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13.27
저자

조해진

저자:조해진

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환한숨』,장편소설『한없이멋진꿈에』『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중편소설『완벽한생애』『겨울을지나가다』,짧은소설집『우리에게허락된미래』등을썼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무영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상,김만중문학상,동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로기완을만났다

새로쓴작가의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삶의이유를찾아가는숭고한발걸음
혈혈단신으로벨기에에밀입국한탈북인‘로기완’의행적을추적하며타인에대한공감과애정을탁월한솜씨로그려낸『로기완을만났다』는조해진문학의중요한분기점이되는작품이다.작품활동초반부터현재까지꾸준하게조해진은현실적인고난을겪는인물들과황량한내면의밑바닥을차분히응시해왔으나,‘로기완’을만나기이전작품의인물들은위기에당면해현실을회피하거나자신안으로숨는결정을내리곤했다.하지만작가적고민이한층넓고깊어진『로기완을만났다』에서그들은새로운희망을만난다.“인물들이어느순간진실을응시하면서타인들과연대하려고하고,희미하나마희망을찾으려”하게된것이다.작가에게“살아있다는감각을찾으려고하고다른사람과연대하려고하는게오히려더큰용기이고더문학적일수있다”(『세계일보』)는깨달음을주며사고의전환점이된작품.“저에게세상을이전보다넓게볼수있게해준시야와연대와사랑에까지닿는공감과증여의의미를알게해주었으며끝내살고싶다는마음을품게한이소설이누군가를만나그삶에서새롭게태어나길희망해봅니다”(새로쓴작가의말)라는소망을담은작품.『로기완을만났다』리마스터판을통해이제더많은독자들이진심어린공감과연대에동참하고,삭막한일상속에서자주잃어버리고마는‘삶의이유’를찾는여정에오를차례다.

“처음에그는,그저이니셜L에지나지않았다”
가장비밀스러운존재를만나기위한경이로운여정
이니셜L,‘로기완’은함경북도온성군세선리제7작업반에서태어나자랐고생존을위해홀로이역만리벨기에로밀입국한스무살청년이다.함께북한국경을넘은어머니가중국에서비극적으로세상을떠난뒤그는자신이살아남는것이어머니의마지막소원이었음을알고,어머니의시신을팔아마련한돈650유로를목숨처럼품에안고브뤼셀에온다.그러나생존을위해당도한낯선타국에서조국과언어를잃은그는견디기힘든가난과멸시를감내해야하는운명에처한다.
소설은로기완이아닌화자‘나’를통해서술된다.‘나’는불우한이웃들의사연을다큐로만들어실시간ARS를통해후원을받는방송프로그램의작가이다.‘나’는부모를여의고반지하방에서뺨에커다란혹을단채힘겹게살아가는출연자‘윤주’의후원금을늘리기위해윤주의방송날짜를추석연휴로미룬다.그러나이선의의결정으로수술날짜가미뤄진사이윤주의혹이악성종양으로바뀌는최악의사태가벌어진다.자신의연민때문에윤주가깊은절망의나락으로떨어지게되었다는사실에‘나’는너무나큰죄책감에휩싸이고그길로윤주에게서등을돌린다.현실과마주할용기를잃어버린‘나’는우연히읽게된시사잡지에서탈북자로기완의이야기를접하고무작정벨기에로떠난다.그곳에서‘나’는,로기완이자신의행적을기록한일기를구해그의자취를되밟아나간다.로기완에대한글을씀으로써잃어버린삶에의이유를찾기위해,혹은글을쓰는것이진정어떤의미가있을지를다시모색하기위해.요컨대이소설은로기완의‘고난의행군’에대한절절한기록인동시에작가로서의삶을근본적으로고민하는‘나’의구도의과정이기도한것이다.

연민과유대가빚어내는가슴벅찬희망의이야기
다른사람에게커다란절망을안기고현실에서도망치려는‘나’,어떠한보호와책임으로부터배제된채생존의기로에선로기완,어린나이에끝없이상처를입어야했던윤주,그리고숨겨진과거로평생고통받아온‘박’까지,『로기완을만났다』의등장인물들은모두저마다의아픔과절망으로힘겹게살아간다.서로다른나이와직업,환경을가진이들이공통적으로안고있는애달픈이야기들을통해작가는이세계에서하나의어엿한주체로인간답게살아가는것이얼마나어렵고위태로운일인지를보여준다.그러나이들은고통에매몰되지만은않는다.‘나’는얼굴한번보지못한로기완의일기를통해타인을연민하는법을체득해가고,로기완은나이와인종의벽을넘은‘박’과‘라이카’와의유대를통해삶의의욕을되찾는다.‘나’와‘박’이서로를거울삼아서서히마음의상처를회복해가고,윤주와‘나’가수천킬로미터떨어진거리에서다시균열을메워나가는과정역시끈기있게그려진다.이렇듯『로기완을만났다』는삶의근원적인슬픔을말하는동시에연민과유대를통한희망을함께역설한다.저마다의결핍과갈등이현실과괴리되지않은진지한사유속에서회복되어가는과정은삶의남루한기슭에머무르는이들모두에게묵묵한위로를선물한다.

풍부한상상력과사려깊은문장으로쓰인『로기완을만났다』를읽으며우리는누군가의아픔에예민하게감응하고,아픔의사연을샅샅이들여다보며그를돌보는것,즉문학의이유를마주하게된다.작품속누군가의삶이나자신의삶으로전이되고,끝내는그를가슴깊이이해하게된다.타인을완벽하게이해하는일이불가능하단사실은문제가되지않는다.『로기완을만났다』는오히려그불가능과타협하고손쉽게연민하려는나약한마음을끊임없이다그치고몰아세운다.순도높은공감과연민에이르기까지,타인이라는완고한벽에계속해서부딪치고깨지면서그한계와환멸까지끌어안고한발짝이라도더타인에게가닿으려는진심을전한다.그리하여“결코타인을이해할수없다는사실을통해역설적으로자신의삶을이해하는”(김연수,추천사)마법같은일이벌어진다.초판이나온후13년이지난지금시점에도이마법은여전히필요하다.삶의애환은점점다양하고깊어지는반면타인의고통을대하는우리의감수성은쉽게무뎌지곤하는까닭이다.내주변을살피는예리한시선과상처를돌보는따스한손길로가득한이작품은그래서오랫동안유효했으며오래도록유효할것이다.

책속에서

방수포에싸인650유로.그장면을상상하자묵직한통증이가슴속에내려앉으면서숙박계에이름을적던손길이멈칫한다.로의일기를정독하면서딱한번독서가중단된것도일기후반부에적혀있던,방수포에싸인그돈이의미하는바를알게되었을때였다.나를이곳으로이끈시사잡지의문장역시바로그장면에서비롯되었다.-41쪽

이토록풍요로운세계저편에믿을수없을만큼가난하고기근에허덕이는거대한공동체가분명하나의국가로존재한다는것이로는믿어지지않았다.그리고그누구도아닌바로자신이그세계로부터왔다는사실은더더욱믿을수없었다.아무도반겨주지않는머나먼연회장을초대장도없이찾아온이상한방문객이된것처럼,고향을떠올린그순간로는스스로가이유없이부끄러워졌다.-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