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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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든 존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몫만큼 애써 살아가고 있다.
황정은의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연재 종료 후 일 년여 동안 개고하여 책으로 펴냈다. 같은 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소나, 나나, 나기 세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소설은 서정의 곁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적의 마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인생의 본질이 허망한 것이라고 세뇌하듯 이야기하는 어머니 애자의 곁에서 소라와 나나는 관계와 사랑, 모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자란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멸종하기를 꿈꾸는 소라와 사랑을 경계하는 나나. 두 사람은 나나의 임신에 당황한다. 사랑의 폐허에서 자란 그녀들에게 임신을 하는 것이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저 두려운 일일 뿐이다. 세상이 언제 망하든 개의치 않을 것 같던 나나와 소라는 평생 벗어나지 못한 황막한 폐허에서 꽃을 피워 올릴 수 있을까?
앞선 두 권의 소설집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더욱 강력해진 자신만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등장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 대사 한 줄까지 감정을 밀도 있게 싣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세 주인공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서로 갈등하는 소라와 나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나 공유한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등 소설적 장치가 독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한다.
저자

황정은

‘작가가선정한오늘의소설’,‘올해의문제소설’에선정되고,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등굵직한문학상후보에오르는등발표하는작품마다문단의큰주목을받아온작가다.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5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마더」가당선되며등단했다.소설집『일곱시삼십이분코끼리열차』,『파씨의입문』,『아무도아닌』,장편소설『百의그림자』,『야만적인앨리스씨』,『계...

