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양장)

연년세세 (양장)

$16.00
Description
다시 한번, 황정은이 황정은을 넘어서다
나를 이루는 세계에 대한 황정은의 질문
2019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고 연작 『디디의 우산』으로 만해문학상 5ㆍ18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개성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연년세세年年歲歲』. 이 책은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주제를 펼친 역작이다. 지난해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두편의 소설 「파묘破墓」와 「하고 싶은 말」과 함께 실린 「무명無名」과 「다가오는 것들」은 이번 단행본을 통해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독자들은 물론 문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선보이는 책마다 작가로서의 경지를 갱신하는 황정은에게 이번 책은 다시 한번 황정은의 문학을 넘어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순일과 둘째 딸 한세진이 이순일의 외조부 묘를 없애기로 하고 마지막 제사를 드리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으로 떠나는 이야기인 「파묘破墓」,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이순일의 장녀 한영진의 이야기「하고 싶은 말」, 이순일은 열다섯살에 김포에서 만난 ‘동무, 이웃, 동갑이자 동명同名인 순자’가 떠올라 들려주는 이야기「무명無名」, 북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닷새간 뉴욕에 머문다. 그곳에서 한세진은 노먼 카일리의 딸인 제이미를 만나게 된 「다가오는 것들」까지 이 책에 실린 소설 네편은 ‘1946년생 순자씨’ 이순일과 그의 두 딸 한영진 한세진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며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일상을 통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한다.
황정은은 네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가족, 사회, 친구, 국가 등 여러 관계 안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겪은 비극과 참사, 크고 작은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지를 이순일과 두 딸, 한영진과 한세진, 한세진과 하미영이 나누는 사소한 대화와 평범한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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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정은

‘작가가선정한오늘의소설’,‘올해의문제소설’에선정되고,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등굵직한문학상후보에오르는등발표하는작품마다문단의큰주목을받아온작가다.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5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마더」가당선되며등단했다.소설집『일곱시삼십이분코끼리열차』,『파씨의입문』,『아무도아닌』,장편소설『百의그림자』,『야만적인앨리스씨』,『계...

목차

파묘破墓
하고싶은말
무명無名
다가오는것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순자가왜이렇게많을까?
이책은그질문에서시작되었다

황정은은‘작가의말’에서“사는동안순자,라는이름을가진사람을자주만났”고,“순자가왜이렇게많을까”라는질문에서이책이시작되었다고전한바,『연년세세年年歲歲』에실린소설네편은‘1946년생순자씨’이순일과그의두딸한영진한세진의이야기가큰줄기를이루며이어진다.어머니와자매의지난삶과현재의일상을통해지금,여기의한국사회를돌아보게하는이연작소설은누구도흉내낼수없는감각과깊이있는사유로황정은의이전소설들을스스로다시한번뛰어넘으며독자들로하여금더욱눈부시고풍성해진‘황정은의세계’에빠져들게한다.

「파묘破墓」는이순일과둘째딸한세진이이순일의외조부묘를없애기로하고마지막제사를드리기위해강원도철원군으로떠나며시작한다.한세진은그묘가엄마에게는친정일거라고여기며묵묵히성묫길에동행하지만남편인한중언이나장녀인한영진,막내인한만수에게는이해받지못한다.딱한번남편이동행한적이있었는데,절도올리지않고뒤돌아서서처가쪽산소엔벌초도하지않는법이라고잡소리를하는모양새가야속해이순일은남편에게더는동행을권하지않았다.이제는일흔이넘어불편한다리로산을오르내리기가어려워이순일은결국파묘하기로결정한다.마지막절을올리고돌아오는길에이순일이신은양쪽등산화밑창이차례로떨어져나간다.그들은흙바닥에깊이박혀버린밑창두개를그대로남겨두고그곳을떠난다.

「하고싶은말」은고등학교를졸업하자마자취직해가족의생계를책임져온이순일의장녀한영진의이야기이다.판매에능한한영진이담당하는매장은늘매출이높았다.한영진이일을시작한이후로이순일은매일밤늦게퇴근하는한영진을기다렸다가새밥과국을지어딸의저녁밥을준비했다.한영진이결혼을하고두아이를낳은이후에는이순일이두가정의살림을돌보았고,그일의대가로한영진부부는늙은부부의생활비를댔으며엄마의사물들과엄마의짜증을감당한다.어느날한영진은이순일에게서‘누구에게도말한적없는그이야기’를갑작스레듣게되고순간한영진은끔찍해한다.한영진은엄마가자신에게왜그런이야기를했는지궁금해하면서자신도엄마에게‘왜나를당신의밥상앞에붙들어두었는가’묻고싶었지만그걸말할자신이없다.

