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빛 (백수린 소설집)

참담한 빛 (백수린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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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순과 매혹으로 가득한 '참담한 빛'을 그리다!
소설가 백수린이《폴링 인 폴》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 2015년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여름의 정오》, 2015년 8월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선정된 《첫사랑》을 포함해 2014년 여름부터 2015년 가을까지 발표한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참담한 빛이라는 매력적인 대비를 통해 빛은 어둠속에서만 일렁일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행복은 어떤 참담함을 배경으로 해서만 온전히 우리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표제작 《참담한 빛》 에서 영화잡지 기자로 일하는 ‘정호’는 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 모나한’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만난다. 어렵사리 성사된 인터뷰 자리에서 정호는 아델이 터널공포증을 앓게 된 연유에 대해 듣게 되는데, 그 순간 정호는 6개월이 된 아이가 아내의 배 속에서 숨을 멈춘 뒤 그들 사이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 떠올리고, 아내가 느꼈을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한 정호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그리고 이내 아델은 빛 한복판에서 치유받고, 정호는 폭설처럼 쏟아져내리는 햇빛 아래에서 알 수 없는 공포를 처음 느끼게 되는데….
저자

백수린

저자백수린은1982년인천에서태어났다.201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거짓말연습」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폴링인폴』이있으며2015년문학동네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스트로베리필드/시차/여름의정오/첫사랑/중국인할머니/참담한빛/높은물때/북서쪽항구/길위의친구들/국경의밤/해설│양경언/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참담하리만큼눈부신빛의한복판,
쓰라린상처에드리우는백수린의섬세한손그늘


2014년출간한첫소설집『폴링인폴』을통해곱고촘촘한서사의결로언어와소통에대한깊은성찰을보여준소설가백수린이2년만에두번째소설집『참담한빛』을선보인다.2014년여름부터2015년가을까지발표한소설10편을수록한이번소설집에는2015년제6회젊은작가상을수상한「여름의정오」와,같은해8월문지문학상‘이달의소설’에선정된「첫사랑」이함께묶였다.이번소설집에서작가는‘참담한빛’이라는매력적인대비를통해폭설처럼쏟아져내리는눈부신빛아래배음(背音)처럼포개진세계의비참을특유의섬세함으로그려낸다.그안에겹쳐놓은이방인의고독한윤리와다시없을한창때의한순간이발하는찬란한아름다움은쓰라린상처에드리우는백수린만의섬세한손그늘이있기에가능한장면들이다.빛은어둠속에서만일렁일수있다는것을,마찬가지로행복은어떤참담함을배경으로해서만온전히우리것이될수있다는사실을작가는차분하면서도단단한목소리로말한다.

표제작「참담한빛」에는두개의세계가공존한다.영화잡지기자로일하는‘정호’는영화제참석차내한한다큐멘터리감독‘아델모나한’을인터뷰하기위해그녀를만난다.어렵사리성사된인터뷰자리에서정호는아델이터널공포증을앓게된연유에대해듣게된다.아델이머뭇거리며힘들게이야기를이어나갈때정호는자기에게머물렀던잠깐의행복과어느날돌연얼굴을바꾼불행을떠올리고있다.6개월이된아이가아내의배속에서숨을멈춘뒤그들사이가어떤식으로변해갔는지,아내가느꼈을고통을받아들이지못한정호가무슨일을벌였는지소설은정호의목소리를통해들려준다.이소설의결정적장면은아델의공포증이정호의것으로치환되는순간일것이다.두인물을‘빛’이라는매개를통해겹쳐볼수있는장면또한의미심장하다.

나는호숫가에서서그모든풍경을바라보다가내가미소를짓고있다는것을깨달았어요.황홀할정도로아름답다,고생각하고있다는것을말예요.지난해까지도매년독립기념일이면이곳에서불꽃이터지는장관을함께구경하던로베르를,두번다시볼수없게되었는데도말이죠.이렇게살아지겠구나.시간과함께.그런생각이들었어요…그런데그것이치유일까요.(…)로베르를보낸뒤처음으로울었어요.아이처럼.호숫가의한가운데,희미한빛의한복판에서요.(「참담한빛」177면)

박새한마리가날아올랐다.그뒤에줄지어선높다란나무의우듬지위로참담하리만큼눈부신햇빛이폭설처럼쏟아져내렸다.(…)그순간이었다.알수없는공포가그의뒷덜미를내리친것은.(「참담한빛」180면)

