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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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남과 북,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평전과 소설을 넘나들며 30년간 꾸준히 불행했던 우리 역사의 숨겨지거나 외면된 진실을 복원하고 비극적으로 숨져간 영혼들을 달래는 작품 활동을 해왔던 안재성의 장편소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청년간부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포로로 잡혀 10년간의 수용소, 감옥 생활을 겪은 실존인물 정찬우의 50년간 은밀히 숨겨졌던 수기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전남 고창에서 출생하였지만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한 정찬우는 금주성 일대에서 이름난 수재로, 국립사범대학에 남들보다 2년 일찍 들어갈 정도로 영민했던 정찬우는 22세, 김일성대학 역사학과를 갓 졸업하고 교사로 발령받은 직후, 1950년 7월 초 인민군이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시기에 노동당 교육위원으로 발탁되어 남한 영남지방으로 파견된다. 김일성의 직인이 찍힌 임명장을 받고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남쪽으로 내려와 목격한 전선의 상황은 북에서 듣던 승전보와는 전혀 달랐다.

서울과 대전에서 맞닥뜨린 제트기의 기총소사와 소이탄 폭격에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고,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이 유엔 연합군에 궤멸되다시피 한 이후로는 빨치산 신세로 산속에 은둔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신세가 된다. 결국 포로로 잡힌 정찬우는 포로수용소에 수감되고 전범재판을 통해 남한에서 10년의 세월을 복역한다. 정찬우는 노동당 간부라는 출신 때문에 수용소와 감옥에서 빨갱이로 취급받고 공산주의 사상을 교도소 내에 전파한다는 누명을 쓴 채 고난을 겪기도 하지만, 마침내 사면 받아 고향인 전남 고창으로 돌아간다.

저자

안재성

1960년경기도용인에서태어나1989년장편소설『파업』으로제2회전태일문학상을수상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경성트로이카』,『황금이삭』,『연안행』,『사랑의조건』,『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명시』등의장편소설과『이관술1902~1950』,『이현상평전』,『박헌영평전』,『실종작가이태준을찾아서』,『식민지노동자의벗이재유』,『박열,불온한조선인혁명가』,『윤한봉』등...

목차

1장불타는평양/2장고요한서울/3장대전해방만세/4장낙동강12단고지/5장꿈/6장독안에든쥐/7장이영회부대/8장상여를타고/9장진주임시수용소/10장광주중앙포로수용소/11장대구형무소/12장목포형무소/13장이면의곡선/14장가난한어부들의노래/15장귀향/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역동적인서사와강력한흡인력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의감동이되살아난다!

한국근현대사의숨겨진인물과진실을발굴해다수의평전과노동.역사소설을묵묵히집필해온우직한작가안재성의신작장편소설『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가출간되었다.북한엘리트로한국전쟁에참가했다가포로로잡혀10년간의수용소,감옥생활을겪은실존인물정찬우의수기를바탕으로전쟁의참상을생생하게그리고있는소설이다.
정찬우의가족이50년간간직해온수기를우연한기회에입수하게된작가는“관념적인작전명령과실제전선에서전쟁의고통을겪어야하는이들간의괴리”와함께“지구상에어떠한전쟁도있어서는안된다”는휴머니즘적가치에매료되어소설화를결심했다.수기를바탕으로한만큼실감나는묘사와역동적인서사의흡인력에책장을넘기다보면“극한상황이기에오히려더빛나는인간의강인한생명력”(추천사,현기영)이묵직한감동을남긴다.전쟁에서비롯된갈등이여전히한국사회를지배하는데도불구하고‘잊혀진전쟁’의시대가되어가는지금『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는역설적으로우리가기억해야할것을다시묻는소설이다.

