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과 입자

숨과 입자

$16.00
Description
“나는 진정한 연결을 원해.
내가 진짜로 누구이고 네가 진짜로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소설이 다다를 수 있는 지고지순한 깨달음
아득히 먼 곳의 ‘너’에게 닿을 ‘나’의 진심
“집요함과 대범함이 느껴”지는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은희경), 작품의 “전언과 감정을 훼손 없이 소중히 보관”(신형철)하고 싶어진다 등의 찬사를 받으며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 데뷔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황여정의 세번째 장편소설 『숨과 입자』가 출간되었다. 황여정은 역사적ㆍ사회적 문제를 예리한 눈매로 주시하며 비극으로 빚어지는 관계의 균열과 애틋한 정서를 아름답게 엮은 작품들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에 더해 일상적 개념에 변성을 일으키는 탄탄한 문장들로 삶의 진정성을 회복해가는 특별한 감동을 쌓아올렸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 즉 삶의 본질을 잊은 채 살아가던 인물들이 생의 변곡점이 되어줄 인물과 맞닿아 이전까지와 다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과정이 인식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힌다. ‘나’의 이야기가 마침내 모두와 연결되는 정교한 서사는 가슴속 깊이 따스하게 스며들며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내면은 텅 비었지만 남들 보기에 세련되고 산뜻한 ‘퍼스널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일상을 벗어나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이수’,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지쳐가다가 간절하게 닿고 싶은 존재를 깨닫게 되는 ‘이영’.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황여정은 삶과 개인, 연결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들의 삶 곳곳에서 이 찬란한 깨달음의 여정을 매개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서로가 견고하게 얽히며 감동의 영역을 넓힌다. “때로 타인을 통해 자신의 본질에 가닿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토록 잘 보여준 소설이 있을까.”(전성태, 추천사) 신중한 문체와 진중한 문제의식, 연결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빈틈없이 엮어내는 섬세한 구성을 통해 우리는 머나먼 타인이라는 존재에, 흐릿하던 인생의 진면목에 한껏 가까워진다.
저자

황여정

저자:황여정
소설가황여정(黃麗汀)은2017년『알제리의유령들』로문학동네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내이름을불러줘』,월급사실주의동인의앤솔러지『귀하의노고에감사드립니다』등이있다.

목차

제1부궁극의단위
제2부믿음의형식
제3부개인의탄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모습은어쩐지그사람의전부를말해주는듯했지.”
순도높은진실을찾아가는지극한여정

쉼없이유행을좇으며일에파묻혀살던광고디자이너이수는어느날회사에서엘리베이터에갇히는사고를겪고지독한번아웃증상에시달린다.‘발전적’이라고생각해온지난삶이사실은자신에게전혀충족감을주지못했다는사실을깨닫고이수는갈피를잡지못하는데,그러던중동생이영의권유로가게된포르투갈여행에서인생을송두리째바꿀특별한경험을한다.우연히만난아드리아나에게요가를배우며표리부동한삶에서‘철수’하기로결심한것이다.이수가요가의호흡에집중하며내면의환희를목도하는장면은경이로운감동이책장을넘어손끝에생생하게전해질정도로아름답고환상적이다.이수는그렇게이전까지의수동적인삶에작별을고하고새로운도전에뛰어든다.1부에서전개되는이수와아드리아나의이야기는삶그자체라고할수있을‘숨’에대한열망을일깨우며영혼의강렬하고궁극적인‘연결’로묘사된다.

이러한연결의개념은2부에서동생이영의종교적사유와함께더멀리뻗어나간다.여기서는‘길병소’라는인물이고뇌를함께한다.영화감독데뷔를준비중인길병소는종교적믿음에대한다큐멘터리를제작하기위해이영이일하는기도원에찾아와이영에게인터뷰를요청한다.길병소와대화하며이영은자신이무엇을위해기도하는지곰곰고민한다.특성화고를다니다가현장실습을나간공장에서산업재해로죽은친구승아.이영은분명오래전떠나보낸승아에게닿고싶어교회를다니기시작했다.이영이진정원하는것은교회라는믿음의형식이아니라신에게,승아에게닿고싶은지극한마음이라는깨달음이세차게밀려와긴파장을남긴다.길병소는이영에게,이영은승아에게닿으며그렇게또연결이발생한다.

