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호위 조해진 소설집

빛의 호위 조해진 소설집

$14.24
저자

조해진

1976년서울출생.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여자에게길을묻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장편소설『한없이멋진꿈에』,『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환한숨』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

목차

목차
빛의호위/번역의시작/사물과의작별/동쪽伯의숲/산책자의행복/잘가,언니/
시간의거절/문주/작은사람들의노래/해설│한기욱/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저는살아있습니다.
살아있고,살아있다는감각에집중하고있습니다.”
절망과고독을감싸주는기억에대한9편의이야기
2016이효석문학상수상작「산책자의행복」수록
신동엽문학상(2013),젊은작가상(2014),이효석문학상(2016)을연달아수상하며문단의믿음직한작가로자리매김한작가조해진의세번째소설집『빛의호위』가출간되었다.2013년부터2016년까지발표한작품을묶은이번소설집에는“소외와불안의문제를개인의삶을통해포착”하며,“이시대에호응할수있는문학적상상력이...
“저는살아있습니다.
살아있고,살아있다는감각에집중하고있습니다.”
절망과고독을감싸주는기억에대한9편의이야기
2016이효석문학상수상작「산책자의행복」수록
신동엽문학상(2013),젊은작가상(2014),이효석문학상(2016)을연달아수상하며문단의믿음직한작가로자리매김한작가조해진의세번째소설집『빛의호위』가출간되었다.2013년부터2016년까지발표한작품을묶은이번소설집에는“소외와불안의문제를개인의삶을통해포착”하며,“이시대에호응할수있는문학적상상력이무엇인지를새롭게환기한작품”(심사평)이라는호평을받은이효석문학상수상작「산책자의행복」을비롯한9편의작품이수록되었다.특히이번소설집에서는조해진이오랫동안천착해왔을뿐아니라세월호시대를살아가며더욱견결해진주제인“역사적폭력이개인에게어떤결과를초래하는가”(한기욱,해설)하는지점을한층섬세하고차분하게파고든점이돋보인다.작가는절망과고독을감싸주는기억들을이야기하며,“사라졌으므로부재하지만기억하기에현존하”(「사물과의작별」69면)기때문에“생존자는희생자를기억해야한다”(「빛의호위」16면)는절실함으로단어하나에도진심을담아눌러썼다.조해진이보듬어전달하는‘빛의호위’로,홀로외롭게살아가는사람들에게도,우리가기억해야하지만어둠속에숨어있던진실들에도따뜻한온기가전해질것이다.
그녀의이야기는아직시작되지않았지만나는이미알고있었다.평소에는장롱뒤나책상서랍속,아니면빈병속처럼잘보이지않는곳에얄팍하게접혀있던빛무더기가셔터를누르는순간일제히퍼져나와피사체를감싸주는그짧은순간에대해서라면,사진을찍을때마다다른세계를잠시다녀오는것같은그황홀함에대해서라면,나는이미모든것을기억하고있었다.권은이내가알고있는그이야기를시작한다.악기상점의쇼윈도우에반사되는햇빛이오직그녀만을비추고있었다.(「빛의호위」32면)
실제로유실물에는저마다흔적이있고,그흔적은어떤이야기로들어가는통로처럼나를유혹할때가많다.(…)엄밀히말하면그이야기는유실물을사용한누군가의손때로만들어진것에지나지않지만,그누군가를잃어버린유실물은선반의고정된자리에서과거의왕국을홀로지켜가는것이다.간혹유실물에서빛이날때가있다.일년육개월이라는보관기간을채우고도찾아오는이가없어처리되기직전,홀연히나타났다가한순간에사라지는빛이었다.그때마다나는,한개인에게귀속되지못하고망각속으로침몰해야하는유실물이세상에보내오는마지막조난신호를본것같은상념에빠져들곤했다.일종의상실감이었다.(「사물과의작별」69면)
“사는게원래이토록무서운거니,메이린?”
또하나주목할점은이번소설집에서조해진이말하는‘살아있음’에대한감각이다.소설속인물들은서로를살게하기위해고투하면서그힘으로살아가는데,그상대는아주가까운사람이기도하지만상관없는이국의누군가가되기도한다.세상을떠난언니가동생을살아가게도하며(「잘가,언니」),어린시절친구에게선물한카메라가그를세상밖으로이끌기도하고(「빛의호위」),신문에실린사진한장이“먼나라의화가에게작품을완성하도록부추기는영감을주”(「시간의거절」181면)기도한다.이렇게서로를살리는절실함은「산책자의행복」에서가장두드러진다.철학과강사였지만학과통폐합으로직장을잃고기초생활수급자로살아가는홍미영(라오슈)에게답장이없는편지를계속보내는중국인제자메이린은“살아있는동안엔살아있다는감각에집중하”(127면)라는라오슈의말을되새기며살아가고라오슈는현실에괴로워하면서마음속으로만답장을보내지만,둘사이의믿음은분명서로를살게하는힘이되어준다.
살고싶어.
목적없이뻗어있는길한가운데서그녀는속삭였다.미치도록……
미치도록살고싶어.
메이린,부르며그녀는흐느꼈다.
(…)
저는살아있습니다.
살아있고,살아있다는감각에집중하고있습니다.
그리고오늘밤제가하고싶은말은이것이다예요,라오슈……(「산책자의행복」140~142면)
『빛의호위』에서조해진은“나와나의세계를넘어선인물들”과“시대와지역을초월하여소통”하고“유대를맺”(‘작가의말’267면)으며타인의생애에따뜻한빛을드리운다.조해진은최근한인터뷰에서“우리의삶에는‘빛의호위’를받는순간이생각보다많이있다는걸언제까지고기억하고싶다”고말한바있다.그순간들이“내일을꿈꿀수있게하는빛”(「빛의호위」23면)이되어주고,“새로운출발을가능하게”(한기욱,해설)할것임을믿는다.그날에우리는진정‘행복한산책’을할수도있을것이다.
어떤이야기도한사람을대신할수없다.한사람의생애에는표현할수없는순간이표현되는순간보다훨씬더많다는걸잘알고있다.그럼에도이야기너머로뻗어가는지평에수많은문장과생각과감정이흩어졌다가모이며또하나의작은길이되어가는상상은,언제나두려울정도로매혹적이었다.(…)
이제야나는,
진짜타인에대해쓸수있게된건지도모르겠다.(‘작가의말’266~26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