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15.00
Description
비극적 기품이 담긴 일곱 편의 단편
장편소설 《토우의 집》으로 제18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여선의 다섯 번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겨울까지 발표한 일곱편의 단편소설을 엮었다.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 기품을 담은 이번 소설집은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려낸다.

수록된 작품들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습관적으로 혹은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신다. 아이를 빼앗기고 술을 마시다 알코올중독이 되어버린 《봄밤》의 영경은 술에 취한 채 김수영의 시를 큰 소리로 외우고, 《역광》에는 식사 후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로서 불안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신예소설가 ‘그녀’가 등장한다.

이처럼 바닥을 맞닥뜨린 자의 절망을 고통스럽게 보여주며 취기 어린 인물의 행동을 복기해내는 권여선의 언어는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주정뱅이’의 아슬아슬한 내면을 서늘하게 포착한다. 인생이 던지는 지독한 농담이 인간을 벼랑 끝까지 밀어뜨릴 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세한 균열로도 생은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권여선은 그럼에도 그 비극을 견뎌내는 자들의 숭고함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한국문학의 특출한 성취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권여선의 이번 소설집은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리고 있다. 인간은 그 누구라도 벼락처럼 떨어지는 불행에 대비할 수 없다. 인생에는 누구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 산재한다. 그래서 어떤 비극은 마치 인생이 던지는 악의적인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비극을 견디는 자들이 전하는 위로는, 마치 “안녕 주정뱅이” 하고 담담한 듯 건네는 쓸쓸한 인사처럼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저자

권여선

1965년경북안동출생.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인하대대학원에서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6년장편소설『푸르른틈새』로제2회상상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솔직하고거침없는목소리로자신의상처와일상의균열을해부하는개성있는작품세계로주목받고있다.2007년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2008년도제32회이상문학상수상작인'사랑을믿다'는남녀의사랑에대...