“나는살아있는사람이아니라살아남은사람이다.”
너와나,현재와과거,삶과죽음…경계를허물며확장되는사유

『숨과입자』에서는껍데기만요란할뿐내면은앙상하게마른사회의문제를직접적으로다룬다.직업계고,실업계고,전문계고,특성화고,산학일체형도제학교…이름만은진화를거듭해왔지만승아의사고와같은심각한제도적문제점을여전히안고있는한국특성화고현실이대표적이다.신앙의영역도예외가아니다.믿음의형식에종속되어믿음의본성을잊는세태가선연하게묘사된다.이수의서사또한본말이전도된현대사회의초상을단적으로보여준다.스스로를혹사시키며일하고그럴싸한겉모습을연출하는삶은이수의숨통을조인다.아드리아나와요가를만나이런껍데기를벗고비로소편히숨쉬는이수를보며우린깨닫는다.우리에게필요한건SNS게시물처럼완벽하게연출된외양이아니라고.자신의진심을깨닫고그럼으로써타인과,세계와연결되는경이야말로살아있다는감각이라고.그렇게삶의불순물들이날숨으로날아가고본래의나를이루는것들이들숨으로채워진다.

과거와현재,이곳과저곳,겉과속을가로지르는이야기는마침내삶과죽음을거론하며애도를다룬다.작중인물들이누군가를애도하는방법은각자다르다.하지만방법이야어떻든애도하는마음,간절한기원에본질이있다.그렇기에개인각자는궁극적으로애도를통해연결되고확장된다.우리가죽음으로부터‘살아있는’것이아니라‘살아남았’다는사실을깨닫는순간,현장에있었단이유로죽은승아와현장에없었단이유로살아남은나의경계는순식간에사라지는것이다.무수한죽음과사회적참사를상기시키며황여정은모든죽음에모든삶이아주조금씩이라도연루되어있다는감각,그렇기에누군가에게닿고자하는노력을멈추지말아야한다는너른인식으로우리를이끈다.

“나는누구일까.나를이루고있는것들중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나의의지이고나이외의사람들의의지일까.당신은누구일까.한사람을이해한다는것은어떤일일까.개인이란무엇일까.그의미는어디까지확장될수있을까.”(작가의말)『숨과입자』는이처럼명확히답을내릴수없는질문들에서출발한다.질문에답하기위해황여정은사람과사람,삶과죽음,시간과공간,진실과거짓의경계를넘나들며그관계를파고든다.끝끝내명확한답을찾을수없고답이존재한다는확신마저스러질지언정방황의걸음걸음까지살뜰히살피며다시나아간다.독자에게닿으며완성되는것이소설이라면,『숨과입자』는그어떤작품보다독자들과가까이맞닿으며무한히확장되는작품일것이다.

저자의말

나는뭘까.최초의질문은그것이었다.
열여덟살때였다.야간자율학습시간에몰래교실을빠져나와등나무벤치에앉아어둠에잠긴운동장을하염없이바라보던날이있었다.아니,내가바라본건운동장이아니라어둠이었다.정확히는어둠의끝을.어둠이끝나는지점같은걸상상했던것같다.그러다문득그렇게물었다.나는뭘까.
외부세계의일들에압도되어내가무엇을겪고있는지조차이해하기어려웠던성장기의혼란은그물음으로귀결되었고,이후그것은여러가지형태로변형되었다.
나는누구일까.나를이루고있는것들중어디서부터어디까지가나의의지이고나이외의사람들의의지일까.당신은누구일까.한사람을이해한다는것은어떤일일까.개인이란무엇일까.그의미는어디까지확장될수있을까.
혼란의내용은달라졌고물음의형태는계속변하고있지만,나는여전히묻고있기에그모든물음을품고이소설을썼다.다쓰고나니그물음이가닿고싶어하는곳이어디였는지어렴풋이느낄수있었다.내가가닿은곳에다른이들도와닿아주면좋겠다.그보다기쁜일은없을것이다.
2024년가을
황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