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큰글자도서) (황정은 에세이)

작은 일기(큰글자도서) (황정은 에세이)

$33.00
Description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문장이다

계엄과 탄핵, 슬픔과 분노, 다정함과 고마움
따뜻한 빛처럼 위로가 되는 황정은의 작고 단단한 기록들
정제된 문장과 깊은 감각으로 우리 시대를 응시해온 소설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문장을 쓰는 황정은이 에세이 『작은 일기』로 돌아왔다. 『百의 그림자』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등으로 깊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문장을 아껴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좀처럼 에세이를 쓰지 않지만, 모두가 말을 잃고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에는 누구보다 먼저 진솔하고도 단단한 목소리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전작 『일기日記』(창비 2021)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에세이집은,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를 배경으로 삼는다. 요동치는 격랑의 시간 속에서 작가는 매일의 삶을 일기로 기록하며 광장과 집 안, 거리와 책상 앞을 쉼 없이 오갔다. 이 책은 우리 가장 어두운 날들을 견디며 지켜낸 생활과 사유, 그 가운데 가만히 솟아오른 깊은 마음을 담아낸 ‘생활의 기록’이자 ‘시대의 문장’이다.
저자

황정은

黃貞殷
2005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일곱시삼십이분코끼리열차』『파씨의입문』『아무도아닌』,장편소설『百의그림자』『계속해보겠습니다』,연작소설집『디디의우산』『연년세세』,에세이집『일기日記』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대산문학상,김유정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5·18문학상,만해문학상,김만중문학상,젊은작가상,젊은작가상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그밤에
너무고마운사람
만세,하고부르면
물떨어지는소리에
입에서나오는말
알아보고눈치채는마음
세상의모든아침

후기

출판사 서평

“놀라운사람이이렇게많다”
사회적격랑과사적인일상안에서도피어나는따뜻함

12월3일,갑작스레발표된계엄령.그와동시에거리로쏟아진사람들의분노와외침속에서작가의일기는시작된다.집회현장의매서운추위와고립감을견디며,불확실한시간속에서도다시집으로돌아와작품을쓰고동거인을기다리는마음.『작은일기』는그렇게사회적격랑과아주사적인일상이뒤섞인하루하루를기록한다.책의첫장「그밤에」는불안과긴장탓에무너져내린일상을다룬다.황정은은거리로나가탄핵을외치는시민들과함께한다.그러나광장은언제나안전한연대의공간만은아니었으며,분노한집단안에서소수가침묵을강요받기도한다.작가는타인의말에귀기울이지않는‘정상성’의폭력을목격하고,그안에서느낀소외와불편함을외면하지않는다.자매들과의따뜻한연대,그리고광장의변화하는얼굴에서작가는서로를지키기위한책임감을다시새긴다.세상이무너지는와중에도쓰고말하며,“또가죠뭐”라는말로삶을버틴다.「너무고마운사람」에는계엄해제이후에도해소되지않는분노가담겨있다.말할수록가벼워지는현실,말해도소용없다고느끼게되는순간들속에서,사람들사이감정의골이깊어진다.그러나광장에서는여러주체가어우러진새로운연대가태동하고,남태령에서밤을지새운사람들과그들을지지하는마음들이세상을바꾸기시작한다.십대,이십대,삼십대여성이주축이된광장은이전과는다른정치적감수성과민감함으로빠르게진화하고있다.작가는이격변의시간을끝까지기록하며,“놀라운사람이이렇게많다”는사실을깨닫는다.「만세,하고부르면」에서는쏟아지는뉴스에소모되는감정과깊은피로가절절하게느껴진다.이는계엄이후대다수국민이경험한피로감이기도하다.탄핵이후에도체포되지않는권력자와,이를지지하거나방조하는세력들의‘악의평범함’앞에서삶의감각은날로무뎌진다.그러나‘키세스단’으로대표되는시민들의밤샘연대는여전히깊고놀랍고고맙다.동시에극우세력의증오와폭력이노골적으로분출되는현실은작가에게더욱내밀하고개인적인폭력처럼다가온다.그럼에도작가는매일원고를쓰고,“가장빛나는것”을들고다시일어서려애쓴다.

“내가이세계를깊이사랑한다”
말할수없어쓰고,울수없어기록한시간들

1월중순어느새벽,작가는「물떨어지는소리에」잠에서깬다.공수처가윤석열을내란혐의로체포했지만,서부지법습격사태가벌어져불안과무력감은깊어졌다.계속되는사건과뉴스를접하며,사회가‘상식과헌법의오염’으로망가져간다는자각에호흡곤란까지겪으며내면도흔들린다.헌법재판소에서윤석열탄핵심리가이어졌지만,그는초법적이고불합리한절차로풀려나버린다.사회적으로도개인적으로도혼돈은극에달했다.식물을돌보고좋은책들을읽으며,아름다움과평온을찾고자노력해보지만여전히마음속의혼란은가라앉지않는다.「입에서나오는말」은안정과회복에관한이야기다.사회적상황은혼탁하지만,작가는몸과마음을돌보며삶을붙든다.필라테스수업에서‘제대로눕는법’과‘호흡하는법’을배우는동거인을통해스스로의몸에대해생각해보는장면은특히인상적이다.반복되는산불과싱크홀사고,그리고탄핵정국의지체는작가의심신을지치게하지만,그속에서도‘나무보러가고싶다’는갈망처럼삶을향한다정한시선이군데군데드러난다.그리고우리모두는서로를다정하게바라보는목격자가되어야한다고말한다.「알아보고눈치채는마음」에서는헌재의탄핵선고를앞둔긴장감이고스란히전해진다.작가는이웃과의작은연대,광장에서마주한다정한순간들에감응하며버텨낸다.광장한복판의방석과추로스,팔뚝질과노란깃발같은구체적인장면들이그에게‘냉소할수없는사람들’을떠올리게하고,끝내함께살아가는세계에대한애정을되새기게한다.독서중인문장들에기대어작가는존중,가능성,조용한감응을붙잡는다.탄핵심판선고일이발표된날,뜨거운환호에호응하며“이제뭐가되든써야지”라고다짐해보기도한다.세상을향한감정은매순간요동치지만작가는끝내말한다.“내가이세계를깊이사랑한다”라고.이고백은가능성을향해밀고나가는글쓰기의다른이름이기도하다.에필로그에해당하는장「세상의모든아침」은대통령탄핵이후를다룬다.4월16일세월호참사기억식을다녀온작가는11년전의고통과지금의무력함이겹쳐지는시간을지나며,목격의책임과두려움을마주한다.팽목항에끝내가지못한자신을돌아보며,작가는관찰자의시선과글쓰기의윤리에대해고민한다.여전히광장에서이어지는연대와기억,슬쩍서로를알아보는시민들의다정한감각이야말로살아갈수있다는믿음의근거가된다.

이책은특정한사건을작가의시각에서다룬인상적인정치적논평이기도하지만거기에그치지않는다.혼란과상실,그리고그안에서도계속되는삶의감각에관한기록이다.또한2024년겨울의광장에서,2025년봄의부엌에서,매일을견뎌낸사람들의얼굴을기억하려는하나의시도다.드물게에세이를발표해온작가인만큼이번책은독자들에게더욱특별한감응을남긴다.사회적현실을정제된언어로사유하며,한사람의일상으로부터시작된기록이어떻게모두의감정에가닿는지를보여준다.『작은일기』는울분의시대를건너온한작가의조용하지만단단한가장문학적인응답이다.이책은우리가함께기억해야할그날들의감정,그리고앞으로살아갈날들에대한다짐이다.
부디이책이각자의‘작은일기’로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