목차

목차
봄밤/삼인행/이모/카메라/역광/실내화한켤레/층/해설│신형철/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인생이던지는잔혹한농담,
그비극을견디는자들이그리는아름다운생의무늬
2007년제15회오영수문학상,2008년제32회이상문학상,2012년제44회한국일보문학상,그리고2014년“작품을만들어내는솜씨가장인의경지”에올랐다는상찬을받으며장편소설『토우의집』으로제18회동리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권여선이다섯번째소설집『안녕주정뱅이』를선보인다.2013년여름부터2015년겨울까지바지런히발표한일곱편의단편소설을묶었다.
한국문학의특출한성취로굳건히자리매김한권여선의이번...
인생이던지는잔혹한농담,
그비극을견디는자들이그리는아름다운생의무늬
2007년제15회오영수문학상,2008년제32회이상문학상,2012년제44회한국일보문학상,그리고2014년“작품을만들어내는솜씨가장인의경지”에올랐다는상찬을받으며장편소설『토우의집』으로제18회동리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권여선이다섯번째소설집『안녕주정뱅이』를선보인다.2013년여름부터2015년겨울까지바지런히발표한일곱편의단편소설을묶었다.
한국문학의특출한성취로굳건히자리매김한권여선의이번소설집은이해되지않는,그러면서도쉽사리잊히지않는지난삶의불가해한장면을잡아채는선명하고도서늘한문장으로삶의비의를그려낸다.인생이던지는지독한농담이인간을벼랑끝까지밀어뜨릴때,인간은어떠한방식으로그불행을견뎌낼수있을까.미세한균열로도생은완전히부서질수있다는것을보여주는데탁월한감각을발휘해온권여선은그럼에도그비극을견뎌내는자들의숭고함을가슴먹먹하게그려낸다.
인생이농담을하면인간은병들거나술을마신다…
지독한생에거꾸러진주정뱅이에게건네는쓸쓸한인사
“산다는게참끔찍하다.그렇지않니?”(8면)라는문장으로시작하는소설「봄밤」에는아무것도가진게없는두남녀가등장한다.스무살에쇳일을시작해서른셋에일으킨사업으로제법돈을벌지만곧부도를맞아아내에게버림받고서른아홉에신용불량자가돼노숙생활까지하게된수환,교사생활을하다결혼하지만곧이혼하고아들을빼앗긴뒤부터술을마시기시작한영경.술때문에생활이마비돼직장도그만둘수밖에없었던영경앞에수환이나타났을때,영경은그순간을이렇게회상한다.
그가조용히등을내밀어그녀를업었을때그녀는취한와중에도자신에게돌아올행운의몫이아직남아있었다는사실에놀라고의아해했다.(28면)
더한불행이있을까싶은그들에게치명적인병까지찾아오고,오로지서로에게서로만남은상태로그들은죽음앞에예정된이별과가차없는삶을사랑의형식으로견뎌낸다.
인생에결코지지않은인물은「이모」에도등장한다.안산외곽의오래된소형아파트에서혼자살고있는‘이모’의집에는텔레비전도컴퓨터도휴대전화도없다.착취했다고밖에는말할수없는가족곁을완전히떠나기전5년간악착같이모은1억5천만원에서1억은아파트보증금으로,남은5천만원으로는그돈이떨어질때까지아무일도하지않고살겠다결심한‘이모’가췌장암으로죽기전까지살아간2년의삶은이런것이다.
간단히아침을만들어먹고씻고열시쯤가방을메고도서관에간다.필기도구와지갑,열쇠가든가방에보리차를담은물병을챙긴다.(…)도서관에가면일단서가에서책을고르고자리에앉아하루종일그책만읽는게그녀의방식이었다.(…)오후두시쯤집에돌아와점심을만들어먹고다시도서관에가서문을닫는여섯시까지책을읽는다.책을다못읽으면대출해가지고와서저녁을만들어먹고잠들기전까지마저읽는다.(83~84면)
‘이모’가처음부터이렇듯고독하고도자유로운삶을누렸던것은아니었다.“그날은시작부터이상한날이었다”(90면)는말을기점으로이모는인생을바꿔놓은겨울밤의한장면에대해말한다.‘이모’가풀어놓는이야기는눈앞에드리워진장막을슬쩍들추고그안을들여다보는듯한,단편소설만이보여줄수있는어떤찰나의진실을예민한관찰자의언어로생생하게보여준다.
관찰자적면모는세사람의짧은여행을다룬「삼인행」에서도잘드러난다.‘규’와‘주란’부부의하룻밤이별여행에친구‘훈’이가세하며시작되는이소설은그들이맞닥뜨리는에피소드와일견무의미해보이는세사람의언쟁을고스란히중계한다.맛있는밥을먹는것만이지상목표라는듯먼길을돌고돌며끝을유예하는듯한그들여행을초점화자‘훈’을통해들여다보게되는데그시선을따라가다보면이소설이보여주는진실의얼굴을슬쩍맞닥뜨릴수있다.
권여선은또한신경증자를그려내는데도탁월한솜씨를발휘한다.「역광」에는식사후커피잔에소주를부어마시는,알코올중독자로서불안장애를갖고있을것으로짐작되는신예소설가‘그녀’가등장한다.이야기를끌고오던인물과사건이모두애초없었던일이라는듯소설은끝을맺는데,이작품에등장하는주요인물의이름(‘위현僞現’)처럼‘모든것이거짓으로나타났을뿐’이라는듯이소설의결말은‘그녀’의불안정한내면을보여준다.
이책에는술마시는장면이자주등장한다.이유는제각각이지만그들은습관적으로혹은무언가를견디기위해술을마신다.아이를빼앗기고술을마시다알코올중독이되어버린「봄밤」의영경이술에취한채김수영의시를큰소리로외는장면은그중단연압권이다.바닥을맞닥뜨린자의절망을고통스럽게보여주며취기어린인물의행동을복기해내는권여선의언어는곧허물어질것같은‘주정뱅이’의아슬아슬한내면을서늘하게포착한다.
권여선소설만이보여줄수있는비극적기품
「카메라」에는우연이라고밖에는말할수없는비극이등장한다.‘문정’은연인과사소하게다투고헤어진이후그(‘관주’)와연락이끊어져당연히연애가끝났다고받아들인채2년을살았다.오랜만에만나게된그의누나(‘관희’)를통해전모를알게되지만문정과관주,관희를둘러싼그불행은부당하게느껴진다해도누구를탓할수조차없는우연한사고일뿐이다.
인간은그누구라도벼락처럼떨어지는불행에대비할수없다.인생에는누구의탓이라고책임을전가할수조차없는비극이산재한다.그래서어떤비극은마치인생이던지는악의적인농담처럼느껴지기도하는것이다.「층」에는“이게,내탓은아니잖아요?”(224면)라고묻는인물이등장한다.그물음에대구를이루듯이작품은“내가무슨도움이되겠어요?”(242면)라는말로끝을맺지만소설은,그리고문학은분명도움이된다.모든것을잃은이들은서로를위로할수있다.마치「봄밤」의영경과수환처럼.이책에등장하는인물들이“그렇게꽉쥐지말아요,문정씨.놓아야살수있어요.”(135면)라는말로상대를위로할때,그위로는이소설을펼치는우리에게도건네진다.마치“안녕주정뱅이”하고담담한듯건네는쓸쓸한인사처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