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트렁크

$14.00
Description
작가 김려령이 그려낸 인간관계와 사랑의 맨 얼굴!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너를 봤어》에 이은 김려령의 장편소설 『트렁크』.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 ‘비범한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저자가 이번에는 결혼과 사랑의 맨 얼굴을 그려 보인다. 기발한 상상력과 리얼리티 넘치는 명쾌한 화법으로 인간관계와 사랑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심리 전개 대신 재치 있는 대화와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결혼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관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온 작가의 산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결혼과 사랑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형식과 내용을 꼬집고 비틀고 그 이면을 들춰내며 관습이 얼마나 고루한 것인지,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지는 현실적 욕망이 얼마나 속물스러운 것인지 이야기한다.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 VIP팀에서 입사 육년차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살의 ‘인지’. 다른 부서의 사원들이 미혼 남녀의 결혼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과 달리 인지는 직접 VIP회원의 기간제 부인인 FW(field wife)가 되어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네 번째 결혼을 마친 인지는 전 남편으로부터 재결합 신청을 받고 다섯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종전의 결혼생활에 비해 순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인지 앞에 ‘엄태성’이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절친한 친구인 ‘시정’의 부탁으로 휴가기간 중 한번 소개팅을 가졌을 뿐인데, 엄태성은 자신을 단칼에 거절한 인지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호기심을 품고 스토킹을 시작한다. 다섯 번째 남편과의 결혼 계약이 끝나는 날 인지는 시정과 함께 절친했던 친구 ‘혜영’이 죽던 10년 전, 도움을 받은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었음을 알게 되고, 계약을 끝낸 인지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출장 결혼 내내 함께했던 트렁크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불행했던 자신의 20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 른살 생일을 맞은 인지에게 엄태성이 또다시 접근하는데…….
저자

김려령

마해송문학상과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창비청소년문학상을석권하며2008년가장주목해야할거물급신인의등장을알린작가.진지한주제의식을놓지않으면서도흥미진진하게이야기를풀어나가는필력이단연돋보인다.

1971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증조할머니에게옛이야기를들으며자란것을자양분으로하여진지한주제의식을놓지않으면서도흥미진진하게이야기를풀어나가는필력이...

목차

트렁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김려령의소설은언제나신선하고통쾌하다
세상을향해던지는김려령의강렬한물음“넌지금행복하니?”

‘한국문학의새로운활력’,‘비범한이야기꾼’이라불리는김려령작가가흡인력강한소설로다시독자들을찾아왔다.신작장편『트렁크』에서작가는기발한상상력과리얼리티넘치는명쾌한화법으로인간관계와사랑의맨얼굴을생생하게그려내고있다.심리전개대신재치있는대화와속도감있는문장으로전개되는이작품은생생하게살아숨쉬는이야기의힘을여실히보여준다.
김려령작가는그간『완득이』,『우아한거짓말』,『너를봤어』등의작품을통해대중적인주제를다루면서도폭넓은사유와개성넘치는문체로우리삶의기저에가닿는깊이있는서사를구축해왔다.특히『완득이』에이어두번째스크린셀러가된『우아한거짓말』이후작가는일상적삶에내재된폭력성을발견하고고발하는데천착해왔다.『트렁크』는이러한작가의문제의식이더욱공고해지고폭력을바라보는시선이더욱엄밀해졌음을여실히보여준다.작가는주인공을통해“내게는세상전체가사막이었다.살아남는게오히려신기하고,타인의갈증에무섭도록냉담한곳이었다.서걱서걱.나는한모금의물이간절했는데내입의침마저말렸다.고개를숙이면그참에목뼈를부러뜨리려했고,고개를들면날선칼로목을치려했다”고고백한다.그리고세상을향해다음과같이되묻는다.“뭘원하시는겁니까?”

서른살,다섯개의결혼반지
‘이번결혼에도사랑은하지않았습니다’
김려령이그리는결혼과사랑의맨얼굴

한번쯤결혼해보고싶은여자.그녀는내가그범주에속한다고했다.이제는배우자도임대하는세상이됐구나.고액의연회비와혼인성사자금을지불하는회원들에게,이런아내는어떠신가요?하고내미는기호품이된기분이었다.몰랐고,끝까지몰라도됐을,모르는게더나았을그런세계가,내손을그렇게잡았다.(26면)

올해스물아홉살의주인공‘인지’는결혼정보업체웨딩라이프의비밀자회사인NM(newmarriage)VIP팀에서입사육년차차장으로일하고있다.다른부서의사원들이미혼남녀의결혼을연결하는일을하는것과달리인지는직접VIP회원의기간제부인인FW(fieldwife)가되어주는업무를맡고있다.대학졸업후출판사면접에서떨어진날우연히만난사람에게입사제의를받았을때만해도인지는NM에대해강한거부감을느꼈다.하지만대학시절,사랑하는사람이동성애자였다는이유로멸시와천대를받게하고결국떠나게만든어머니에대한반감과취업의어려움으로망명하듯NM에입사한다.