아델은빛한복판에서치유받았고정호는폭설처럼쏟아져내리는햇빛아래에서“알수없는공포”를처음느낀다.그것은배속에죽은아이를품고“완벽한빛의한가운데”(170면)에서산책하며행복해하던아내가후에느낄고통을정호가온전히이해하지못한데서시작된불행과도맞닿아있을것이다.
이렇듯백수린은타자의고통에예민하게귀기울이는작가다.「여름의정오」는‘나’가스무살잠시머물렀던빠리에서만난열살연상의일본인‘타까히로’를10여년뒤같은장소에서떠올리며시작되는이야기다.빠리의묘지에서그와데이트했던장면처럼그들사이에는묘하게죽음의이미지가어른거리지만그때가‘나’에게는인생의정오와도같았을것이다.그런한창때를그리면서도이소설에는마치배경처럼일본의사린가스테러와9·11테러,섬유노동자들의죽음과이에항의하는시위장면이등장한다.작가는이러한장면을인물이가는길곳곳에배치하며소설속그들이겪는고통이세계의비참과무관하지않음을끊임없이상기시킨다.
작가는한편청춘의서사를그리는데도탁월한감성을발휘한다.「첫사랑」은대학시절짝사랑했던J선배를오랜만에만나기로한날입을새원피스를사기위해백화점아르바이트를하는하루동안의이야기를담고있다.소설은‘나’가노동하는틈틈이대학시절J선배와러시아문학을공부했던과거의이야기가끼어드는형식으로진행된다.‘나’는러시아로유학을다녀오고대학원에진학하지만J선배와도연락이끊기고학교는구조조정으로학과를폐쇄할지경에이른다.그리고‘나’는자본의최전선과도같은백화점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J선배가결국어떤식으로망가졌는지알게된다.“흔적도없이녹아사라질4월의눈을맞으며”(122면)선배와걸었던기억은모두옛날일이되어버렸고‘나’는“문득문득나의존재가지닌밀도라는것이얼마나희박한가하는생각”(110면)을하며지낼뿐이다.이러한청춘의불투명함은「스트로베리필드」에서도잘드러나는데,쉽사리설명할수없는마음의방황또한충분히의미있고정당하다고말해주는소설의마지막대목은큰울림을준다.감정의실체를설명해낼수없는어떤순간들의문제가결코청춘에국한된것이아님을우리모두알기때문이리라.

우리의안은어째서이토록한치앞을내다볼수없게어두운걸까.마치아무도살지않는텅빈나무속처럼.(「스트로베리필드」35면)

삶속에서이방인으로살아가는사람들

작가는이방인처럼살아가는고독한사람의윤리를그만의방식으로촘촘하게그려낸다.독일에서태어난「북서쪽항구」의‘레나’는처음으로엄마의고향을찾았던어린날을생생하게기억한다.낯선항구도시,누군가를만나러간엄마를하염없이기다리는길목에서갑자기어떤노인이개를걷어차기시작하고그녀는두려움을느낀나머지설움에복받쳐엄마에게독일로돌아가자고애원한다.그런‘레나’에게엄마가말한다.“그런데넌독일에서엄마가어떨지생각이나해봤니?”(238면)레나는엄마가느꼈을고독을그낯선항구도시의풍경으로대신해기억하고있는것처럼그날의정황과풍경을세세하게늘어놓는다.

어디에도미래가없다면차라리자기나라에서사는게낫지않아?이방인으로평생사는건외로운일이야.내말에짧은침묵을두고,그가말한다.자기나라에서이방인으로사는것보다더외로운일은없어.(「스트로베리필드」78면)

「스트로베리필드」의‘주드’는자기나라에서조차스스로를이방인이라생각한다.“외국어로는모국어로하기힘든이야기도훨씬더쉽게털어놓을수있다는사실을”(77면)깨달은소설속인물처럼그들은삶속에서소외되어받은상처를내밀하게풀어놓는다.이뿐아니라「시차」에는어릴적네덜란드로입양된‘빈센트’,「중국인할머니」에는70여년간화교로살아온‘새할머니’,「높은물때」에는베네찌아에서민박집을운영하는‘제’와‘윤’이등장하지만,이렇듯꼭타국을배경으로하지않더라도이이방인의식은이소설집에등장하는거의모든인물에게해당하는이야기일지모른다.해서이소설집의마지막을장식한「국경의밤」의마지막대목,“갑자기쏟아지는,내몫이아닌것만같은빛”을더이상두려워하지않으며세상에처음발을딛는‘나’의서사는백수린소설의다음을기대하게만든다.그는“다가오는밤을채우는소리와향기”(299면)에대한또다른말을품고우리에게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