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리마스터판)

트렁크 (리마스터판)

$17.00
Description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원작소설
품격 있는 파격, 모두를 사로잡은 로맨스 스릴러!
“이제는 배우자도 임대하는 세상이 됐구나.”
사랑과 폭력이 맞닿아 있는 그곳에서
김려령이 드러낸 결혼과 사랑의 맨얼굴

개성 넘치는 문체와 폭 넓은 사유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기저에 가닿는 깊이 있는 서사를 구축해온 김려령의 장편소설 『트렁크』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트렁크』는 미국 영국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언어로 번역 수출되었고,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활력’ ‘비범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려령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강한 흡인력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트렁크』는 ‘배우자 임대 서비스’라는 도발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김려령은 생동감 넘치는 대화와 질주하듯 뻗어나가는 문장으로 ‘기간제 아내’인 주인공의 결혼생활을 생생하게 그리며 사랑과 결혼, 인간관계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 삶을 옥죄는 사회의 ‘정상성’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파격적인 로맨스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식 전개는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제도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폭력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세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새롭게 발간되는 리마스터판에서는 이처럼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에 질문하고 완고한 정답에 균열을 내는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표현과 대화를 한층 정교하고 다부지게 다듬었다. 아울러 인물들 간의 비밀스러운 서사가 더욱 탄력을 받게끔 섬세한 맥락을 추가해 새단장을 마쳤다.

저자

김려령

저자:김려령
김려령(金呂玲)은2007년『완득이』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우아한거짓말』『가시고백』『너를봤어』『트렁크』『일주일』『모두의연수』,소설집『샹들리에』『기술자들』등을썼다.

목차

트렁크

새로쓴작가의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서른살,다섯개의결혼반지
‘이번결혼에도사랑은하지않았습니다’

올해스물아홉살의주인공‘인지’는결혼정보업체웨딩라이프의비밀자회사인NM(newmarriage)VIP팀에서입사육년차차장으로일하고있다.다른부서의직원들이미혼남녀의결혼을연결하는일을하는것과달리인지는직접VIP회원의기간제부인인FW(fieldwife)가되어주는업무를맡고있다.대학졸업후출판사면접에서떨어진날우연히만난사람에게입사제의를받았을때만해도인지는NM에대해강한거부감을느꼈다.하지만대학시절,사랑하는사람이동성애자였다는이유로멸시와천대를받게하고결국떠나게만든어머니에대한반감과취업의어려움으로망명하듯NM에입사한다.

네번째결혼을마친인지는전남편으로부터재결합신청을받고다섯번째결혼생활을시작한다.종전의결혼생활에비해순탄한일상을보내고있는인지앞에‘엄태성’이라는남자가등장한다.절친한친구인‘시정’의부탁으로휴가기간중한번소개팅을가졌을뿐인데,엄태성은자신을단칼에거절한인지에대해집착에가까운호기심을품고스토킹을시작한다.NM보안팀은인지가계약남편과함께사는집까지집요하게찾아온엄태성을제압한뒤인지몰래격리시킨다.이후그의행방이궁금해진인지는남편의도움을받아불법으로납치되어학대받고있던그를풀어주는데……

폭력과부조리로가득한삶
그럼에도사랑은멈추지않는다

『트렁크』는결혼을비롯한우리사회의여러관습에대해끊임없이질문하고의심해온김려령문학의중요한성취다.작품은결혼과사랑의현실을들여다보며그형식과내용을꼬집고비틀고속살을들춰낸다.계약결혼,성소수자등의소재를전면에내세워사회적규범의이면을바라보면서관습이얼마나고루한것인지증명한다.규범을전복하려는이러한시선을‘비딱하다’고말할수도있겠다.하지만비딱한시선은이미비딱해진세계를바르게바라볼수있는방법론이되기도한다.

실제로청년들이연애,결혼,출산을포기하는시대를살아가는우리모두는삶과사랑에‘보편’의잣대를들이미는것이얼마나야만적인올가미가되는지잘알고있다.인과로는설명되지않는,횡액과도같은인물엄태성은그러한세계의폭력성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비단엄태성뿐아니라주인공인지를둘러싼위태로운상황과사연많은인물들은폭력의문제를또렷이형상화한다.타인의삶에무책임한호기심을갖고개입하는것자체가거대한폭력이될수있음을,나아가사랑이라는명목으로타인의삶에간섭하고영향력을끼치려는욕망이결국삶을그르치는결정적인계기가될수있음을보여준다.이것이‘사랑’의어두운이면인것이다.그럼에도김려령은“이런사랑,모두꺼내어볕에널고싶다”고말한다.응달진마음한구석에서도한송이꽃처럼피어날사랑을응원한다.결국다시사랑에서툰사람들이살고있는이세계를끌어안으며연민한다.멈추려해도멈춰지지않는사랑처럼.

작품속트렁크는많은것을상징한다.파란만장한다섯번의결혼생활을거쳐온누군가의청춘그자체이기도하고,무언가로부터벗어나기위한극단의도피처이기도하며,또원하지않는현실에안주하려던나약한마음이기도하다.하지만마지막순간김려령의트렁크안에담긴것은보편이라는얄팍한범주에속박되고싶지않다는자유로운결단과예리한통찰,무엇보다도포근한사랑이다.우리모두의마음속에도자신의청춘을담은트렁크하나쯤있을것이다.김려령은묻는다.당신의트렁크엔무엇이들어있습니까.당신은행복합니까.당신은어떤선택을하겠습니까.당신의트렁크의견고한자물쇠를풀어줄작품으로,통념을거스르는신선하고통쾌한작품으로김려령의『트렁크』를지금독자들에게자신있게소개하는이유다.

새로쓴작가의말

개정판을준비하면서보관해두었던초판본을꺼내읽었습니다.2015년.꼭9년전이었습니다.마치9년전에담근장의항아리뚜껑을여는기분이었습니다.표현이적절한지는모르겠으나어쩐지글이익은듯한느낌때문이었습니다.그때의저는풋풋한패기로소설을써서책에담았습니다.여전히그럴것이라짐작하고첫장을펼쳤는데,9년숙성된『트렁크』는그때의풋풋함과는다른농도의결과맛을냈습니다.이렇듯소설의맛이새로워진건그간세월의풍속을거치면서공감과해석이달라졌기때문이겠지요.신간은새작품을내는것이라면,개정판은숙성된작품을내는것이라하겠습니다.같은작품을발표함에도떨림이다른이유입니다.모쪼록독자분들게읽는맛이좋은소설이었으면합니다
2024년가을
김려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