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아버지에게 갔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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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익명의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가족의 나이 듦을 비로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소설가 신경숙의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가 출간되었다. 단행본으로는 8년 만이고 장편으로는 11년 만에 출간하는, 작가의 여덟번째 장편소설이다.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매거진 창비’에서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수정·보완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소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라는 한 사람에게 가닿게 되는 과정을 절절하게 그려낸 이야기로, 소설가 신경숙의 작가적 인생을 한 차원 새롭게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래도록 소설을 써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철학, 그리고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를 응축해내면서 가족의 나이 듦을 처음 바라보게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시리고도 찬란하게 펼쳐놓는다.

한편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을 비롯해 41개국에 번역 출판되고 한국 문학작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제작사에 드라마 판권이 판매되기도 하는 등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엄마를 향한 가슴 절절한 이야기로 250만명의 독자를 감동시킨 작가는 이번 신작 장편소설로 정통 가족서사의 귀환을 알리며 아버지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묵직하게 풀어놓는다.
저자

신경숙

인간내면을향한깊은시선,상징과은유가다채롭게박혀빛을발하는문체,정교하고감동적인서사를통해평단과독자의관심을지속적으로받아온한국의대표작가다.1963년1월전라북도정읍에서태어났다.초등학교6학년때야겨우전기가들어올정도의시골에서농부의딸로태어난그녀는열다섯살에서울로올라와구로공단근처에서전기회사에다니며서른일곱가구가다닥다닥붙어사는'닭장집'에서...

목차

1장.너,본지오래다

2장.계속해서밤을걸어갈때

3장.나무궤짝안에서

4장.그에대해서말하기

5장.모든것이끝난그자리에서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삶과인간에대한무르익은통찰
가족을향한연민에서비롯된깊은사유

한국소설에서그간비어있던‘아버지’의자리를여성작가의시각으로새로이써낸이번소설은,엄마가입원하자J시집에홀로남게된아버지를보러가기위해‘나’가5년만에기차에오르며시작된다.눈앞에펼쳐질듯생생한묘사로그려진J시와그안에서평생을살아온아버지의지나온삶이겹쳐지며,순식간에‘나’는아버지의삶속으로빨려들어간다.아버지는한국전쟁트라우마로고통받아왔으며“젊은날에당신의새끼들인우리가음식을먹는걸보면무서웠”지만그것이도리어살아갈힘이되었다고말하는,‘아버지’하면으레떠오르기마련인가부장적인억압과는완전히거리가먼인물이다.‘아버지’인물의생생함은그가가진서사의리얼리티로도드러난다.한국전쟁부터,돈을벌기위해갔던서울에서목도한4·19혁명,자식여섯을대학에보낼수있었던원동력이었던소값이폭락하자그소를타고참여했던80년대소몰이시위까지,그자체로근70년의한국현대사가한인물에게고스란히담겼다.역사를개인의관점에서그려내기도한이번작품은가족의삶을통해한국현대사를관통하며아픈역사속에내던져진인간내면의깊이를보여준다.이외에도또한명의아버지인‘큰오빠’가겪은80~90년대중동이주노동,두아이의아버지가되어이제는치킨두마리도마음놓고시키지못해미안해하는조카등은아버지-아들세대를아우르는다양한가족의모습과여러겹의아버지를생생하게보여준다.
한편‘나’는몇년전사고로딸을잃는상실을겪었다.아버지가수면장애로고통받고있다는사실을가족에게전해들었음에도그동안마음을쓰지않았던‘나’는그뼈아픈상실을계기로비로소아버지의고통과대면하며“아버지를한번도개별적인간으로보지않았다는것”을처음으로깨닫는다.그러면서둘째오빠와엄마,아버지와함께전쟁을겪어낸‘박무릉’등다른인물의목소리를빌려그간소외되어있었던아버지와그를둘러싼가족의삶을다각도로바라보는경험을하게된다.이경험은종내가족의지난시간과,멈춰져있던‘나’의글쓰기를돌아보게하는데,그깨달음은독자로하여금눈앞이시릴만큼절절한고백을목도하게한다.

아버지가니가하고싶어서하는일은잘되느냐고물었을때나는하마터면아버지,나는나자신을잘모르고있었던것같아요,라고할뻔했다.나는하고싶어서쓰는게아니라살고싶어서쓰는것같아요,라고.(…)아버지,나는부서지고깨졌어요.당신말처럼나는별것이나쓰는사람이에요.아무것도아니에요.그런데나는그별것을가지고살아가야만해요.(93면)

존재의근원인가족과글쓰기에대한
성찰과절절한울림

‘나’가이제야아버지를개별적인한명의사람으로바라보게된것은아버지의늙음을마음깊이받아들였기때문이리라.“이제부모의보호자가되는일을두려워하지말자”라고하는소설속큰오빠의말처럼,우리는모두언젠가,혹은조만간부모의보호자가될것이다.그렇게부모의나이듦을온전히받아들일수있을때부모를개별적인한사람으로처음바라보게될지도모른다.저마다의삶이다르듯이아버지와의관계또한같을리없으나,소설속이가족의이야기를읽다보면우리각자의아버지들이불려나오게될것이다.아버지는나의근원이자시작이되,그는어떤삶을살아왔는가,어떻게늙어가는가곱씹어볼기회를얻을것이며궁극적으로는한인간에대한궁구에서시작하여관계와가족에대한반성과이해를얻는독서가될것이다.
체험의진정성문제를깊이파고들어간신경숙의이번신작장편은그렇게‘아버지’의자리를새로쓰게될것이다.그리고이제는이소설을받아든우리가각자의아버지에게가야할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