잘살기
그런데그건대체뭐였을까

이순일은어릴적‘순자’로불렸다.「무명無名」에서이순일은열다섯살에김포에서만난‘동무,이웃,동갑이자동명同名인순자’를떠올린다.1960년여름,이순일은외조부를떠나자신에게공부를가르쳐주겠다고약속한고모를따라김포로가지만,이순일은그곳에도착하자마자고모네살림을맡아일곱아이를돌봐야했다.학교에도못가고외출을단속당해집안에갇혀답답해하는이순일에게옆집에사는순자가물을길으러오며둘은친구가된다.이순일은순자의노트를받아순자의고운글씨를베끼며글을배운다.하지만오랜식모살이에지친이순일은1967년고모네에서도망을나온다.순자의소개로남대문에있는병원에서간호조무일을배우며반년정도일하다고모부의손에이끌려다시고모네로돌아가게되고이순일은순자를원망하게된다.고모네로돌아와보름만에만난순자는아무런변명도하지않고그냥서있었고이순일은그런순자의뺨을때린다.세월이지나한참을잊고살았던,‘생각할수록너무선명해꿈이고거짓인것같은광경들’로기억되는순자를떠올리며‘용서를구할수없는일들이세상엔있다’고이순일은생각한다.

시나리오를쓰는한세진은「다가오는것들」에서북페스티벌에참가하기위해닷새간뉴욕에머문다.그곳에서한세진은노먼카일리의딸인제이미를만나게된다.노먼은이순일의이모인윤부경의아들로,1987년이순일과윤부경이덕수궁돌담길에서처음만났을때윤부경의옆에는노먼카일리가이순일의옆에는한세진이있었다.‘현재와미래로쪼개진두쪽거울에비친상처럼’꼭닮은이모와조카가만나는장면을그들은함께보았다.제이미는미국에서‘안나’라는이름의이민자로살던윤부경의삶과엄마가‘양갈보,양색시’라는말을들으며커야했던노먼의삶에대해들려준다.뉴욕에머무는동안한세진은그의여자친구하미영의말들과미아한센뢰베의영화「다가오는것들」L’avenir(2016)의장면을겹쳐떠올리고병원에있는그에게전화를걸어안부를물으며무사히지나간하루의사소한일상을공유한다.

여기의삶을이어가게하는눈부신문장
영원히기억될,꼭필요한이야기

황정은은네편의연작소설을통해가족,사회,친구,국가등여러관계안에서‘나’를이루고있는세계에대한질문을던진다.그리고그속에서우리가겪은비극과참사,크고작은고통과슬픔을어떻게극복해야하는지,어떻게삶을이어나가야하는지를이순일과두딸,한영진과한세진,한세진과하미영이나누는사소한대화와평범한일상을통해보여준다.“내아이들이잘살기를”“끔찍한일을겪지않고무사히어른이되기를,모두가행복하기를”(138면)빌던이순일의바람은분주하게하루를보내고서로를무심한듯다독이며견뎌내는날들속에어쩌면조금씩이루어지고있는지도모른다.끝내말하지못하는것이있어도,뒤늦게용서받지못해도,사람들을실망시켜도,삶은바쁘게지나간다.“울고실망하고환멸하고분노하면서,다시말해사랑하면서.”(182면)현재를있게하는과거를잊지않고,미래를있게하는현재를만들어가는우리에게『연년세세年年歲歲』는영원히기억될,꼭필요한이야기로남아지금,여기의삶을계속이어가게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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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래도누나,너무엄마가하자는대로하지는마.
그런거아냐.
너무효도하려고무리할필요는없어.
효?
그것은아니라고한세진은답했다.
그것은아니라고한세진은생각했다.할아버지한테이제인사하라고,마지막으로인사하라고권하는엄마의웃는얼굴을보았다면누구라도마음이아팠을거라고,언제나다만그거였다고말하지는않았다.(「파묘」43∼44면)

한영진에게도하고싶은말이있었다.이순일에게묻고싶은오랜질문이.왜나를당신의밥상앞에붙들어두었는가.한영진은그러나그걸말할자신이없었다.그질문을들은이순일의얼굴을볼엄두가나지않았다.대답을기다리는순간을대면할용기가없었다.이순일은이제칠십대였고일생아이들을돌보느라여기저기아픈데가많았다.아마도끝까지,그걸묻는순간은오지않을거라고한영진은생각했다.그런걸물으면엄마는울지도몰랐고한영진은엄마가우는걸보고싶지않았다.(「하고싶은말」83면)

예쁜가정용우물이었지만그것이집안에생긴뒤로이순일은더나가지못했다.반찬거리를사거나고모부부에게점심도시락을전하러시장에갈때말고는외출할일이없었다.하루가매우번잡하면서도고요하게지나갔다.얕은그릇에담긴채양달에놓인물처럼시간이증발해버렸다.세제와파뿌리냄새와물얼룩이밴우물가에서.누가오지않는다.궤짝에담긴조기한뭇에소금을뿌리거나하며이순일은생각했다.내가여기있다는걸아는사람이없다.그러니까누가안와.(「무명」119면)

잘살기.
그런데그건대체뭐였을까,하고이순일은생각했다.나는내아이들이잘살기를바랐다.끔찍한일을겪지않고무사히어른이되기를,모두가행복하기를바랐어.잘모르면서내가그꿈을꾸었다.잘모르면서.(「무명」138면)

그렇게하지않아도삶은지나간다바쁘게.
나탈리는바쁘게.
울고실망하고환멸하고분노하면서,다시말해사랑하면서.(「다가오는것들」18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