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장편소설

투명인간 성석제 장편소설

$16.00
Description
비정한 현실의 무게 속에서 끝내 투명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성석제의 장편소설 『투명인간』.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저자가 2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성석제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지에 달한 특유의 입담과 해학, 절정에 이른 날렵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려운 시절을 누구보다 열심히, 착하게 살아온 주인공 ‘김만수’의 이야기를 통해 굴곡의 역사 가운데 던져진 한 개인의 운명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지만 우리가 돌아보지 못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너무나 흔해서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구보다 기막힌 인생을 살아온 ‘김만수’라는 이름의 인물이 우리 시대의 지극히 평범한 인간상을 보여주는 동안 읽는 이로 하여금 각자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게 한다.

볼품없는 외모에 유난히 허약하게 태어난 데다 말도 늦고 매사에 이해가 더디지만 마냥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만수는 가족들과 함께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묵묵히 끈질기게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베트남전에 파병된 큰형이 고엽제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들이 서울로 이사하면서부터 만수의 가족은 크고 작은 고난과 비극을 겪으며 살아간다.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 말의 격동기를 건너간 만수는 뒤늦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지만 만수의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는 바람에 다시 시련이 닥친다. 만수는 끝까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그런 그에겐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외면, 그리고 더 큰 불행만이 있을 뿐인데…….
이 작품은 주인공 만수의 가족을 비롯해 친구, 동료 등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시선으로 본 만수에 관한 이야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내는 동안 만수의 내면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김만수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미련스러울 만큼 순박하고 헌신적으로 가족과 삶을 지켜나가는 만수의 삶을 예리한 감각과 신선한 문장으로 그려내며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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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성석제

1960년경북상주에서태어났으며,연세대학교법학과를졸업했다.1986년에[문학사상]에시「유리닦는사람」을,1995년[문학동네]여름호에단편「내인생의마지막4.5초」를발표하면서본격적인소설가로서의작품활동을시작했다.

평론가우찬제는그를거짓과참,상상과실제,농담과진담,과거와현재사이의경계선을미묘하게넘나드는개성적인이야기꾼이며,현실의온갖고통과참을수없는...

목차


투명인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라질수없었던사람,그는투명인간이되었다
각박한이세상,바보같이아름다운한인간의이야기

만수야,나는점쟁이들을믿지않고관상을보지도못한다만그래도네얼굴이유난히크고훤해서멀리서도잘보이기는한다는건알겠다.그러니너는웃어라.소문만복래라,웃는집에만복이들어오고일소일소일노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라,한번웃을때마다하루젊어지고한번화낼때마다하루씩늙어지나니네가웃음만잃지않으면평생없는복도받아가며살리라.(24면)

부잣집삼대독자였으나일제강점기때사상문제로고초를겪고세상에등을돌린할아버지,그런할아버지와는달리거친상농사꾼이되어가족을먹여살리는아버지,타고난명석함으로집안의기대를한몸에받는자상한큰형,가족들을위해희생을감수해야했던어머니와누이들,영리하고악착같은성정으로늘만수를무시하고괴롭히는동생등,만수의가족들은그시절누구나그랬듯이어려운형편속에서도묵묵히끈질기게삶을이어간다.텔레비전도전기도없던시절부터꼬박이십리길을걸어학교에다니고,바구니를끼고산나물을캐러다니고,차력사의묘기를따라하고썰매를타다사고를내기도하고,채변검사,썰매타기,혼분식운동등에얽힌갖가지소동들이벌어지기도하는등만수의어린시절이야기는우리가지나온시절을떠올리게하면서아련한웃음을자아낸다.그시절을겪은사람만이알고있을그기억과감각을,그때를경험하지못한이들도생생하게느낄수있을만큼세밀하고정교하게복원해내는솜씨역시감탄을금할수없다.

그러나그소박하던시절은베트남전에파병된큰형이고엽제로인해목숨을잃고가족들이서울로이사하면서부터더는지속되지못한다.변두리단칸방생활을지탱하기위해고된노동에시달려야했던누이들,연탄가스중독과같은갑작스러운사고등등,1970년대이후산업화의물결과굴곡의현대사의흐름에휩쓸리면서만수의가족이겪어야만했던크고작은고난과비극은한편으로는우리에게낯설지않은것들이기도하다.상경이후무능력한술꾼으로전락한아버지를대신해실질적인가장이된만수는그가운데에도낙관을잃지않고온갖궂은일을도맡아하며헌신적으로가족을건사하고생활을꾸려나간다.전문학교를다니는틈틈이돈을벌어가족을부양하고,교통경찰을보조하는전경으로복무하면서소소한뇌물을챙겨생계를도모하고,이후관리직으로공장에입사해서는인상좋은얼굴로노사양쪽을오가며1980년대말의격동기를건너간다.위장취업후행방불명된동생이남긴아이를맡아키우는것도,여동생의식당에힘을보태가계를일으키는것도모두그의일이었다.그렇게그의희생에힘입어만수와가족들은점차나름으로자리를잡아가는듯해보이고,만수도뒤늦게사랑하는사람을만나가정을꾸리게된다.

그러나그것도잠시,만수의회사가경영난에빠져사장마저공장을버리고,마지막까지남아공장을지키려했던만수에게엄청난액수의손해배상이청구되면서다시시련이닥친다.그와중에도만수는끝까지답답해보일만큼가족을위해자신을희생하지만,그런그에게돌아오는것은끝없이이어지는고된노동과,가족과주변사람들의매몰찬외면,그리고더큰불행일뿐이다.마침내그에게아무것도남지않게될때까지,비극은끝내그를놓아주지않는다.

아무도돌아보지않았지만눈물겨웠던
나의아버지,누이,그리고바로우리의인생사

우리할아버지가젊을때빚을져서는증조할머니하고할머니,아버지데리고밤중에도망쳐가지고내고향개운리산골짜기로들어오셨다는구만.그래서아버지가어머니하고결혼해서우리육남매를낳았지.우리할아버지가빚때문에도망치지않았으면나도세상에없었을거야.나는빚때문에태어난거라고.어떨때는빚도고마운거야.(302면)

가진것없고잘난것도없지만미련스러울만치순박하고헌신적으로가족과삶을지켜나가는만수,그러나그는끝내누구에게도,가족들로부터도인정받지못한다.어쩌면오늘을살아온수많은평범한이들의모습도그와다르지않을것이다.누구나혼신을다해사랑하는이들을지키려고애쓰며,어찌할수없는시대의난관에가로막혀힘겨운고난을겪고,그럼에도그좌절까지떠안은채차마세상으로부터사라지지않기위해하루하루를질기게버틴다.소설은끝까지만수의내면을드러내지않음으로써오히려독자들로하여금김만수라는인물에대해많은것을느끼게만든다.우리주변어디엔가있을,우리가돌아보지못한누군가를떠올리게되고,나의인생을돌이켜보게된다.그러므로이것은나의아버지,누이,그리고바로우리의이야기이기도하다.너무나흔해서눈에띄지않지만누구보다기막힌인생을살아온사람.그렇게‘김만수’라는이름은우리시대의지극히평범한,그래서더욱비범한인간을가리키는이름이된다.끈질기게닥쳐오는비정한현실의무게속에서끝내투명인간이되어야만했던,그럼에도불구하고끝까지가족을,삶을포기하지않는그의뒷모습이숭고하기까지한감동으로남는다.

죽는건절대쉽지않아요.사는게오히려쉬워요.나는포기한적이없어요.(36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