“남조선으로내려가라는말입니까?”
하루아침에뒤집어진북한엘리트의인생

1950년7월초인민군이파죽지세로남하하던시기,정찬우는노동당교육위원으로발탁되어남한영남지방으로파견된다.당시그의나이22세,김일성대학역사학과를갓졸업하고교사로발령받은직후였다.
전남고창에서출생하였지만어린시절가족과함께만주로이주한정찬우는금주성일대에서이름난수재로,국립사범대학에남들보다2년일찍들어갈정도로영민했다.그는또한남다른정의감으로조선독립에투신해조선의용군으로활동하며능력을인정받아승진을거듭했지만,학문에대한열망에1947년이북으로귀국,장학생으로김일성대학역사학과에진학한것이다.틈틈이써둔소설로공모전에당선한소설가이기도했다.
그의인생이한순간에뒤집어진것은한국전쟁에참가하면서부터였다.김일성의직인이찍힌임명장을받고군복으로갈아입은뒤남쪽으로내려와목격한전선의상황은북에서듣던승전보와는전혀달랐다.서울과대전에서맞닥뜨린제트기의기총소사와소이탄폭격에생사의고비를넘기는것은예삿일이되었고,낙동강전선에서북한군이유엔연합군에궤멸되다시피한이후로는빨치산신세로산속에은둔하며하루하루를견디는신세가된다.
결국포로로잡힌정찬우는포로수용소에수감되고전범재판을통해남한에서10년의세월을복역한다.정찬우는노동당간부라는출신때문에수용소와감옥에서빨갱이로취급받고공산주의사상을교도소내에전파한다는누명을쓴채고난을겪기도하지만,마침내사면받아고향인전남고창으로돌아간다.


“소설로각색하는작업을하는내내,
흥분으로잠을제대로이루지못했다”

1989년장편소설『파업』으로제2회전태일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한안재성은,평전과소설을넘나들며30년간꾸준히“불행했던우리역사의숨겨지거나외면된진실을복원하고비극적으로숨져간영혼들을달래는글무당”으로왕성한작품활동을해왔다.박헌영,이일재등한국현대사에큰영향을미쳤지만이념적인이유로가려져있던근현대사속인물들의평전을집필해온작가에게정찬우라는인물은특별했다.이북의고위간부이긴했지만실제전선에서끔찍한전투와공중폭격을목격한한사람으로서정찬우는,사상적지도자라기보다“피해자이자동시에가해자로서이념전쟁의속죄양”이었던것이다.
50년간은밀히숨겨졌던정찬우의수기를바탕으로소설화한『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에는살았다고감히이야기하기어려운비참과고통이미시적이고도생생하게담겨있다.최전선에서의전투,빨치산이되어지리산기슭에서보낸한겨울그리고진주,광주,목포등수용소의비인간적인실태등상상하기어려운장면의연속은소설보다더소설같은실제를실감케한다.뿐만아니라비처럼쏟아지던미공군의폭격과그에대한인민군의대응,인민군내부의갈등이나극좌에서극우로의이념변화등은“기존역사연구에서볼수없었던한국전쟁의중요한편린”(추천사,김태우)이기도하다.


불행한시대에태어난한인간주의자의일대기

북한엘리트로전쟁에참여했다가남한에서전향한정찬우는남과북그어디에도소속된사람이아니다.그런의미에서전쟁에대한그의증언은보다객관적이며,이소설은초국적의정찬우가바라보는전쟁의풍경이라고말할수있을것이다.
그런그가포착한전쟁의단면은전쟁을주도한남?북한지도세력의이념과는괴리되어,전선에서동족간의전쟁을강요당한사람들간의갈등과무자비한폭력에다름이아니다.평화시대라면지극히평범했을사람들이전쟁이라는극한상황속에서단지살아남기위해추악한본성을적나라하게드러내지만,정찬우는생사를넘나드는긴박한상황에서도총한발쏘지않고전선에서여러사람의생명을구하기위해위험을무릅쓰는등“괴물이되지않기위해스스로고난을택한다.”
더욱묵직한감동을주는것은사람의목숨이아무렇지도않게사라지는전쟁을통과하고,비참한포로수용소생활을몸으로견뎌내는정찬우의‘살아남는’삶자체다.기어이살아서고향으로돌아가는정찬우의모습은“극한상황이기에오히려더빛나는인간의강인한생명력”을핍진하게보여주고,우리로하여금“지금과는전혀다른삶의감각을경험하게”(추천사,현기영)한다.
불행한시대에태어난한‘인간주의자’라고밖에할수없을정찬우의일대기는처음부터끝까지옳은전쟁이나필요한전쟁이란없다는교훈을간직한다.전쟁에서파생된갈등과대립이여전히우리사회를맴돌고있는지금,『아무도기억하지않았다』는“‘잊혀진전쟁’(forgottenwar)의한복판으로들어가”(추천사,조해진)건져올린증언이자우리를향한역설적인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