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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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4ㆍ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
“지금 나에게는 오늘의 밝은 태양보다 망각된 과거가 더 중요하다”
현대문학사에 빛나는 현기영의 기념비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제주 4ㆍ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다. 1999년 출간 이후 20여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일곱살 때 4ㆍ3을 목도한 작가가 기억을 되살려 쓴 자전적 작품으로, 유년 시절부터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이야기를 제주의 대자연 위에 펼쳐놓는다.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 4ㆍ3의 뼈아픈 면모와 역설적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섬의 자연풍광이 치밀하고 아름답게 엮인 이 작품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4ㆍ3 문학의 거장이 된 소설가 현기영의 문학적 원천이 무엇인지 그 비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사례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저자

현기영

저자현기영玄基榮
1941년제주에서태어나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197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버지」가당선되어창작활동을시작한이래,제주도현대사의비극과자연속인간의삶을깊이있게성찰하는작품을선보여왔다.
소설집<순이삼촌>(1979)<아스팔트>(1986)<마지막테우리>(1994),장편<변방에우짖는새>(1983)<바람타는섬>(1989)<지상에숟가락하나>(1999)<누란>(2009),산문집<바다와술잔>(2002)<젊은대지를위하여>(2004)<소설가는늙지않는다>(2016)가있다.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과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역임했으며,신동엽문학상(1986)만해문학상(1990)오영수문학상(1994)한국일보문학상(1999)등을받았다.

목차

지상에숟가락하나/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눈부신생명력을품은한사람의다채로운성장기

어린시절당해낼수없는외로움때문에벌레를가지고놀던아이똥깅이.그리고유년을함께보냈던친구들웬깅이와주넹이누렁코등,친구들의익살스러운별명만큼이나정겨운풍경이아름다운제주섬을배경으로펼쳐진다.하지만잊으려야잊을수없는거대한사건4ㆍ3과6ㆍ25에직접적으로얽혀있는이소설은당시의기억을세밀하게묘사하며단순한개인적과거가아닌인류공동체역사의자리로옮겨놓는다.
아름다운제주섬의그늘속에4ㆍ3의슬픔이짙게배어있듯,작가의삶에도4ㆍ3의그늘은드리워져좀처럼지울수없는흔적을남겼다.그흔적은결국사라지지않아‘4?3소설’의최고봉이자‘4ㆍ3사건’그자체라고도할수있는「순이삼촌」을쓰게했고,오랫동안금기시한‘4ㆍ3사건’의진상을최초로세상에알리게된다.
<지상에숟가락하나>는양민학살에다름없었던토벌작전과동족을향해총부리를겨눠야했던섬사람들의기막힌운명,사나운총격에가족을잃고간신히살아남은피란민들이어떤고초를겪으며남은시간을견뎌왔는지를어린아이의무구한시선을통해고스란히보여준다.이를통해작가는마치4ㆍ3의원혼을달래는무당처럼그런사연들을기억하게하고그들의죽음을깊이새긴다.

나는횡단도로를달리는시외버스에몸을싣고한라산기슭의야초지에가본다.(…)내아버지,내조상들이묻힌곳,그초원은모든섬사람들이태어났다가죽어서다시돌아가는어미의자궁인것이다.그러나피맺힌한으로해서조금도관대해질수없는무자ㆍ기축년의그주검들은어찌할것인가.그들도거기로돌아가푸른초원을이루고있지만그들의삭일수없는여한은어찌할것인가.(78면)

하지만이작품에참혹한죽음에서린슬픔만이가득한것은아니다.유년시절친구들과뛰어놀았던드넓은초원과반원의아름다운곡선을그으며아득히멀리물러나있던수평선,나무하러다녔던한라산과개구리가울때마다잔잔한수면위로번져가던동심원의아름다운파문처럼,지금은사라지고없는제주의오래된풍경과그속을뛰놀던작가의지나간시절이눈부신생명력을뽐내며우리눈앞에생생하게펼쳐짐으로써이소설이빼어난성장소설임을다시금증명한다.

숟가락하나만달랑들고천상에서쫓겨나이승의콩밭에서푸른옷입고꽁무니에숟가락꽂은슬픈몸으로평생그밭을벗어나지못하고귀양살이하는그아기씨,그것이혹시나자신의운명이될까봐나는두려웠던것이다.나는내꽁무니에꽂은숟가락으로어떤밥을먹게될것인가.(229면)

어린시절밭일을돕던중보게된‘팥벌레’에얽힌설화를통해작가는‘숟가락’이야기를독자에게건넨다.“눈물은내려가고숟가락은올라가지않앰시냐.그러니까먹는것이제일로중한거다.”(91~92면)라는어머니의이야기처럼숟가락은삶에서가장중요한,먹는일과연관된도구이다.작가는그‘숟가락’을통해자신의운명을가늠해보고때로두려움을느끼기도한다.이처럼‘숟가락’은운명인동시에삶과도같은말이라할수있다.

현대사를가로지르는거대한사건과제주의대자연을배경으로펼쳐지는한사람의풍요로운성장기는현기영특유의강직하고사려깊은필치에실려우리의감성을사로잡는다.작가의기억에서퍼올린눈부신이미지와가슴속에오래남을아픈흔적들은여전히변함없는감동을자아내며현기영문학의본류를찾아가는기쁨또한선사한다.또한참혹했던4ㆍ3의시간을살아내고일생을복무했던작가의삶과그기록은그날의참상을우리자신의또다른모습으로영원히가슴속에기억하게할것이다.

이소설에서저는4ㆍ3을‘말로는다할수없는,즉언어절(言語節)의참사’라고썼습니다.인간이사용해온언어로는그참사를설명할수도,묘사할수도없기때문입니다.인간이저지를수있는어떤악행도그악행에필적할수없기에인간의언어로는표현할수없다는것이죠.
역대독재정권들은그사건이세상에알려지지않도록,혹은잊히도록하기위해서슬푸른공포정치를구사했습니다.흔히그것을망각의정치라고하죠.그런데그망각의정치의세뇌효과는대단하여,어느정도민주화된지금에도국민의상당수가4ㆍ3을모르거나알아도잘못알고있습니다.잘못알고있으면서도자기가옳다고막무가내로우기는사람들이적지않습니다.더나쁜것은4ㆍ3의진실을악의적으로왜곡하는정치세력이죠.그리고모르면알려고해야하는데,알면마음이편치못하다고아예외면해버리는사람들도많습니다.많은사람들에게4ㆍ3은‘불편한진실’인것이죠.그러나아무리부정하고,왜곡하고,외면하려고해도,4ㆍ3은엄연히대한민국의역사입니다.4ㆍ3은우리자신의또다른모습이기도하죠.4ㆍ3의진실을바로알고기억하는일,그래요,기억하지않은역사는되풀이된다고하지않습니까.
제주4ㆍ3은대한민국의역사입니다,이것은올해로70주년을맞이하는제주4ㆍ3의슬로건입니다.
―‘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