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양장본 Hardcover)

강남몽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황석영 신작 장편소설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로 잘 알려진 작가,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강남몽』. 1995년 6월 29일, 15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해온 개발시대의 욕망과 그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백화점 붕괴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강남의 꿈'을 좇아 달려온 인물들을 통해 수십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숨가쁜 여정과 오점투성이의 근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3.1운동 직후부터 한국전쟁 군사정변을 거쳐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 및 그 이면의 숨겨진 진실과 에피소드들이 박진감 넘치는 필체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여상 재학중 우연찮게 모델 생활을 거쳐 화류계에 발을 들이면서 성공한 박선녀. 그녀는 '강남 사모님'으로 신분상승을 이루어 부유한 상류층 생활을 누리던 중 백화점에 들렀다 난데없이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한다. 박선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갇힌 임정아는 백화점 지하 아동복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을 한가운데에서 겪으면서도, 어려운 살림 속에 꿋꿋하게 살아간다. 전평 탄압, 제주 4ㆍ3항쟁과 여순항쟁 진압, 박정희 좌익혐의 조사와 구명활동 등 굵직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며 현대사의 뒷무대에서 영리한 처신을 거듭하며 살아남는 김진. 5ㆍ16군사쿠데타 직후 건설업을 시작해 백화점과 아파트를 지어올리지만, 1995년 6월 자신의 백화점이 무너져내린다.
저자

황석영

저자:황석영
1943년만주장춘에서태어나동국대철학과를졸업했다.고교재학중단편'입석부근'으로'사상계'신인문학상을수상했다.이후한일회담반대시위에참여했다가경찰서유치장에갇히게되고그곳에서만난일용직노동자를따라전국의공사판을떠돈다.공사판과오징어잡이배,빵공장등에서일하며떠돌다가승려가되기위해입산,행자생활을하기도했다.이후해병대에입대,베트남전에참전하여이때의체험을담은단편소설'탑'이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다시문학으로돌아온다.이후그는'객지','한씨연대기','삼포가는길'등을차례로발표하면서한국리얼리즘문학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특히1974년부터1984년까지한국일보에연재한'장길산'은지금까지도한국민중의정신사를탁월한역사적상상력으로풀어낸대작으로평가받고있다.1989년방북후독일미국등지에서체류했으며1993년귀국하여방북사건으로5년여를복역하고1998년석방되었다.이후장편'오래된정원','손님','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를발표하며불꽃같은창작열을보여주고있다.'무기의그늘'로만해문학상을,'오래된정원'으로단재상과이산문학상을,'손님'으로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중국,일본,대만,프랑스,미국등지에서'장길산','오래된정원','객지','무기의그늘','한씨연대기','삼포가는길'등이번역출간되었다.주요작품으로'객지','가객','삼포가는길','한씨연대기','무기의그늘','장길산','오래된정원','손님','모랫말아이들','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등이있다.

목차


1장백화점이무너지다
2장생존만으로는충분치않다
3장길가는데땅이있다
4장개와늑대의시간
5장여기사람있어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의거장황석영만이쓸수있는강남이야기

1장백화점이무너지다
“나계약안해.느이사장불러,당장불러!”__박선녀
국밥집딸이었던박선녀는여상재학중우연찮게모델생활을거쳐화류계에발을들이면서인생의전기를맞는다.룸쌀롱을경영하며부동산투기를맛보고당시주먹계를주름잡던홍양태에게도주눅들지않고나이트클럽까지꾸려가며제법돈을만지다폭력조직간의세력싸움에가게가넘어갈위기에처하자알고지내던중앙정보부수사관의도움으로나이트클럽을정리하고새로차린룸까페에서대성백화점김회장(김진)을만나김회장의후처가된다.이른바‘강남사모님’으로신분상승을이루어부유한상류층생활을누리던그녀는그러나어느날백화점에들렀다난데없이건물이무너지는사고를당한다.

제2장생존만으로는충분치않다
“우리는천벌을받아마땅하군.하지만현실이너무강력해서하늘의힘이미치지못하는거야.”__김진
어려서가족을따라만주로이주한김진은헌벙대의밀정으로일하다일본이패망하자서울로돌아와미군정청산하특무기관인CIC의요원이된다.김진은해방공간에서전평탄압,제주4·3항쟁과여순항쟁진압,박정희좌익혐의조사와구명활동등굵직한사건에직간접적으로간여하며,미군과의선을이용해한국전쟁후에도계속해서현대사의뒷무대에서영리한처신을거듭하며살아남는다.5·16군사쿠데타직후건설업을시작한그는권력과돈의행방을가늠하는본능적인감각으로큰성공을거두었고미군에게불하받은서초동땅에아파트와백화점을지어올리면서순탄하고부유한생활을누리는듯보였지만,1995년6월그의백화점이무너져내린다.

제3장길가는데땅이있다
“지금한강남쪽땅값이얼만지아십니까?”“길가는데땅이있고땅은돈이된다”__심남수
제대후백수로빈둥거리던심남수는어느날부동산업자박기섭을만나인생행로를바꾸게된다.제3한강교건설을앞두고‘말죽거리신화’가시작되던무렵그는박기섭과함께타고난수완을발휘해갖은방법으로돈을벌었고,청와대가정치자금마련을위해은밀히지시한부동산투기를실행하고서울시가남서울계획을추진하는과정에서생겨난막대한이익을취한다.그리고70년대말특혜분양사건에휘말리기직전정보를듣고주변을정리한뒤한국을떠난다.십년뒤한국으로돌아와대학교수가되어안정적인생활을누리던심남수는그날백화점붕괴현장을비추는텔레비전뉴스화면을망연히바라본다.