우리는애인과아내사이에서그들생의한구간을함께한다.시작부터후회였고종국에도후회가될것을알지만,이흐름에서벗어날수가없다.체념이라고하기에는내가가엽고,신념이라고하기에는어쩐지비겁하다.꽉막힌병목구간을어떻게든꾸역꾸역빠져나가는자동차처럼,언젠가는나도이지난한삶의구간을빠져나가겠지,기대할뿐이다.(26면)

네번째결혼을마친인지는전남편으로부터재결합신청을받고다섯번째결혼생활을시작한다.종전의결혼생활에비해순탄한일상을보내고있는인지앞에‘엄태성’이라는남자가등장한다.절친한친구인‘시정’의부탁으로휴가기간중한번소개팅을가졌을뿐인데,엄태성은자신을단칼에거절한인지에대해집착에가까운호기심을품고스토킹을시작한다.NM보안팀은인지가계약남편과함께사는집까지집요하게찾아온엄태성을제압한뒤인지몰래격리시킨다.이후그의행방이궁금해진인지는남편의도움을받아불법으로납치되어학대받고있던그를풀어준다.다섯번째남편과의결혼계약이끝나는날인지는시정과함께절친했던친구‘혜영’이죽던10년전,도움을받은남자가지금의남편이었음을알게된다.계약을끝낸인지는회사에사표를내고출장결혼내내함께했던트렁크를버리기로결심한다.그것은사실불행했던자신의20대를상징하는것이기도하다.그렇게서른살생일을맞은인지에게엄태성이또다시접근하는데…

주변사람들은늘내가만나는사람만중요시했을뿐,행복하니?하는질문은누구도하지않았다.당연내불행따위에도관심이없었다.나는그렇게사는게힘들어요,항변해도소용없었다.네가뭐가부족해서?어쩌면그런무심함에화가났던것도같다.괜히버럭버럭화를내서나만더힘들었던것같기도하고.벌써서른이다.(210면)

나는그게궁금한거야.왜내가싫은지.갈겨쓰지않은정갈한글씨였다.미친새끼.서둘러문부터걸어잠그었다.몸에기운이쏙빠졌다.허적허적뒷걸음질치다발이트렁크에걸렸다.본능처럼트렁크손잡이를잡았다.어떡하지.(…)내가그토록원했던고요가그렇게나를덮치고시야를깨뜨렸다.(211면)

폭력과부조리로가득한삶
그럼에도사랑은멈추지않는다

연애,결혼,출산을포기한다는3포세대를지나5포세대,7포세대라는신조어들이난무하는이시대를우리는살아가고있다.지난해인구1,000명당혼인율은통계산출한1970년이후가장낮은기록을보였고어렵게결혼을한다고하더라도‘웨딩푸어’,‘하우스푸어’등으로전락하기십상이다.가난때문에사랑과결혼이좌절되는시대에김려령작가가이번작품에서설정한‘기간제부인’‘출장결혼’은어떤사실보다더사실적인모습으로가슴서늘하게다가온다.그리고어느새독자들의마음에들어앉아현실같은이야기속으로치닫게한다.

중산층으로그럭저럭살다가회비가밀리고혼인성사자금도없어자동탈퇴된회원도있다.미련으로계속NM으로연락하지만NM의답변은간단하다.법적결혼을하세요.그게제일싸게먹힙니다.값진조언도잊지않는다.잘하면공짜로눌러앉을수도있습니다.그러면무조건혼인신고를하세요.법적으로큰소리칠수있고,한몫챙기고끝낼수도있습니다.그때다시얘기하죠.(73면)

『트렁크』는결혼을비롯한우리사회의여러관습에대해끊임없이질문하고의심해온작가의산물이기도하다.작가는결혼과사랑을정면으로응시하고그형식과내용을꼬집고비틀고그이면을들춰내며관습이얼마나고루한것인지,또한사랑이라는이름으로덧씌워지는현실적욕망이얼마나속물스러운것인지이야기한다.관습은사회적관계속에서만들어지는것이므로공동체의규범을언제나내포하는데작가는계약결혼,성소수자등의소재를전면에내세워이규범의이면을바라보려한다.규범을넘어서려는이러한작가의시선을‘비딱하다’고말할수도있겠다.하지만이러한작가의시선은이미비딱해진세계를바르게바라볼수있는하나의방법론이되기도한다.
작가는다시폭력에대해말한다.타인의삶에무책임한호기심을갖고개입하는것자체가거대한폭력이될수있음을,나아가타인의삶에간섭하고영향력을끼치려는욕망이결국자신의삶을그르치는결정적인계기가될수있음을말한다.이것이‘사랑’의어두운이면인것이다.하지만작가는결국다시사랑에서툰사람들이살고있는이세계를끌어안으며연민한다.멈추려해도멈춰지지않는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