목차

목차
소라小蘿
나나娜娜
나기?其
나나娜娜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감미로운미풍과모두를숨죽이게하는태풍이공존하는곳.황정은이한국문학에서획득한새로운영토다.그리고그는이러한진단을더욱확신하게해줄새장편『계속해보겠습니다』를통해놀랍도?록부드럽고확고하게독자들의마음속으로들어간다.황정은특유의단정하고도리드미컬한문장의점층은시처럼울리고,상처입은주인공들이감당해가는사랑은서툴지만애틋하다.그의소설중가장아름답다고평할한권의책이독자의서가에자리하게될것이다.
지금황정은을읽지않는다면
처연하게아름다운세계를놓치고있는것이다...
감미로운미풍과모두를숨죽이게하는태풍이공존하는곳.황정은이한국문학에서획득한새로운영토다.그리고그는이러한진단을더욱확신하게해줄새장편『계속해보겠습니다』를통해놀랍도록부드럽고확고하게독자들의마음속으로들어간다.황정은특유의단정하고도리드미컬한문장의점층은시처럼울리고,상처입은주인공들이감당해가는사랑은서툴지만애틋하다.그의소설중가장아름답다고평할한권의책이독자의서가에자리하게될것이다.
지금황정은을읽지않는다면
처연하게아름다운세계를놓치고있는것이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2012년가을호부터2013년여름호까지‘소라나나나기’라는제목으로계간『창작과비평』에연재되었던작품이다.연재종료후일년여동안심혈을기울여개고한끝에주인공소라와나나,나기의감정선이더욱더깊고선명해져행간에서조차세인물의호흡이느껴질정도로작품의농도가짙어졌다.황정은은앞선두권의소설집에서기발한상상력과그것을구현해내는뛰어난언어조탁력을보여주었고그의첫장편이자한국일보문학상수상작인『백의그림자』에서기저에품은서정성을유감없이보여주었다.『계속해보겠습니다』는그서정의결을이어가면서도잔잔하게흘러가폭발적으로파급되는황정은식서정의마력은더욱강력해졌다.
소라,나나,나기세사람의목소리가각장을이루며순차적으로진행되는『계속해보겠습니다』는같은시간,한공간에존재하는세사람의서로다른감정의진술을각각의온도로느낄수있다.서로갈등하는소라와나나의속마음을보는것이나,공유한과거를서로다르게기억하는소설적장치는독자에게새로운즐거움을선사한다.등장인물의작은행동하나,대사한줄에까지감정을밀도있게싣고마지막까지그긴장을놓지않고이야기를완성하는작가의집중력에는감탄할수밖에없다.다시금황정은소설의자기갱신을볼수있는지점이다.문학평론가신형철은최근“황정은소설이이제는좀무섭다”(젊은작가상심사평)라고표현했다.그리고이경이에가까운감탄은비단그만느끼는것은아닐터다.그의이름을첫손에꼽으며다음작품을기다린다는이야기는문단에서도심심치않게들려온다.과연그의소설은어디까지이며,그간명하고도아름다운문장의점층은우리를어디로이끌것인가.
기척도없이스며든사랑
사랑을미워해도사랑은사랑으로다가오기를멈추지않는다
애자는본인의이름그대로사랑으로가득하고사랑으로넘쳐서사랑뿐인사람이었습니다.사랑뿐이던애자는그사랑을잃자껍질만남은묘한것이되어버렸습니다.(88면)
애자는없는게좋다.애자는가엾지.사랑스러울정도로가엾지만,그래도없는게좋아.없는세상이좋아.
나는어디까지나소라.
소라로일생을끝낼작정이다.
멸종이야.
소라,라는이름의부족으로.(45면)
사랑에관해서라면그정도의감정이적당하다고나는생각하고있습니다.어떤일이있더라도이윽고괜찮아지는정도.헤어지더라도배신을당하더라도어느한쪽이불시에사라지더라도이윽고괜찮아,라고할수있는정도.그정도가좋습니다.(104면)
사랑하는남편이작업현장에서사고로죽자“살아가는데필요한온갖활동을시시때때로정지하며스스로를망가뜨리고소라를망가뜨리고나나를망가뜨리”(99면)며,인생의본질이허망한것이라고세뇌하듯이야기하는어머니‘애자’의곁에서소라와나나는관계와사랑,모성에대한깊은회의를품고자라난다.세상에아무것도남기지않은채멸종하기를꿈꾸는소라와가공할파괴력을가진,전심전력을다하는사랑을경계하는나나.그차갑지만질서정연하던세계에모든것을흐트러뜨릴사건이발생한다.
언제라도세계는끝나버릴것같고그순간이모두에게처참할것같아위태롭고불안합니다.소중하다고여기는마음이늘었기때문인지도모르겠습니다.그런것을늘려버린바람에,나나는예전보다약해졌는지도모르겠습니다.(226면)
이소중하게여기는마음은바로나나가배속아이에게품게된감정이다.나나의임신에누구보다당황한건소라다.애자의세계,곧사랑의폐허에서자란그녀들에게임신을하는것이나부모가된다는것은그저두려운일일뿐이다.그러나사랑은어디에선가기척도없이스며들고,아무리애써밀어내도어느새가슴한켠에자기자리를스스로마련해버린다.세상이언제망하든개의치않을것같던나나는과연세상이아기가살만한곳인가를걱정하고,음식을신중하게골라먹는다.소라는요새거슬리는사람이생겼다며투덜거린다.과연소라와나나는평생벗어나지못한황막한폐허에서꽃을피워올릴수있을까?
“인간이란덧없고하찮습니다.
하지만그때문에사랑스럽다고생각합니다.”
그런가하면“당신이상상할수없다고세상에없는것으로만들지는말아줘.”(187면)라고나기는이야기한다.이대사는아무도축복해주지않는자신의사랑을지켜내고자하는의지이자,소라와나나그리고그들을둘러싼세계를단단히이어가고자하는결심과도같은것이다.그들이자라온환경,그들이가진세계관,관계에대한믿음이나불신까지도.황정은은이처연하게아름다운세사람의사랑을통해이렇게이야기하고싶었을것이다.전에본적없다고,일반적이지않다고,이질적이라고해서그것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것은아니라고.모든존재는각자의자리에서저마다의몫만큼애써살아가고있고,그모든사소한움직임하나도그들에겐전부가될수있다고말이다.
목숨이란하찮게중단되게마련이고죽고나면사람의일생이란그뿐,이라고그녀는말하고나나는대체로동의합니다.인간이란덧없고하찮습니다.하지만그때문에사랑스럽다고나나는생각합니다.
그하찮음으로어떻게든살아가고있으니까.
즐거워하며슬퍼하거나하며,버텨가고있으니까.
한편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것은나쁜걸까.
소라와나나와나기오라버니와순자아주머니와아기와애자까지모두,세계의입장에서는무의미할지도모르겠습니다.무의미에가까울정도로덧없는존재들인지도모르겠습니다.
그래서소중하지않은걸까,생각해보면도무지그렇지는않은것입니다.(227면)
무의미하다는것이소중하지않은것은아니라고,나나는이야기한다.무의미하고덧없고하찮더라도모두가까스로살아가고있으니까.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는삶이하나하나소중하니까.나나의입을통해흘러나온이소설의제목과같은,반복적으로등장하는문장이자마지막문장인“계속해보겠습니다”는나지막하지만단호한의지를담아꾹꾹눌러천천히곱씹듯말하는것일터다.그럼에도불구하고잘,살아가보겠노라고,사랑해보겠노라고.
모두잠들었습니다.어둠속에서그들의기척을듣습니다.오래지않아날이밝을것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228면)
*『계속해보겠습니다』가더욱특별한것은출간후6개월간오디오북서비스가무료로제공되기때문이다.최초로초판부터종이책과오디오북을결합해동시에출간한‘더책특별판’이다.디지털을품은종이책‘더책’은책에부착된NFC태그에스마트폰을대면책의내용을오디오북으로듣거나다양한디지털콘텐츠를이용할수있는획기적인서비스이다.종이책의본질을지켜나가면서디지털시대에맞추어새롭게제시하는‘더책’은침체된독서문화에새바람을일으킬것이며,양질의문학서를접할기회가적었던시각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