제4장개와늑대의시간
“마주먹질도사업인기라.”“인자두번다시오먼니가내형여……”__홍양태
광주충장로파의전설적인주먹홍양태.그는이십대초반이던60년대말상경해북창동과무교동일대에터를잡고전통적인주먹에서사업과이권을쫓는현대적폭력조직으로의변화를주도하며호남파패권시대를가져온다.폭력조직간의피비린내나는전쟁으로교도소를들락거리는가운데새로부상하는이권인강남의호텔로도사업을확장하지만,유신체제가끝나고신군부가사회기강확립을내세우면서군사정권치하의변화된현실에적응하지못하고정치권에이용당하며다시긴수형생활에처해진다.그리고백화점이무너지던날카지노에서가진돈을모두털리고동생에게전화를건다.

제5장여기사람있어요
“가난뱅이들만을위한천국이있을까”“사모님이다해줄수있단말씀다신하지마세요.”__임정아
백화점지하아동복매장에서일하는임정아는어려운살림에도꿋꿋하게살아가던중백화점붕괴사고를당해박선녀와얼마떨어지지않은곳에갇힌다.임정아의부모는혈혈단신상경해공사장과편직공장에서일하다살림을차렸고,광주대단지(성남)사업소식을듣고무작정천막생활을시작했다가광주대단지폭동사건을한가운데에서겪었다.강남건설붐이일무렵부터는임정아의어머니가파출부로일하면서힘든나날을보내왔지만,갖은고생끝에겨우집이나마마련하고씩씩하게자란딸이받아온첫월급에행복해한다.

역동적인묘사의재미와대서사의감동

『강남몽』은단한권의소설에남한의자본주의형성과정과오점투성이근현대사를고스란히담아냈다고해도과언이아닐만큼커다란스케일을자랑한다.3·1운동직후부터한국전쟁군사정변을거쳐1990년대에이르기까지소설에녹아있는굵직굵직한사건들과그이면의숨겨진진실과에피쏘드들은황석영만의선굵은서사와역동적인묘사의힘으로생생하고흥미진진하게다가온다.그속에서서로얽히고설키는수많은인물군상이맞물려‘강남’으로상징되는남한자본주의의단면을그려낸다.일제의정탐에서미정보국요원을거쳐기업가로성공가도를달리는김진의생애는‘꺼삐딴리’보다도영악한처세와기회주의자의면모를유감없이보여주며,시골여상을졸업한뒤고급요정과쌀롱을거쳐김진의후처가되는박선녀나강남개발시기에부동산투기로큰돈을버는심남수역시강남의형성과정을예리하게보여주는인물들이다.또한홍양태강은촌으로대표되는조직폭력배의일대기는개발독재시대의어두운이면을적나라하게파헤친다.
이인물들은우리현대사의어느대목들을여실히반영한다는점에서전형적이면서동시에우리모두가살아오는동안어딘가에서한번쯤접했을법한인물들이어서더욱실감있게느껴진다.한편이들이시대에편승해꿈을좇아움직이는꼭두각시같은인물들이라면,무차별적인개발의상흔이라할수있는광주대단지의참혹한현장을겪어온임판수부부와,그의딸로백화점점원으로일하다붕괴때묻혔다가사투를벌이는임정아의존재는묵묵히성실하게살아가는수많은사람들의모습을역사속에각인시키는한편그들의시선을통해삶에대한뭉클한감동과희망을던져준다.
무엇보다이모든이야기를현대사의굵직한장면장면과절묘하게맞물리도록직조해내는솜씨는‘과연황석영’이라는감탄사가절로나오게한다.다양한인물들의삶의굴곡을그리는필치는날렵하면서힘이넘쳐속도감있게읽히고,또어떤장면에서는현미경을들여다보듯한인간의구체적이고다층적인면모를부각시켜보여준다.그런인물들이역사의어느순간서로만나기도하고헤어지기도하면서,어느새거대한원경으로서의역사와미시적인개인의욕망과꿈이서로어떻게얽혀있는지가드러나는것이다.덕분에열권짜리대하소설로풀어내어도모자랄만한한국현대사의복잡다단한국면들이주요인물과소수의주변인물들의삶으로압축되는놀라운형식상의성취가가능해졌다.

우리의뜨겁고슬픈꿈은어디로갔을까

이숨가쁜‘강남형성사’를읽으면서우리는우리삶의밑바탕을다시들여다보게된다.『강남몽』이그리는다섯인물들의파란만장한삶의궤적은단순한이야기이상으로현실적인실체성을지니고다가오면서도끝내덧없다.‘강남’이라는남한자본주의의한상징,또는황금을향한욕망자체가너무나견고하고뿌리깊은것인동시에1995년의백화점붕괴사건이상징적으로드러내보였듯한편으로너무도덧없는것이기도하기때문이다.그로써『강남몽』은우리가발딛고선지금의현실을추동해온욕망이얼마나허무한가를깨닫게하며,동시에그꿈과욕망이역사적으로얼마나단단한물질성을지니고이어져왔는지또한절감하게한다.그러니작가가‘작가의말’에서밝힌의미를곱씹어본다면‘강남몽(夢)’이라는소설의제목은무엇보다문제적이다.우리가발딛고선현실자체가한바탕꿈인것은아닌가.그런데우리는그꿈에서깨어났는가.아직도꿈에서깨어나지못하고꿈속에서허우적대는것은아닌가.또는,꿈에서깨어나고도그것을깨닫지못하고있는것은아닌가.『강남몽』은그렇게우리에게묻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