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 (정영수 소설집)

애호가들 (정영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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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래 활발한 활동으로 안정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믿음직한 젊은 작가 정영수의 첫번째 소설집 『애호가들』. 어느 고요한 순간에 느껴지는 매력적인 서정성과 유머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등단작 《레바논의 밤》과 2015년 10월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로 선정된 표제작 《애호가들》을 포함해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저자

정영수

저자정영수鄭映秀는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단편소설「레바논의밤」으로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레바논의밤/애호가들/하나의미래/여름의궤적/음악의즐거움/특히나영원에가까운것들/북방계호랑이의행동반경/지평선에닿기/해설│송종원/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이희극은충분히웃기다
그러나아무도진심으로웃지는못할것이다”

엉망진창의세계에그럴듯한답은없다
짧고도강렬한“푸른빛”이발하는매력적인서정성과유머의소설


2014년창비신인소설상으로등단한이래활발한활동으로안정적인작품세계를선보이고있는믿음직한젊은작가정영수의첫번째소설집『애호가들』이출간되었다.등단작부터2016년가을까지쓴작품을묶은이번소설집에는“어느고요한순간에느껴지는매력적인서정성과유머”의소설이라는평가를받은등단작「레바논의밤」과2015년10월문지문학상이달의소설로선정된「애호가들」을포함해총8편의작품이수록되었다.작가는각작품에서“삶을통째로견뎌내는듯한감각”을드러내며인물과세계의본질적인불화를예민하게그려낸다.엉망진창의세계에그럴듯한답을제시하는것을유보하면서,순간배어나오는풍자와서정,그리고유머의장면에잠시머물게하는『애호가들』은특유의매력적인리듬감을빚어낸다.잿빛투성이의지긋지긋한세상에서갑자기맞닥뜨리는어느강렬한조우처럼,정영수의첫소설집『애호가들』은“한순간불가해한모습으로전변하여우리를전율”(해설,송종원)하게만드는하나의순간을선사한다.

사람들은어떻게이지긋지긋한세상에서미치지않는걸까

나는경험을통해지루함이사람을죽일수도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이말은결코과장이아니다.외할아버지의부고를들었을때나는사방이꽉막힌작업공간에서지루한노동을반복하며하루의대부분을보내고있었다.그시기에나는매작품마다수많은사람들이잔혹하게살해당하는그리스비극을머릿속으로암송하며매일매일끊어질듯한숨을연장하고있었다.아마그렇게하지않았더라면나는지루함이라는괴물에잡아먹혔을것이다.잘근잘근씹히고,짓이겨지고,꿀꺽삼켜지고……아니,나는사실매일죽었다(「특히나영원에가까운것들」126면)

『애호가들』의인물들이살아가는삶이란“모두기나긴지루함에포섭”된채견디고있는것에다름아니다.『애호가들』에서이런일상의지루함은인물이등장하는첫장면에서정확하고도예민하게드러나며작품을읽기시작하는순간부터특유의분위기를형성한다.접속법하나이해하지못하고한학기에책한권도성실하게읽지않는,형편없으면서도성의까지없는학생들을가르치고있는인물(「애호가들」),도무지원인을알수없는정신적병증에시달리며병원을전전해받아온약을매일먹고쏟아지는잠과싸우며밖에도나가지않은채외주편집일을하는인물(「하나의미래」),하루종일초록불이들어오면버튼을누르는단순한작업만을반복하고일상의변화라고는일주일을주기로바뀌는사내식당의반찬뿐인인물(「특히나영원에가까운것들」)등작가는구체적이고생생한묘사로인물들이겪는지루함을그대로전달한다.
또한『애호가들』은지긋지긋한세계와의불화를익숙한방식으로해결하지않음으로써다른결의재미를자아낸다.대학교라는시스템안에서발생한피해자로서의‘나’를동시에가해자의위치에놓으며“풍자의시선을체험하게하는것을넘어풍자된세계자체를체험”하게끔한다거나(「애호가들」),친구의비극적인가족사를듣고서도상식적인감정교류에미숙한주인공을내세워“결정적으로특별하다고여긴사건의유일무이함에대해서의심”하도록(「지평선에닿기」)한다.이처럼『애호가들』은단순한풍자를사용하거나상식적인감정선을따라가지도않으면서,이사건들을독특한리듬으로배치하며“삶의무미건조함과지긋지긋함을반전시키기보다는반사”시켜,“엉망인세계를구조적인모양으로덩어리째토해놓”(해설)는다.

“이것들도……자기들이영원할줄알았겠지?”

나는그녀가충분히오랫동안그생물을바라보기를,그것이살아움직였던머나먼과거를상상해보기를,그것의호흡을느끼기를기대하면서아무대답도않고함께옆에서있었다.그녀는꽤오랫동안인드리코테리움을바라보았다.그녀가나만큼그생물을보고전율을느꼈는지는모르겠다.한참동안그것을바라보던그녀는들릴듯말듯작은소리로중얼거렸다.
“이것들도……자기들이영원할줄알았겠지?”(「여름의궤적」113면)

『애호가들』에서가장반짝이는부분은“의미의두께를잃은얄팍한일상속에서벗어나존재의전율을감지하는이순간은잿빛의반복된일상이주도하는정영수의소설에일순간찾아드는푸른빛”(해설)이고,이런“푸른빛”의순간은짧지만강렬하다.수면제를나눠먹던고등학생의죽음에그녀의아버지를떠올리며그녀에게있을수도있었던미래를생각해보거나(「하나의미래」),오래전에이혼한아내를다시만나함께멸종한동물의뼈를보며아득한미래에대해떠올리기도한다(「여름의궤적」).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가묘하게겹치며회한이기도그리움이기도한서정이배어나올때애호가들의단편들은넌덜머리나는삶에서각각작은구원을맞이한다.항상반짝거리는순간만으로채워진삶은없을것이다.실제우리가직면하는삶의고독과지루함은끝이없지만그렇기때문에이짧은구원의순간이필요하고,삶은또수많은가능성을가지고움직이게된다는것을『애호가들』이보여준다.어떤결과가있을지모르지만“운명처럼만남의장소로발을옮기”(해설)는소설속인물들처럼,독자들은정영수의첫소설집을읽으면서예측하지못한“푸른빛”의순간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