모든걸떠나서절에들어가살아보고싶다던J와,세계일주를꿈꾸며여행지에서의짐은최대한가볍게해야한다던물고기는어느날함께다시는돌아올수없는곳으로떠나고만다.
자신만의세계에서고요한삶을살다가이들을통해사랑과인생에대한생각을키워나가던그녀에게이들의부재는커다란상실이다.결국,아르바이트도그만두고“총체적으로흔들리”던그녀는태어난이후처음으로눈물이“발목까지찰랑찰랑”할정도로펑펑운다.
현실의무게에짓눌려숨어버린,혹은사그라진이들을잃고,혼자남아여전한현실의무게속에서살아가야하는그녀는결국삶이란다른무엇보다‘내가되어가는과정’이라고생각한다.이깨달음을얻는순간,삶은결코미지의대상도,모든것이공허한결핍의공간도아닌아름답고충만한가능성의공간이된다.

<“말보로라이트한갑주세요.”
나는예의그플라스틱의자에걸터앉았다.남산타워는아주오래된한그루의나무처럼오늘도그곳에서있었다.맑지도않고구름도없는어중간한잿빛하늘로부터,붉은석양이어슴푸레한경계를만들고있었다,나는처음으로그것을아름답다고느꼈다.
조심스레담뱃갑의비닐포장을벗겨낸후,나는담배한개비를꺼내어입에물었다.그리고나서야알았다.내게는라이터가없다는것을.나는담배를입에문채로후후,하고소리내어웃었다.담배가윗입술에달라붙어내가웃을때따라서흔들흔들,했다.그래서좀더웃어야했다.

나는,울필요가없는것이다.>

우리는슬프지않다

소설에서주인공‘나’를제외한모든등장인물들은담배를피운다.인물들이수시로‘쐐-’한표정을지으며담배를피울때,그것은무력한채로나마세계에적응,혹은저항하려는청춘의알레고리를이룬다.(강지희「해설」)사방이꽉막혀편의점과까페의아르바이트말고는달리갈곳이없는이들에게담배한개비의시간은자신이살아있음을실감하는유일한시간인것이다.실제로각각의인물들이피우는담배는그인물의성격을상징화한다.‘할줄아는만큼만하면서고고히살면되는줄알았던’M은졸업을앞두고취업전선에서서야그러한삶이자신에게선택불가능한영역이었음을깨닫고자괴감에빠지며혼란스러워한다.그래서그가피우는담배는‘(존재의)이유’라는뜻을가진레종(멘솔)이다.담뱃갑이예뻐서말보로라이트를피운다는물고기에게는물질도,관계맺음도모두순간의감각을유희할대상에다름아니며,대학도,군대도가지못한채수년째편의점알바를하며존재감없이살아갈뿐인J의담배는가장평범하고특색없는디스플러스이다.
소설은이렇듯지금의20대란담배를피우는행위외에주체적으로누릴수있는것들이많지않은세대라고말하는듯하다.잘알려진바와같이이세대는이전몇세대들에비해상대적으로열악한조건을타고난이들이다.할머니가돌아가신슬픔에빠진엄마의뱃속에서자랐기에“엄마의슬픔을양분으로삼아자라났”다는소설의도입은이러한태생적결핍을상징적으로드러낸다.
그러나소설의마지막,여전히미래가암담한가운데맞이한사랑하는사람들과의이별에도그녀는울지않는다.오히려“후후,소리내어웃”으며“나는,울필요가없는것이다”라고단언한다.태생적으로슬픔을안고나왔지만,담담하게그슬픔을인정하면서삶에의의지를표출해나가는이장면이야말로바로이소설의간명한주제이자청년세대가남루한현실을딛고의연히살아가기위해지녀야할삶의방식인것이다.
평론가강지희는“『담배한개비의시간』은성장소설의일반적인방식대로사회와화해하거나불화하는두갈래의길에서벗어나다른길을간다”(해설)고평했다.주인공은외부가강제하는무언의억압적구조와는거의무관하게내면적변화를통해성숙에도달하기때문이다.
언제나그랬듯이시대의젊음들또한어떻게든성장한다.모두가무언가에홀린듯정신없이달리면서자신의존재를잊어가는이시대.그럼에도깊이도,생각도없다고모두에게손가락질받는젊은세대가실은이무언의억압적구조속에서내면의성숙을일구고삶의새로운가능성을모색하는중이라는희망을이작품은상기시킨다.저마다의‘담배한개비의시간’을통해슬픔을뛰어넘고있는수많은청춘들에게건네는아름다운젊음의노래.이것이바로『담배한개비의시간』이지닌소중한의미이다.스물셋의나이로동세대의고민과성장을정면으로다룬신인의등장에기대와격려를보낼만한이유는이당찬책임감만으로충분할지모른다.

추천사

부유하는젊은이들의초상을경쾌하게묘파한이소설은청년세대가고유하게포착할수있는일상세태의현실과문화적감수성을선명하게드러낸다.무심하게툭툭던지는듯한인물들의말투에서묻어나는유머와발랄한감수성은이소설을손에서놓을수없게만드는힘을지녔다.-심사평중에서

가장최신의소란과속도를상징하는‘강남대로한복판’의편의점과까페에서뜻밖에도이젊은작가의걸음은조용하고느리기만하다.언어는간결하면서단언적인데뜻은단순하지가않고박명처럼희붐하다.하여작품은분명젊지만그냥젊지만은않다.부사가동사처럼다가오는문장이며,정물화와같은인물형상화등도남다른색깔이다.그래서일까흑백으로쉬분간되지않는,그러나어둠과햇빛을함께껴안고자기삶의무늬를만들줄아는어떤깊이가이신예작가에겐있다.담배연기처럼흩어지는속에서그만의연기(緣起)를포착해내는젊은소설의한출발을눈여겨보라.-임규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